'사퇴불가론'서 물러난 황교익…김어준·이해찬 효과?
입력: 2021.08.20 05:00 / 수정: 2021.08.20 05:00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에서는 황교익 리스크가 후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중소기업 양극화 실태와 중소기업 현안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재명 후보와 중소기업인 대화에 앞서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이 지사. /남윤호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에서는 '황교익 리스크'가 후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중소기업 양극화 실태와 중소기업 현안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재명 후보와 중소기업인 대화'에 앞서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이 지사. /남윤호 기자

캠프 內 '황교익 리스크' 우려…李, 여론 살피며 '침묵'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난처해 하는 '황교익 리스크'가 조만간 해소되는 분위기다.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며 '사퇴불가론'을 고수하던 황 씨가 "거취 문제를 고민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또, 이낙연 전 대표와의 '친일 프레임' 공방도 사과하며 매듭지었다. 이 과정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가 등판했다. 이들은 난처한 상황에 놓인 이 지사에게 돌파구를 마련해준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재명 캠프에서는 난데없는 '황교안 리스크'에 당황한 분위기였다. '보은 인사' 논란이 번진 데 이어 황 씨가 이 전 대표를 향해 "정치 생명을 끊겠다" 등 도를 넘는 발언을 하면서 이 지사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말이 나왔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거취를 고민해보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더팩트DB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거취를 고민해보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더팩트DB

'황교익 리스크' 대응을 놓고 캠프 내부의 엇갈린 주장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본인과 임명권자를 위해서 용단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황교익 리스크는 이재명 후보에게 굉장히 부담된다. 예기치 않은 대형 악재가 터진 것으로 더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이재명 캠프 전략기획위원장 민형배 의원은 "'황교익'이 경선 쟁점이 되는 건 매우 부당하다"며 상대 진영의 네거티브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공격에 나선 이낙연 후보 쪽은 보은의 근거도, 능력 부족의 이유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형적인 네거티브"라고 했다. 논란이 된 이 지사의 가족사 옹호 발언은 2018년 지방선거 때의 일이며, 야당 소속 부산시장이 고용할 만큼 황 씨가 능력적으로도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난감해 했다. 캠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캠프 입장에선 혹시라도 후보자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이라고 했다. 다만 "캠프에서 후보에게 피해가 갈까 봐 확인해봤더니 황 씨에게 뭐라고 할 게 하나도 없다. 본인이 서류를 준비해 통과했고, 면접도 여러 차례 봤고, 전문성도 있고, 절차적 정당성도 지켰다. 경기도 의회 권한인 인사청문회가 남은 상황에서 사퇴하라고 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이 지사도 침묵을 지켰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방문 후 기자들의 '황 씨 논란' 질문에 "해야 하나요? 안 하고 싶은데..."라며 자리를 피했다. 함께 현장에 있던 캠프 대변인 박성준 의원은 "이 지사가 캠프 안팎으로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황교익 논란에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등판했다. 이후 친일 프레임 공방은 일단락됐고, 황 씨도 사퇴 불가론에서 한발 물러났다. /남윤호·이동률 기자
'황교익 논란'에 친여 방송인 김어준 씨,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등판했다. 이후 '친일 프레임' 공방은 일단락됐고, 황 씨도 '사퇴 불가론'에서 한발 물러났다. /남윤호·이동률 기자

상황은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가 교통정리 하면서 급진전 됐다. 김 씨는 이날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낙연 캠프에서 황교익 씨 내정에 대해 비판할 수 있지만, '친일'이라고 하면서 틀어진 것"이라며 "이낙연 캠프가 황 씨에게 '친일 프레임'을 건 것에 대해 사과하고, 내정에 대한 비판은 유지하는 선에서 물러서야 정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의 발언이 나온 지 반나절 만에 이 전 대표는 "저희 캠프 책임있는 분이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본다"며 캠프의 '친일 프레임' 공격에 대해 사실상 사과했다. 이후 황 씨도 "제가 이낙연 전 대표에게 '짐승' '정치 생명' '연미복' 등을 운운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호응했다.

앞서 황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정 내정 소식에 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의 '보은 인사'라며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황 씨는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맞붙었다. 가열됐던 '친일 프레임' 공방이 김 씨의 발언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이 지사를 측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친노·친문계 좌장'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까지 등판했다. 그는 이해식 민주당 의원을 통해 "황교익 씨는 문재인정부 탄생에 기여한 분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승리에 여러모로 기여했다. 이번 일로 마음이 많이 상했으리라 생각한다. 정치인들을 대신해 원로인 내가 대신 위로 드리겠다. 너그럽게 마음 푸시고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앞으로도 늘 함께해주리라 믿는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후 황 씨는 "거취를 고민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앞서 황 씨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오셔도 권리 포기를 이야기하지 못한다"며 '사퇴불가론'을 고수해왔고,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임명 철회는) 임명권자인 이재명 지사가 결정할 일"이라며 캠프 내의 '자진사퇴 요구'를 일축했지만 이 전 대표의 요청에 한발 물러난 것이다.

정치권에선 김 씨와 이 전 대표가 황 씨에게 '자진사퇴'의 명분을 만들어 주고, '황교익 리스크'로 위기에 몰린 이 지사에게 퇴로를 마련해주면서 여권에서의 영향력을 재확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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