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與 대선주자들, 정경심 유죄에 '친문' 눈치?
입력: 2021.08.14 00:00 / 수정: 2021.08.14 00:00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가 입시비리 관련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한 여당 대선주자들의 반응에서 미묘한 차이가 보인다. 사진은 민주당 대선 주자 이재명(가운데)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가 입시비리 관련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한 여당 대선주자들의 반응에서 미묘한 차이가 보인다. 사진은 민주당 대선 주자 이재명(가운데)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상>편에 이어

최재형, 선친 친일 의혹 반박…與 '경선불복론' 공방

[더팩트ㅣ정리= 신진환 기자]

◆정경심 2심 징역형에 '적극 옹호' 이낙연 vs '침묵' 이재명

-지난 1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가 입시비리 관련 혐의로 2심에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를 놓고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반응에 미묘한 차이가 느껴져.

-맞아. 이낙연 전 대표는 정 교수 2심 판결이 나자 대선 주자들 중에서 가장 먼저 메시지를 냈어. 그는 조 전 장관 딸 조민 씨의 고교생 인턴 증명서 등 입시 서류가 '유죄'로 인정된 점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런 행위가 실제 있었다고 가정할지라도 지나치게 가혹한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어. 이 전 대표는 또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가 내려졌다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저항한 검사 한 사람의 독단과 검찰조직의 오만이 한 가정을 파괴하고 국가의 역량을 심각하게 소진한다"고 윤 전 총장을 저격했어. 반면 조 전 장관에게는 "함께하겠다"고 격려했어.

-다른 후보들도 사법부의 결정이 아쉽다며 조 전 장관을 위로했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조 전 장관께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고, 정세균 전 총리도 "가혹한 결정"이라며 조 전 장관에게 위로 메시지를 남겼어. 하지만 여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아직까지 직접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어. 그를 대신해 이 지사의 열린캠프 박성준 대변인이 논평에서 "안타깝다"며 검찰개혁을 중단없이 추진하자고 말하는 데 그쳤어.

-이 전 대표와 이 지사가 이렇게 결이 다른 반응을 보인 배경은 뭐라고 봐?

-아무래도 선거 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된 거로 보여. 대선 경선 국면에선 조 전 장관을 지지하는 강성 친문 당원들의 표심은 매우 중요해. '추격자'인 이 전 대표로선 '이재명 대세론'을 흔들기 위해 강성 친문들의 표가 절실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지사는 본선행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조국 사태'에 민감한 중도층을 눈치 보지 않을 수 없어. 특히 이 전 대표는 최근 '조국 사태 공모설'에 휩싸여 곤혹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지지자들에게 '조국 편'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민주당 대선 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여권 성향 유튜브 방송에서 공개된 '조국 저격수'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녹취록을 근거로 "조국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윤석열과 이낙연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어. 해당 녹취록에는 "이낙연은 조국을 친 사람이다. 나한테 고맙다고 연락한 사람"이라는 발언이 담겼는데, 이 전 대표 측이 강하게 부인해도 지지자들 사이에서 의혹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야. 다만 이 전 대표는 정 교수 선고 관련 메시지가 지지자들을 과도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조 전 장관 문제는 (그의) 가족이 지금 직면하는 과도한 고통에 대한 공감, 연민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어.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의 혐의 재판을 받고 있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11일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벌금은 5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줄었다. /이선화 기자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의 혐의 재판을 받고 있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11일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벌금은 5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줄었다. /이선화 기자

-정 교수의 사모펀드 사건 혐의 '모두 무죄' 여부를 놓고도 설전을 벌이고 있지?

