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의 시선-<상>] "정치권, 언택트 시대 맞춰 온라인 집회해야"(영상)
입력: 2021.08.19 06:32 / 수정: 2021.08.19 06:32
<더팩트>는 지난 12일 줌을 통해 대한민국 청소년 의회 13대 청소년 의원들과 대담을 진행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나승엽, 기민정, 최미정, 곽도현, 강현구 의원. /줌 영상 갈무리
<더팩트>는 지난 12일 '줌'을 통해 대한민국 청소년 의회 13대 청소년 의원들과 대담을 진행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나승엽, 기민정, 최미정, 곽도현, 강현구 의원. /줌 영상 갈무리

내년 3월 대선판에 뛰어든 주자들이 너도나도 '미래세대'를 언급하며 자신이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의 목소리는 소외돼 있다.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고, 진영 논리에서 멀리 떨어진, 거침없는 Z세대는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볼까. <더팩트>는 Z세대가 중심인 대한민국청소년의회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 기후위기, 촉법소년법, 여성 군 복무,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 기본소득, 대통령 출마 나이 제한 하향 등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주제로 온라인 대담을 진행, 총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촉법소년법, 피해자 인권 보호 강화 방향으로"

[더팩트ㅣ사회=박숙현 기자·정리=곽현서 기자] 2020년 1월 19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견됐다.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견 후 약 1년 8개월 동안 사회는 급변했다. 미래가 좀 더 앞당겨졌다. 세계는 앞다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국내 정치권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다며 분주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인공은 미래세대다. 하지만 미래의 주역이 될 청소년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다. 정치권은 기후위기 대응, 여성 군 복무나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 기본소득 등 새로운 미래 의제들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과 여성 군 복무제만 하더라도 찬반이 팽팽히 엇갈린다. 대한민국이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대 총선부터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되며 참정권이 생겼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은 국가 미래의 주요 결정 과정에서 주변인으로 취급되고 있다.

<더팩트>는 지난 12일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 '줌'을 통해 대한민국청소년의회 13대 청소년의원으로, 정치법제위원회 소속 강현구(고등학교 2학년 재학), 곽도현(고등학교 2학년 재학), 기민정(고등학교 2학년 재학), 나승엽(고등학교 1학년 재학), 최미정(고등학교 3학년 재학) 등 5명과 사회를 관통하는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생활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다. 어떤가.

최미정(이하 '미정'): 올해 고3이다. 가정 형편상 학원도 못 다니고 독서실도 잘 못 다니는 형편이어서 의지할 수 있는 게 학교 수업밖에 없었는데 작년부터 온라인 수업이 많아지다 보니 학교에서 듣는 현실 강의와 차이가 많다. 온라인 수업으로 고등학교 2학년 생활을 마치고 고3으로 올라오니 올해가 조금 더 힘들더라. 내신 준비 과정도 그렇고 수능도 100일도 안 남았는데 학교에서 수업 듣는 것과 온라인 수업을 듣는 건 명백히 차이가 나서 좀 힘들었다. 언제 코로나에 걸려 (학교를) 못 다닐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걸 하나 들고 다니는 기분이다. 코로나19 생활 전과 비교하면 학교에 다니는 중에도 불안하다.

기민정(이하 '민정'): 저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미국에서 다니는) 학교에서는 2주마다 한 번씩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4월 말에서 5월 초쯤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아 학교에선 교내 선생님까지 90% 백신 접종을 끝냈다. 교실에선 밀폐된 공간이라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캠퍼스 내에선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달라진 게 있을까.

민정: 친구들과 만날 때 '거리 유지' 같은 규칙이 생겨났고, 그런 규칙을 지키지 못할 경우 벌점도 생겼다. 또,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기숙사 내에서 다른 복도로 가면 안 된다거나, 다른 학생 방에 들어가면 안 되는 규칙이 생겨났다. 어떻게 보면 친구들과 생활하고 사회생활 하는 데 불편함이 있다.

나승엽(이하 '승엽'): 저는 집과 학교 거리가 멀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학교뿐만 아니라 기숙사도 격주로 운영돼서 계속 짐을 뺐다 넣었다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선생님들도 온라인 수업에 익숙치 않다 보니 학생들 출석 확인하는 데 시간을 다 허비하고, 온라인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한 선생님들도 계셔서 수업 질이 많이 떨어지는 걸 느꼈다. 학생들도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게임을 하거나 마이크를 안 꺼놓는 등 수업 방해가 있었다. 독서실과 스터디 카페가 문을 닫았던 적도 있고 열더라도 인원수를 제한하거나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어야 하는 등 학습을 이어가는 데 전보다 훨씬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친화력이 적은 친구들은 온라인으로만 만나다 보니 직접 소통하기 어려워 친구들과의 사이가 멀어지는 문제도 있는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 정치권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곽도현(이하 '도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학교 수업이 많이 변했다. 온라인에서 하는 활동들이 많아졌다. (온라인 수업 시대가) 앞당겨진 것 같다. 앞으로도 수업이 온라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체될 것 같다. 저는 학생회장으로서 학생 회의를 주도하는 데 그 회의도 온라인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학생이나 선생님 등 직접 (코로나로 생활이 달라진) 영향을 겪은 사람들의 고충을 듣고 어떻게 하면 적응을 빨리 적응시킬 수 있을지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강현구(이하 '현구'): 코로나19로 사람들 간의 신뢰가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타인을 한 번씩 피해본 경험이 있지 않나. 주변 사람들을 위험으로 인식하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 물리적 혹은 정신적으로 가까워지는 게 앞으로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승엽: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정치권에서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타투 합법화 법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그때 메타버스를 활용해 온라인 집회를 연 적 있다. 온라인 집회가 익숙하지 않았는데 새롭게 다가왔다. 정치권도 언택트 문화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 맞춰 온라인 집회가 오프라인 집회보다 활성화돼야 할 것 같다. 정치권에선 앞으로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정치를 확산하는 데 집중하고 관심을 더 많이 가지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메타폴리스라는 가상공간에 당사를 마련하고, 일부 정치인들은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의원실이나 후보 캠프를 차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보는지?

