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줌'을 통해 대한민국 청소년 의회 13대 청소년 의원들과 대담을 진행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나승엽, 강현구, 최미정, 기민정, 곽도현 청소년의원. /박숙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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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출마 나이 제한'에 "나이 많다고 일 잘하지 않아" 쓴소리
[더팩트ㅣ사회=박숙현 기자·정리=곽현서 기자]
-정치권에서 일부 대선 후보가 '남녀평등복무제'를 제안하면서 논쟁이 있었다. 여성 군복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미정(이하 '미정'): 긍정적이다. 물론 입대라는 게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인 건 분명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가 분단된 상황이다 보니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에도 전쟁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내 몸, 내 주변, 가족을 지킬 수 있도록 간단한 군사 기초훈련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성의 경우 한 달에 한 번 생리하고 임산부도 있다. 그런 특별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군 복무 자체에 무조건 찬성이라기보다 긍정적인 입장이다. 제 주변 다른 여학생들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화두가 여성과 남성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미정: 이건 젠더 이슈나 성별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별을 떠나서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의 상황에선 내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는 훈련은 필요하다. 이걸 성별 갈등으로 끌고 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곽도현(이하 '도현'):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여성 군 복무는 "왜 남성만 군대에 가느냐"라는 문제가 있었고 그에 기반해 나온 이야기다. 여성도 가야 한다는 건 억지로 끼워 맞춘 평등이 아닌가 싶다. 또 여성 비하 의도는 전혀 없지만, 생물학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더 큰 힘을 낼 수 있고 반사신경이 있는 등 신체적 조건이 좋다. 군대라는 곳은 국가가 국세로 월급을 주면서 복무를 맡긴다는 면에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병사를 쓰는 게 경제적이지 않나 생각된다.
강현구(이하 '현구'):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사실 이 논란의 핵심은 '여자가 군대에 갈 수 있느냐'가 아니라 '여자가 군대에 가야 하느냐'다. 지금도 가고 싶은 사람들은 갈 수 있다. 다만 군대에 가기 싫은 사람들만 모였을 때는 생물학적으로 더 힘 있는 사람이 (군 복무)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에서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를 주장해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거웠다. 어떻게 보나.
나승엽(이하 '승엽'): 여성가족부는 지금까지 많은 정책 실패 등으로 국민에게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여가부 폐지에는 반대한다. 여가부는 성 소수자 인권 문제, 다문화 가족 인권 문제를 비롯해 사회 많은 부분에서 전문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다. 업무를 다른 부서로 돌린다고 해서 효율적으로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가부는 자체 혁신을 해야 하고 국민에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모습을 바꿔야 한다. 통일부 폐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통일부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필요한 부처다. 아무리 북한이 우리 대화를 받아주지 않더라도 평화 통일의 의지를 포기해선 안 된다. 또 통일부 업무를 외교부로 통합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외교부는 이미 많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인지하고 국민에 통일에 대해 좋게 바라볼 수 있도록 역량을 가진 부서는 필요하다.
도현: 여가부에 대해선 승엽 의원과 비슷한 의견이다. 하지만 통일부 폐지에는 찬성한다. 통일이라는 게 우리만 힘써서 되는 게 아니다. 실제 '통일과 경제 중 무엇을 택하겠느냐'라는 설문조사에서 남한 사람들 열 명 중 여덟명이 경제를 고를 정도로 통일에 대한 관심과 우호적인 반응이 낮았다. 또 북한에선 '왜 우리가 흡수 통일 당하나'라는 느낌이다.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이미 지금은 '통일'이 꿈만 꾸는 이야기가 된 게 아닌가 싶다. 대북 지원 부서를 새로 개설하는 게 낫지, 통일부는 현실과 괴리가 떨어져 있다. 또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걸 방관하고 방치하고 있는 안타까운 부서라고 생각된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1년에 청년들에게 100만 원, 모든 국민에게도 100만 원을 주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선 어떤가.