-응. 추 전 장관과 이 전 대표 등 대선주자들은 사모펀드 건이 '모두 무죄'를 인정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에 정 교수 사건을 수사했던 한동훈 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모두'가 아니라 '일부'가 무죄판결이 난 것이라며 반박했어. 그러자 추 전 장관 캠프는 유죄 판결이 난 미공개 정보이용 범죄, 범죄수익 은닉 범죄, 증거인멸 교사 범죄 등은 사모펀드와 아무 관계 없다고 재반박했어. 하지만 2심 재판은 사모펀드 관련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야. 조 전 장관은 자신의 5촌 조카가 운영한 '코링크PE'라는 사모펀드 운영사에 투자했는데 자금횡령 혐의만 무죄일 뿐, 자본시장위반 및 범죄수익은닉규제 위반, 금융실명법은 모두 유죄라는 거야. 재판부는 "시장경제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범행"이라고 했는데도 대선 주자들이 조 전 장관을 너무 감싸느라 이런 부분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와.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어.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이야 친문을 의식해 발언하겠지만, 내년 대선 국면에서도 지금과 같은 생각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야. 조 전 장관 사태로 민주당이 여러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는데 대선에서도 이런 리스크를 안고 갈 수 있겠냐는 거지. 대선 정국에서 조 전 장관이 민주당에 계륵이 되지 않을까 싶어.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최근 불거진 최 전 원장 선조의 친일 의혹에 대해 같은 논리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 역시 친일파라며 반박했다. /최 전 원장 캠프 제공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은 최근 불거진 최 전 원장 선조의 친일 의혹에 대해 "같은 논리라면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 역시 친일파"라며 반박했다. /최 전 원장 캠프 제공

◆최재형, 친일 의혹에 '애국 이미지' 흔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 4일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애국가를 독창해 눈길을 끌었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었는데, 친일 의혹에 휩싸였어. 최 전 원장 일가는 독립운동가 집안이라고 알려진 것과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한 거야.

-친일인명사전을 집필하는 민족문제연구소 박수현 사무처장은 12일 JTBC와 인터뷰에서 "최재형 조부와 증조부의 행적은 독립운동가의 삶으로 볼 수 없다"며 "이완용처럼 1급 친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부역했다"고 주장했어. 그는 최 전 원장의 증조부 고 최승현 선생이 1918년부터 1936년까지 강원도 평강 지역 면장으로 재직한 것에 대해 "10년 넘게 면장으로 일한 건 그만큼 일제의 신임이 두터웠던 것"이라고 했어. 조부 최병규에 대해선 "최병규가 참여한 동맹휴학 사건은 여태까지 항일운동으로 인정된 사례가 없다"면서 "최병규의 20대 이후 행적은 친일에 가깝다"라고도 했어.

-여권에서도 최 전 원장 조부와 증조부의 친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13일 민족문제연구소 인터뷰를 거론하며 "최 전 원장은 독립운동가 후손 행세를 할 게 아니라 역사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최 전 원장의 말과 행동에 진실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어. 전혜숙 최고위원도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제는 조부의 행적이 아니라 이 애국행적을 강조하고 그걸 이용한 최 후보의 거짓말이 문제"라고 꼬집었어.

-최 전 원장은 조부의 친일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한마디로, 최 전 원장의 조부는 친일파가 아니라는 주장이야. 캠프의 김종혁 언론미디어 본부장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조상들이 식민지에 살아야 했던 역사의 커다란 상처를 필요에 따라 악용하는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며 "면장을 오래 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 혐의를 덮어씌우는 논리대로라면 일제시대 농업계장을 지냈던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도 친일하신 것인가"라고 반문했어.

-또, 최 전 원장의 증조부가 1932년 일제로부터 받은 '국세조사기념장' 친일 증거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세 사업은 인구조사였고, 일제는 인구조사를 끝낸 뒤에 수많은 면장에게 기념장을 줬다"며 "훈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 그는 "일제 저항에서 양심적으로 살아온 걸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에게 윽박지르는 것이야말로 우습기 짝이 없는 거 아닌가"라고 비판했어.

-최 전 원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애국'이잖아. 최 전 원장의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이고, 가족 모임에서도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것으로도 알려졌잖아. 그런데 이번 친일 논란은 그의 이러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 보여.

