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탄생의 주역 '광흥창팀' 일부 멤버들이 최근 다시 회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월 11일 유권자들에게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구을 국회의원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양정철 전 원장(왼쪽). /배정한 기자 |
경선 과열로 갈라진 내부…'원팀' 선거전략 모색할 듯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내년 대선을 200여 일 앞두고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친문(친문재인) 핵심 참모 조직 '광흥창팀'이 재가동한 가운데, 이들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팩트>는 취재 결과, 문 대통령 핵심 측근 그룹인 '광흥창팀'이 최근 재가동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청와대나 공공기관장으로 남은 인사들을 제외하고 다시 모인 이들은 시내 모처 사무실에서 수시로 회동했다. 특히 광흥창팀의 핵심 멤버이자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4월 귀국 후 잠행을 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민주당 '투톱'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선을 넘는 공방으로 내부 균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본선에 대비해 차기 대선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흥창팀은 문재인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2016년 10월 두 번째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당시 문재인 후보의 최측근 그룹은 서울 마포구 상수동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내고 대선 실무팀을 가동했다. 사무실이 위치한 이름을 따 '광흥창팀'으로 불린다. 이들은 후보 보좌는 물론 인재 영입, 선거전략 수립, 메시지 작성 등을 치밀하게 준비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예상치 못한 조기 대선 국면에서도 대선을 안정감 있게 준비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흥창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3명 중 11명이 청와대에 입성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일부 멤버들은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임종석 전 비서실장, 윤건영 의원, 한병도 의원, 송인배 전 비서관. /임영무·이새롬·남윤호·김세정 기자 |
광흥창팀 일원은 2012년 18대 대선 때부터 문 대통령을 도왔던 양 전 원장을 필두로 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그룹에 새롭게 합류한 임종석 비서실장 등 13명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들 중 11명이 문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비서관 이상)에 입성하면서 광흥창팀은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한병도 정무비서관, 신동호 연설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조한기 의전비서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오종식 정무기획비서관 등이다. 이들은 청와대에서도 정무와 의전, 메시지 관리 등 핵심 요직을 차지했다. 이후 김종천 전 민주당 선대위 정무팀장도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광흥창팀이 청와대로 옮겨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 임기 3년 차에 '광흥창팀'은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나 형사 재판을 받는 등 정치적 시련을 겪었다. 음주운전 논란,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선거 개입 의혹 등에 휩싸이거나 총선 출마 준비로 6명(임종석·윤건영·한병도·송인배·조한기·김종천)은 청와대를 떠났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8월 현재, 광흥창팀 출신 중 청와대에 남아 있는 이는 5명(신동호·이진석·조용우·오종식·탁현민)뿐이다.
차기 대선을 7개월 앞둔 시점에 광흥창팀은 현직 청와대 인사들을 제외하고 다시 뭉쳤다. 윤건영 의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등 친문 핵심 의원들이 경선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책사'인 양 전 원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활동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들의 역할론이 재조명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전 원장은 광흥창팀 일원 가운데 유일하게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특별한 직책을 맡지 않고 청와대와 거리를 둬 왔다. 다만 그는 21대 총선에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요청으로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해 여당에 180석 압승을 안겨줬고, 최근에는 미국에서 귀국해 '특정 후보 지지'에는 강하게 선을 그으면서도 정권 재창출을 위한 역할론을 시사해왔다. 양 전 원장은 여권의 선거 '전략통'이자 친문 그룹 네트워크의 중심에 놓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국면에서 내부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광흥창팀'은 대선 경선 후 '원팀 기조'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YTN 주최 TV토론에서 준비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
정치권에선 친문 핵심 조직인 광흥창팀이 오는 10월 최종 선출될 후보를 도와 대선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원팀 기조'를 재구축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은 본경선 한 달여 만에 '경선 불복'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릴 만큼 내분이 깊어진 형국이다. 홍영표 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지난 16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론을 제기하면서 친문 진영의 '반(反)이재명 전선'은 뚜렷해지고 있다. 이낙연·정세균 범친문 후보 진영에서도 꾸준히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송영길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분위기다. 광흥창팀은 이처럼 갈라진 당을 '친문'을 구심점으로 모으는 데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는 11월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기 전 본선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한 한발 빠른 대응과 준비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권 심판론'이 우세한 분위기 속에서 '야권 단일화' 변수 등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