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계획대로 안 되는 '코로나19 위기 대응' 구상
입력: 2021.08.12 00:00 / 수정: 2021.08.12 00:00
코로나19 4차 대유행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관련한 발언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코로나19 4차 대유행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관련한 발언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대통령 발언과 현실의 괴리…'안이한' 상황 인식?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 있게 발언한 대로 코로나19 위기 대응이 잘 이뤄지지 않는 모양새다.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4단계)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면서 5주째 이어지고 있지만, 4차 대유행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급기야 11일에는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223명 발생하면서 처음으로 2000명을 넘었다. 지난달 7일부터 전날(10일)까지 35일 연속 1000명대 네 자릿수 확진자가 나왔고, 36일째에는 전날(1537명)보다 무려 686명이 급증하면서 2200명대로 늘었다.

4차 대유행 종식을 위해선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전'과 '방역수칙 준수'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관련한 발언이 현실과 괴리가 있거나, 번번이 빗나가면서 국민 신뢰까지 흔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동안 시행한 고강도 방역 조치가 확산세를 꺾지는 못했어도, 급격한 확산세를 차단하는 데는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라며 "지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코로나 확산 차단에 전력을 다하고,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 두 가지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는 주간 단위 같은 요일을 기준으로 잇달아 요일 최다 확진자가 나오던 시점이다. 결국 '확산세 차단에 효과가 있었다'라는 문 대통령 발언 후 이틀 만에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최대 확진자가 발생했다. 9~10일 일 평균 백신 접종자는 1차 35만 명, 2차 17만 명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하루에 100만 명 접종도 가능한 의료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백신이 부족해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수도권에 처음으로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12일에는 "방역에 대한 긴장을 최고로 높여 '짧고 굵게', 상황을 조기에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짧고 굵게' 끝낼 수만 있다면, 일상의 복귀를 앞당기고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확산세를 반드시 조기에 끊어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후 4단계 조치가 5주째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 확산세가 더욱 가팔라지면서 짧고 굵은 최고 단계의 거리두기 시행은 무산됐다. 특히 '위기의 정점'이 아직 오지 않은 만큼 4차 대유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백신 수급'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발언도 번번이 빗나갔다.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달 5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백신 접종을 계획대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방역에서도 다시 긴장감을 높이고 방역의 고삐를 조여야 하겠다"라며 "다행히 백신 접종은 국민들의 높은 참여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달부터 충분한 백신 물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mRNA 백신 접종을 1만4000여 개 민간 의료기관으로 확대해 접종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 이익이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교차 접종으로 변이 바이러스 대응력을 높이고, 접종 간격을 단축하겠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자신한 안정적 백신 공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7월 말까지 국내에 들어온 모더나 백신 물량은 104만 회분에 그쳤다. 8월 계획된 물량은 850만 회분이었지만, 절반 이하만 공급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00명대를 넘어선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00명대를 넘어선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결국 정부는 화이자와 함께 하반기 백신 접종 구상의 핵심 축이었던 모더나 백신 수급 불안에 mRNA 백신 접종 간격을 한시적으로 기존 4주에서 6주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정부는 화이자 백신 접종 간격을 3주에서 4주로 늘렸다.

다른 나라에 비해 백신 접종이 늦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백신 수급 불안도 지속되자 1차 접종률을 늘려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한 판단에서 나온 조치이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1차 접종만으로는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고위험군부터 접종 완료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1일 0시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백신 1차 접종률은 42.1%, 접종 완료율은 15.7%다. 이날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1차 접종률은 뉴질랜드, 호주, 콜롬비아, 멕시코에 이어 뒤에서 다섯 번째이고, 접종 완료율은 '꼴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참모회의에서 "최근의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현재의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면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황이 좋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 유지'라는 표현은 확진자 수가 상대적으로 작게 나오고 있다는 점을 비교해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상대적으로 월등히 낮은 백신 접종 완료율에 관해서는 왜 아무런 언급이나 상황 설명이 따라오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코로나와 연관된 일련의 사태들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 결국 대통령의 '안이한' 상황 인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부대변인은 "하루 확진자 최대인 2223명을 기록한 날, 상대적으로 나은 형편이라는 발언이 대통령으로서 꼭 해야만 하는 것이었는가 진정으로 안타깝게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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