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지사직 사수' 이재명, 왜 '연차 사용'은 숨기나
입력: 2021.08.08 00:01 / 수정: 2021.08.08 00:01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지사 찬스 논란과 함께 지사직 사퇴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 나왔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하기 전 인사하는 이 지사. /이선화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지사 찬스' 논란과 함께 지사직 사퇴 목소리가 당 내부에서 나왔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하기 전 인사하는 이 지사. /이선화 기자

소모적 '네거티브 공방' 없도록 의혹 적극 해명해야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휴가철이다. 뜨거운 한여름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직장인의 숙명이랄까.

공무원이라고 다를 바 없다. 지사직을 유지한 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연차'는 더 소중할 것이다. 도정 업무 외에 대선 행보를 위한 일체의 개인 일정은 연차를 사용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복무 규정에 따르면 도지사의 연차 일수는 1년에 21일(6년 이상 경력)이다. 경기도 공무원의 경우 남은 연가 일수를 이월해 사용할 수 있는 '연가 저축제'가 있어 이 지사의 올해 연차는 법상 규정된 21일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 지사는 최소한 민주당 단일 후보가 결정될 때(10월 중순)까지 지사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경선 일정을 따라가기엔 허락된 휴일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이 지사의 올해 연차 사용 횟수는 '결혼 30주년'을 기념한 3월 31일과 대선 출마 선언일인 7월 1일, 지역 순회 일정이 있었던 7월 30일(대구·울산 방문)과 8월 2일(충북·대전 방문) 등 4일이다. 여기에 업무 내 시간(오전 9시~오후 6시)에 실시됐던 비대면 기자간담회(7월 2일), JTBC·MBN 토론(7월 5일), TV조선-채널 A 토론(8일), 2차 온라인 기자간담회·유튜브 '새날' 출연(7월 16일), 기본소득 정책발표 및 정책공약 기자간담회(7월 22일), 기본주택 정책발표 및 기자간담회(8월 3일), 민주당 20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8월 4일), 열린 캠프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8월 5일) 참여 과정에서 연차 또는 반차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최근 주말을 낀 나흘간 지역 순회 일정을 소화했다. 이틀은 연차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30일 대구 중구 남산동 전태일 열사 옛집을 찾아 살펴보고 있는 이 지사. /뉴시스
이 지사는 최근 주말을 낀 나흘간 지역 순회 일정을 소화했다. 이틀은 '연차'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30일 대구 중구 남산동 전태일 열사 옛집을 찾아 살펴보고 있는 이 지사. /뉴시스

한 달 전 민주당 예비 경선에 참여한 현직 지사들의 연차를 취재한 적이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도정 이외 정치 활동은 휴가 등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할 뿐, 이 지사의 올해 사용 가능한 연차와 남은 연차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 지사에게도 직접 물었지만 "개인 정치 일정은 휴가를 내고 있다. 비서실에 문의해달라"고만 했다. 비서실은 공보 담당자에게 공을 떠넘겼고, 공보 담당자는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양승조 충남도지사의 연차를 파악할 때는 도청에서 한 번의 통화로 곧바로 알려줬기에 경기도 측의 소극적인 태도가 무척 아쉬웠다.

최근 경기도로부터 8억 8000여만 원(전체의 62.27%)의 출자금을 받는 경기도교통연수원 소속 사무처장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대화방에서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 비방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도지사의 지위를 선거운동에 활용한다는 이른바 '지사 찬스' 문제가 거론됐다. 같은 처지였던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도정 수행과 경선을 동시에 치른다는 것은 양심과 공직 윤리상 양립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사직을 사퇴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 전 대표 측 수석대변인 오영훈 의원은 "도민은 뒷전이고 자신의 대선 경선 준비에만 한창"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이 지사 측은 동료 의원인 오 의원을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허위 사실 유포'로 신고했다.

'지사 찬스' 논란이 불거지자 민주당 선관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5일 "불공정 문제가 아니라 적절성 면에서 (지사직에서) 사퇴했으면 좋겠다"며 '사퇴론'을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지사직을 갖고 있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지 않으냐"고도 했다. 이에 이 지사는 6일 "만약 저에게 '대선 경선 완주'와 '도지사 유지' 둘 중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도지사직을 사수하겠다"고 폭탄 발언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 측이 "경기 도민의 안전을 위해 도정에만 전념하고 차라리 경선 후보를 사퇴하시라(배재정 대변인)"고 하자 이 지사 측 정진욱 대변인은 "달을 보랬더니, 손가락만 본 셈"이라며 "이재명 도지사는 아무리 힘들어도 주권자와의 약속을 최선을 다해 지킬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또 하나의 설전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후보 스스로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해명하는 게 네거티브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이 지사. /뉴시스
후보 스스로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해명하는 게 네거티브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이 지사. /뉴시스

지난 7월부터 한 달여간 여권 선두인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경기도 유관기관 직원 SNS 활동, 백제 발언 논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참여 여부, 여배우 스캔들, 음주운전 재범 의혹, 조폭 연루설까지 눈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집안싸움을 벌이면서 국민 피로도를 높였다. 이에 일부 주자들은 당 차원의 후보 검증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까지 했다. '제 살 깎기'인 것을 알기에 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건 당연해 보인다.

결국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을 줄이고 본선 리스크를 예방하려면 후보 스스로 의혹 검증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지사 측이 100만 원 이하 벌금까지 포함된 범죄·수사경력 회보서를 공개하자 음주운전 재범 의혹이 해소된 것처럼, 오 의원이 '지사 찬스' 의혹을 제기했을 때 선관위 신고 대신 업무추진비와 주유비 등을 과감하게 공개했더라면 논란은 쏙 들어갔을 일이다.

지난 4일 이 지사의 '연차'를 묻기 위해 경기도 측에 다시 문의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경기도지사의 1시간은 138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발언이 신뢰를 얻으려면 행보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가 우선돼야 한다. 그도 아니면 '도지사'와 '대선 후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데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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