기민정(이하 '민정'):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약이 과연 실천 가능한지 검토해봤으면 좋겠다. 단순히 표를 받기 위한 거짓 공약은 아닌지 국민이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기본소득 공약은 세금 114조 원을 걷어서 국민에 100만 원씩 주겠다는 건데 코로나19 상황에서 피해 보상에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일자리 혹은 손실보상금 등 일반 국민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고, 소상공인의 피해를 최대한 보상할 수 있는 대책이 (현 상황에선)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다만 '기본소득' 자체에 대해선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노동자 수가 줄어들며 생겨나는 발전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기본소득' 방향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인가.
민정: 기본소득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차근차근 논의돼야 한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건 기본소득 방식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다. 국민 세금을 모아 직접 나눠줄 건지, 아니면 일자리를 줄 건지, 지역화폐를 개발할 건지 등 다양한 형태의 방법으로 국민을 돕는 게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일이다.
현구: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뭔가가 없어질 거다'라고 예측하는 건 쉽다. 다만 무엇이 생길지는 예측할 수 없다. 즉,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생길 일자리보다 없어질 일자리가 더 많을지에 대해선 아직 의문이다. 희망적인 생각을 가질 필요는 있어 보인다. 1차 산업혁명 때도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없어질 것 같다고 했지만, 사람들은 돈이 더 많아지고 일자리도 늘었다. 그런 이유만으로 기본소득이라는 완전 새로운 복지 제도를 도입하는 건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다. 다만 미래에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땐 답이 될 수도 있겠다.
미정: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선 지금 생각해볼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 자체는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는 일자리가 없어 허송세월 보내는 청년들이 많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다. 우리나라 경제가 호황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만큼 수치는 좋은데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실질적인 호황기를 오게 하는 게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일자리가 사라져 수입 없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부분을 국가가 해결해줘야 한다.
승엽: 기본소득은 국내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은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 실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덧붙이자면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면 내수시장이 더 활성화할 것 같다.
-'정치권에서 '40세'인 대통령 나이 제한을 낮추거나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정 전반을 통솔하는 지도자로서 어느 정도의 경험은 필수라는 측과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피선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미정: 대통령 선거에 나이제한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능력을 대변하는 지표가 돼선 안 된다. 대통령은 국민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다. 그런 자리에 능력이 아닌 나이로 시람을 가리는 게 국가의 미래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다만 나이 제한을 한 번에 다 없애는 건 어렵기 때문에 만25세로 낮추는 것에 굉장히 긍정적이다.
민정: 저는 출마 나이 제한을 아예 없애는 것에도 동의한다. 대통령이 되어야 할 사람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건 사회에 대한 인식, 리더십 등이 있는데 나이로 리더의 자질을 제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또 기성세대와 청년 정치인이 함께 어우러져 생각을 나누면서 생각의 차이를 줄이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참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정치인과 기성 정치인이 함께 협동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통령 출마 나이 제한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경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승엽: 지금 국회를 봤을 때 나이와 경륜 많은 국회의원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선 의원이 초선 의원보다 법안 발의 등에서도 적극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봐왔다.
현구: 저도 나이 많은 국회의원이 더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실망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나이든 정치인들이 적극적인 모습,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걸 봐왔다. 다만 처음 '40세'라는 규정을 만들었을 때 충분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미국 역시 제한하고 있다. (대통령 출마 나이 제한에) 분명한 기준이 있기는 해야 할 텐데 그런 기준을 정하는 지혜가 지금 우리에게 있을지, (나이를 제한했던) 지난 전통에 있을지 모르겠다.
도현: 나이 제한을 낮추는 것에 저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드루킹 사건도 있었듯이 여론 조작 등으로 분위기를 타서 갑자기 잘못된 지도자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또 우리나라는 나이가 어리면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나 정당 참여도 어렵다. 그런 환경에서 대통령 출마 나이 제한을 낮춰도 (출마한) 이 사람은 자연스럽게 경력이 적을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출마 나이 제한을 먼저 하향해서 올바르고 성숙한 정치 문화를 형성하고 그 다음에 대통령 피선거권을 낮추는 것에 동의한다. 그게 선행되지 않고 대통령 피선거권 나이부터 낮추면 순서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민정: 저도 도현 위원 말에 동의한다. 한국에서는 연륜 혹은 경험 중심 사회이다 보니 나이 많은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다. 이런 경향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이다. 다만 이번에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보면 나이에 대한 전통적인 선입견을 깨뜨리고 능력중심사회로 갈 수 있는 첫 걸음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