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그의 쇄신 행보에 당 내부에선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지난 5월 2일 당대표 수락 연설하는 송 대표. /남윤호 기자 |
당 내부 대체로 긍정 평가…쇄신 리더십 흔들리기도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우리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민주당 변해야 한다." (송영길 의원 4월 15일 당대표 출마 선언)
'변화'와 '유지'의 갈림길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0석이 넘는 거대한 '민주당호' 키를 잡은 지 100일이 지났다. 비주류로 삼수 끝에 당선된 그는 부동산 세제 정책 완화, 조국 사태 사과 등 강성 친문의 반발을 돌파하며 당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여러 현안에 대한 당내 빈번한 잡음 표출과 잇단 말실수로 리더십이 흔들리기도 했다. 편파성 논란 없이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당을 '원팀'으로 만드는 일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그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당대표 후보 가운데 가장 강한 '쇄신론'을 내세웠던 송 대표는 4·7 재보선 참패로 혼란스러운 당 분위기를 먼저 추슬렀다. 민심 경청 프로젝트 등을 통해 취임 한 달 만에 '조국 사태'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 비위 사건 등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성난 민심을 다독였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 여론이 형성되자 청와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인사 논란을 일찍 매듭지었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뢰한 소속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자 의혹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하는 결단을 내리며 '내로남불'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민주당 A 의원은 "보궐 선거 이후 당의 변화나 쇄신 의지, 대선 승리를 위해 이루려는 자세는 좋았다"고 평가했다. B 의원도 "선거 이후에 당 (지지율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하는 국면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송 대표는 조국 사태 사과, 부동산 정책 세제 완화 등으로 중도 외연 확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6월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를 마친 뒤 고개 숙인 송 대표. /이선화 기자 |
이탈한 중도 표심에 구애하는 행보도 이어졌다. 재보선 패인으로 꼽히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가장 먼저 손봤다. 당내 친문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완화를 당론으로 밀어붙였다.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는 강성 지지자들을 '대깨문'이라고 지칭하는 강수를 뒀다.
C 의원은 "아마 강성 친문들은 기분 나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당이 정말 올바로 가려면 친문 강성만 보고 가면 되겠나. 송 대표처럼 가는 게 맞다. 확실히 (송 대표의 중도 확장에 대해선) 긍정적이다"라고 했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의 상임위 18개 독식으로 냉전 상태를 이어갔던 야당과의 협치에 앞장선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송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여야 합의의 토대를 마련했고, 독식했던 상임위 18개 의석 중 7개 의석을 야당에 양보하는 데 힘을 보탰다.
특히 이전 지도부가 '법사위 사수' 방침을 고수했던 것과 달리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기기로 하는 등 중재를 이끌었다.
다만 당을 쇄신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흔들리는 위기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서 선회하면서 내부 혼선을 키웠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검토와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 육성 등을 공개적으로 밝혀 문재인 정부 기조와 충돌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12명 의원에 대한 탈당 조치도 매끄럽지 못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A 의원은 "주요 정책을 펼 때 다듬는 게 필요해 보인다"며 "SMR의 경우 당내 의견이 분분해 의견을 모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12명에 대한 탈당 조치는 매끄럽지 못했다. 처음부터 단호한 조치를 취하거나 아니면 탈당할 사람과 당에 남을 사람을 발표했어야 했는데, 미흡해서 국민의힘 결과가 나오면 우리가 아무 소리도 못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종종 내뱉는 말실수도 비판의 대상이다. 송 대표는 취임 후 "남편은 술 먹다가 혼자 돌아가신 분도 있고, 여자는 (외국) 가서 바람 나서 가정이 깨진 곳도 있다"며 '기러기 부부' 비하 발언을 해 지적받았고, 최근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영입한 국민의힘을 향해 '불임 정당'이라고 말해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송 대표의 취임 100일을 축하하면서도 "광주 철거 참사 당시 버스 운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하고, 야당을 '불임 정당'이라 표현하며 폄훼하고, 국민에게 상처를 준 모습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대선 경선 관리와 경선 후 갈라진 내부를 '원팀'으로 만드는 것은 송영길 대표의 과제다. 지난 5월 17일 산업재해 예방 TF 1차 회의에서 머리를 만지고 있는 송 대표. /이선화 기자 |
위기를 넘긴 송 대표에게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분열을 최소화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최대 과제가 남아있다. 하지만 벌써 대선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 편파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를 극복하고 경선 이후 민주당을 '원팀'으로 모으는 게 관건이다.
A 의원은 "지금은 경선이 격화되니 어쩔 수 없는데 경선이 끝나면 정책 통합을 잘해야 할 것 같다. 특히 (당내에서)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측과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골이 크다. 단순히 개인의 갈등이 아니라 한국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느냐의 문제이기에 당 차원에서 통합 조정해서 전체가 하나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C 의원은 "(경선 과정을) 잘 수습해 원팀으로 가느냐가 고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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