-친일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잖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이를 확인했다면 최 전 원장이 인정하거나 혹은 유감을 표명하는 게 맞다고 봐. 최 전 원장이 직접 친일을 한 것도 아니고, 증조부와 조부기 때문이야. 그동안 정치권에서도 당사자가 아닌 조상들의 친일이 드러난 경우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야.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연좌제가 없는 국가야. 최 전 원장이 잘못 알고 있었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이제라도 제대로 확인해서 밝히는 게 본인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국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경선 불복론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경선 불복론'을 둘러싼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파장 커진 '경선 불복' 논란..."후단협 생각난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선두 그룹의 '네거티브 휴전'으로 한결 가라앉은 듯한데 뜬금없이 '경선 불복' 논란이 터져 나왔어. 경선 결과 승복은 너무 당연한 것 아냐?

-맞아. 이낙연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의원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원팀이) 장담이 안 된다"고 언급한 게 발단이 됐어. 그러자 이 지사 측이 과하게 반응했어. 이 지사 캠프 선대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지난 12일 각 캠프 선대위원장에게 '경선 승복 선언'을 하자고 제안하는 지경에 이르렀어.

-하지만 여섯 명의 후보들이 모여 '원팀 협약식'까지 한 마당에 '경선 승복 선언' 자체가 민망한 일이야. 다른 후보들도 승복 선언은 말이 안 된다며 거부하는 입장이야. 이낙연 전 대표는 "제 사전에 불복이 없다"고 확언했고, 추미애 전 대표도 "국민과 당원들 보기에 민망할 것 같다"며 "우려를 낳은 후보 측이 계시다면 서로 충분히 오해를 푸시라"고 했어. 각 캠프 입장을 확인한 우 의원은 "안팎으로 경선 결과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경선 불복 논란을 매듭지었어.

-이 지사 측은 왜 이렇게까지 '경선 승복 선언'에 집착한 걸까.

-민주당에 큰 후유증을 안겼던 2002년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도로 보여. 대선 경선 후보인 김두관 의원도 설 의원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후단협'이 생각난다"고 했어. 후단협 사태는 2002년 대선에서 새천년민주당 의원들이 당 단일 후보로 선출된 노무현 후보를 인정하지 않고 후단협을 결성해 2002년 월드컵 4강으로 지지율이 급격하게 오른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와의 교체를 주장하며 '노무현 사퇴'를 요구한 사건이야. 대선 과정에서 유력 주자였던 이인제 후보가 사실상 불복하고 탈당한 뒤 상대 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선언하면서 당이 분열된 게 후단협의 발단이기도 해.

지난달 28일 MBN스튜디오에서 MBN과 연합뉴스TV가 공동주관하는 본경선 1차 TV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정세균, 이재명, 이낙연 후보가 시작에 앞서 인사를 나누던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지난달 28일 MBN스튜디오에서 MBN과 연합뉴스TV가 공동주관하는 본경선 1차 TV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정세균, 이재명, 이낙연 후보가 시작에 앞서 인사를 나누던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경선 불복' 논란이 생길 만큼 민주당 대선 경선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중심으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분위기야. 아마도 향후 단일화가 경선판을 흔드는 주요 변수가 될 듯한데, 분위기는 어때?

-후발주자들은 인위적 단일화를 일축하면서 '경선 완주'를 거듭 강조하고 있어. 하지만 한 후보가 과반 이상의 득표를 못 하면 결선 투표를 통한 단일화는 불가피해. 이런 가운데 특이한 움직임이 감지됐어. 정세균 캠프에서 '미래국방선진화본부장'을 맡았던 김병주 의원이 지난 11일 이재명 캠프로 합류한 거야.

-정세균 캠프 SNS 단체방도 며칠 전에 퇴장했다고 해.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 없이 현역 의원의 캠프 이동은 이례적이야.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 의원의 이재명 캠프행에 대해 뒷말이 무성해. 김 의원이 이 지사와 정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와. 정치권에선 '이낙연·정세균' 단일화에 더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정 전 총리가 이 전 대표와 손을 잡을 이유도 딱히 없다는 거야. 특히 여권에선 이 전 대표가 안 그래도 '자기 사람을 잘 챙기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는데 두 사람이 단일화할 경우 군식구인 정 전 총리 측 인사를 보듬어줄 수 있겠냐는 말도 여의도 정가에서 나오고 있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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