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저거'…이준석 vs 원희룡, 진실공방 가열
입력: 2021.08.19 00:00 / 수정: 2021.08.19 00:00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李 '갈등' 취지…元 "윤석열 의미"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저거는 곧 정리된다."

이 문제의 발언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정국을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이준석 대표의 통화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한층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 전 지사는 '곧 정리된다'는 이 대표 발언의 주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캠프 측과 '갈등'이 정리된다는 취지였다고 주장한다. 두 사람은 반박과 재반박을 통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지속할 전망이다.

원 전 지사는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는 저와 통화한 녹음파일 전체를 오늘 오후 6시까지 공개하라"며 "정확하지도 않은 인공지능 녹취록의 일부만 풀어 교묘히 뉘앙스를 비틀어 왜곡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원 전 지사는 "전체 녹음파일을 확인하면 정리 대상이 갈등 상황인지 윤석열 후보인지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이 대표에게는 경선을 둘러싼 혼란을 깨끗이 해결할 책무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말한다. '곧 정리된다'는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라고 거듭 주장했다.

앞서 원 전 지사는 이 대표와 지난 10일 이뤄진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금방 정리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이 대표는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원 전 지사와 했던 통화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클로바노트(AI 기술로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주는 앱)으로 변환한 녹취록이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이준석(사진) 대표의 통화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이선화 기자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이준석(사진) 대표의 통화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이선화 기자

공개된 대화에서 원 전 지사는 "지금 서로 싸우는 사람들, 나중에 다 알아야 될 사람들이잖나"라며 "자문을 구할 n분의 1 중 한 사람이 필요하면, 저나 저쪽 사람한테 ‘자문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하면 철저히 자문의 입장에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너무 걱정마십시오. 저는 지금 초기에. 제가 봤을 때는 지금. 저쪽에서 입당 과정에서도 그렇게 해가지고 이제 세게 세게 얘기하는 거지. 저거 지금 저희하고 여의도연구원 내부 (여론)조사하고 안하겠습니까. 저거 곧 정리됩니다. 지금"이라고 답했다. 여기서 '저쪽'은 윤 전 총장 측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의 공방이 격화하면서 당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선 정국에서 당이 자중지란에 빠지는 모습은 우려스럽다"며 "서로(이 대표·원 전 지사)가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원 전 지사를 향해 "이성적 판단 능력을 상실했다"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당 대표와 대선주자 간 통화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통화 내용의 발설은 정계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원 전 지사가 대선주자로서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따라 당 대표의 공정성에 의문이 들 수는 있어도, 경쟁자인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것으로 읽혔다면 굳이 통화 내용을 공개했어야 했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는 원 전 지사의 숨은 전략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당원들에게 이 대표의 부당함을 알리고 자신은 정의로운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존재감을 높이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대선 레이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분히 정무적인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원 전 지사의 공방 속에도 정작 윤 전 총장 측은 조용하다. 윤석열 캠프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와 원 전 지사의 통화 내용과 관련해선 아무런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다. (저희의 어떠한 말이) 자칫 달리 해석되는 등 오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말을 아꼈다.

원 전 지사는 통화 녹취록 전체 공개를 요구하자, 이 대표는 "그냥 딱합니다"로 일축했다. 이 대표는 녹취록 공개를 거부했지만, 원 전 지사는 "매우 유감이지만 자신의 잘못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다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공정 경선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실천에 옮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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