승엽: 긍정적이다. 이제 곧 대선이 다가오는데 우리나라 후보들도 미국 후보들처럼 온라인으로 쉽게 접근할 방안을 계속 연구해나가면 좋을 것 같다.

현구: '인간성'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없는 느낌이다. 온라인 수업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만나서만 할 수 있는 것들, 표정을 보고 웃거나 하는 걸 못하기 때문이다. 소통에서는 이런 게 중요한 요소인데 그런 게 없는 공간에서 만나는 게 '과연 100% 소통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래세대는 기후 문제에 민감하다고 하는데 실제로 체감되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기성세대를 향해 강하게 비판했다.

민정: 사실 기후변화에 대해 아직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반성할 일이다. 북미권에서는 그레타라는 인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학교에서도 그레타의 말과 행동, 기후 환경에 대한 영향력을 평가하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수업도 많이 개설됐다. 지구 온난화 혹은 재생 에너지, 기후 환경 변화에 대해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화석연료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할지에 대해서도 캠페인이나 동아리 등 학교에서 많은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다.

도현: 저도 그전까지는 '기후 위기'를 잘 실감하지 못했는데 올해 들어 심각성을 느꼈다. 이탈리아는 49도 폭염으로 불이 났다. 우리나라도 체감온도가 41도라는 걸 태어나서 처음 봤다. 직접 겪고 나니까 이제는 '내가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승엽: 예전부터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은 있었다. 다만 학교에도 문제점을 제기하고 싶다. 선생님들은 기후위기가 위험하다는 내용만 알려주지 그걸 주제로 토론을 한다든지 학생들에게 생각해볼 기회를 주지 않는다. 실질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미래의 주역이 될 텐데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만큼 청소년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현구: 한 가지 의문점은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를 하나도 막지 못했다. 이런 걸 볼 때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자연환경을 크게 헤치지 않으면서 바뀌는 기후에 적응하는 방법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자연현상의 변화를 막자' 보다 '자연현상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논의는 우리가 아직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다. 만약 내일 1도가 올라가면 우리는 어떻게 살까. 이런 부분도 신경 써봐야 하지 않나 싶다.

-최근에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10대들이 차량을 훔치는 등 촉법소년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촉법소년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낮추자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고,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도현: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는 것에 찬성한다. 촉법소년은 어리고 미숙해서 그들이 범죄를 책임질 능력이 없으며, 어린 날의 실수로 평생 전과자라는 낙인을 찍어도 되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촉법소년이 가정환경이 안 좋거나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살인, 강간 등 흉악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는 인과성 문제가 있다. 촉법소년 나이를 낮춰서 흉악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방향성은 열어둬야 한다.

승엽: 저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촉법소년이라는 점을 악용해 자신들이 처벌받지 않을 것을 인지하는 상태에서 저지르는 범죄 건수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소년법도 청소년을 처벌하자는 게 목적이 아닌 교화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처벌을 약하게 받는 것에 대해 의문이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선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민정: 저도 동의한다. 가해자들로부터 피해를 본 피해자 인권을 생각해보면 피해자들에게 더 악랄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촉법소년법은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가해 행동을 했을 경우, 예를 들어 학교 폭력, 강간, 살해, 납치 등 중범죄를 저질렀을 때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피해자들의 인권을 대변하는 역할을 법이 해야 하는데 촉법소년법은 피해자의 인권은 무시하면서 가해자들이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보호해주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미정: 촉법소년법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없어져야 하는 법 중 하나다. 똑같은 죄를 지었어도 '넌 나이가 어리니까 용서해주고, 너는 나이가 많으니 용서가 안 된다'면서 나이에 따라 평가하면 안 될 일이다. 어린 나이에 아무리 주변 환경과 미디어의 영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선 안 되는 행동을 구분하는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8살 제 동생도 '친구를 때리면 안 된다. 욕하면 안 된다' 이런 판단을 잘하고 있다.

현구: 사실 범죄에 대해선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절제할 수 있느냐'를 보고 처벌하고 있다.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정신질환이 없는 환자보다는 적은 형량을 받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3살 아이도 '물건을 입에 넣으면 안 된다' 같은 판단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스스로 생각해 판단한 건지 타인이 말하는 걸 그대로 믿는 건지 모른다.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 청소년들이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스스로 도덕적 결정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맞고 틀린지 도덕적 절제력을 가질지에 따라 촉법소년 나이를 정해야 한다.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 미만'으로 정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바꿀지에 대해선 조금 더 샹황을 지켜보는 게 맞다고 본다. 또 (범죄) 학생들을 관리하는 좋은 시스템도 필요해 보인다. 어린아이들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건 우려되지만 그 답으로 우리 법 시스템이 아이들을 더 처벌하고 더 감옥에 오래 넣는다고 달라질지는 다른 문제다.

승엽: 성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이 법의 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을 받고 풀려난 것을 눈앞에서 봤다. 피해 학생을 구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소년법이 나아가야 한다. 피해 학생도 아직 미숙하고 어린 청소년이다. 가해자가 흉악 범죄를 저질렀을 때 어느 정도까지 처벌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현재 법은 처벌이 너무 미약하기 때문에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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