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文대통령의 올림픽 '맞춤형 축전', "직접 썼나요?"
입력: 2021.08.07 00:00 / 수정: 2021.08.07 00:00
도쿄 올림픽이 폐막을 앞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여느 국민과 다르지 않게 틈틈이 올림픽을 보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선수들에게 맞춤형 축전을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도쿄 올림픽이 폐막을 앞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여느 국민과 다르지 않게 틈틈이 올림픽을 보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선수들에게 맞춤형 축전을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K-글로벌 백신 허브화 비전 및 전략 보고대회'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文' 떠난 최재형, 야권서 대선 출마 공식화…시작부터 구설수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도쿄 올림픽이 끝을 향해 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도 여느 국민과 다르지 않게 틈틈이 올림픽을 보면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했다. 특히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선수들에게는 따로 맞춤형 축전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장·차관급 8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는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는 이번에도 채워지지 않았다. 적임자를 찾는데 다소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임기 중 감사원을 떠나 국민의힘으로 간 최 전 감사원장은 지난 4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대권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미담 제조기'로 유명했던 최 전 원장은 대권행보를 시작하자마자 '준비 부족', '애국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했고, 일부 대선 후보들은 '후보 검증단' 설치를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합당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 체조 신재환 선수와 동메달을 획득한 여자 배드민턴 복식 김소영·공희용 선수에게 보낸 축전. /문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남자 체조 신재환 선수와 동메달을 획득한 여자 배드민턴 복식 김소영·공희용 선수에게 보낸 축전. /문 대통령 페이스북 갈무리

◆文대통령, 국민과 함께 올림픽 선수들 응원·격려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일반 국민과 다르지 않게 문 대통령도 틈틈이 올림픽을 보면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는 거지?

-맞아, 이번 주 문 대통령은 금메달을 딴 남자 기계체조 도마 신재환 선수, 동메달을 획득한 여자 복식 배드민턴 김소영·공희용 선수, 여자 기계체조 도마 여서정 선수에게 축전을 보냈어. 선수들의 특별한 사연을 담아 맞춤형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문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주요 올림픽 경기들을 직접 챙겨 보고 있다고 해.

-문 대통령은 여서정 선수에게는 "최고난도의 '여서정' 기술이 아주 멋졌다"며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탄생을 축하한다"고 했고, 신재환 선수에게는 "신 선수의 환상적인 금빛 착지에 세계가 환호했다"며 "새로운 '도마 황제'의 출현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어. 해당 장면을 직접 봤기 때문에 이런 내용의 축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아.

-김소영·공희용 선수에게 보낸 축전에선 3·4위 전에서 멋진 경기를 펼쳤던 이소희·신승찬 선수를 언급하기도 했어. "함께 경기한 네 선수 모두 최선을 다한 아름다운 승부였다"며 "경기 후 네 선수가 나눈 위로와 우정의 포옹은 올림픽 정신을 온전히 보여줬다"고 했는데, 이 경기도 지켜본 것 같아.

-지금까지 문 대통령이 축전을 보낸 선수만 30명이 넘어. 그리고 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아시아 수영의 역사를 새로 쓴 황선우 선수에게도 "장하고 자랑스럽다. 메달 이상의 시원함을 준 황 선수와 코치진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메시지를 전했어. 도쿄 올림픽 폐막(8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의 축전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해(웃음).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축하 메시지를 직접 대통령이 쓴 거야?

-그렇지 않아도 궁금해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게 확인했는데 SNS 축전을 쓸 때 참모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대통령 본인이 직접 경기를 챙겨보고, 맞춤형 축전 내용도 직접 찾아보고 쓰신거라고 하더라고. 대통령의 의중이 그대로 담긴 축전으로 이해하면 될 듯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장·차관급 인사 8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공석인 감사원장 인사는 발표하지 않았다. 장관급인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운데 왼쪽),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운데 오른쪽), 차관급인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고규창 행정안전부 차관, 이승우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박무익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내정자.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장·차관급 인사 8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공석인 감사원장 인사는 발표하지 않았다. 장관급인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운데 왼쪽),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운데 오른쪽), 차관급인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고규창 행정안전부 차관, 이승우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박무익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내정자. /청와대 제공

◆장·차관급 8명 인사…최재형 후임은 여전히 '공석'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장·차관급 8명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는데, 빈자리를 다 채운 게 아니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감사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빠졌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헌법기관으로서 감사원의 역할과 기능에 부합하는 업무 역량과 도덕성을 갖춘 적임자 임명을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 같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의혹'이 제기되면서 낙마한 박준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후임 후보자도 빠졌는데?

-해양수산부는 문성혁 현 장관을 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국정 성과를 마무리 지어야 할 시기"라면서 "현 장관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어.

-문 대통령 임기 말인 만큼 새로 임명되는 고위 정무직 인사는 사실상 임기가 10달가량에 불과해서 외부인사 중에서 적당한 후임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보여. 이번 인사에서도 행시 출신 관료가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행시 출신 인사의 고위 정무직행은 올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인사 흐름이기도 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미라클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파주 미라클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최재형 대선 출정식…준비 부족 노출에 애국가 논란도

-문재인 정부를 떠나 국민의힘으로 간 최 전 감사원장은 지난 4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어. 출마 선언식은 코로나19 방역을 고려해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지. 최 전 원장의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했는데, 이날 최 전 원장이 애국가를 독창해 눈길을 끌었어. 성악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우렁찬 목소리로 비장하게 애국가를 불렀는데, '정치인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라는 반응이 많았어. 일부 기자들은 출마 선언문이나 질의응답보다도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을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기도 했어.

-최 전 원장은 이날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과 함께 가족들이 명절 때 한자리에 모여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하는 영상도 소개했어.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가족들에게 애국가를 강요하는 건 '전체주의' 성향이 짙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어. 이에 대해 최 전 원장은 "나라를 사랑하는 것하고 전체주의하고는 다르다"고 반박했는데, SNS상에선 이번 논란으로 최 전 원장에게 '꼰대'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어.

-한 네티즌은 "저 집 며느리로는 못 갈 것 같다"고 지적했는데, 그러자 최재형 캠프 측에서는 최 전 원장의 아버지인 고 최영섭 전 해군 대령의 며느리들(여명희·이소연·안숙희·이정은)이 가족 성명을 내기도 했어. 이들은 "애국가 제창이 왜 비난받아야 하나. 저희 아버님 명예를 더 이상 훼손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지. 당사자들이 '자발성'을 강조하긴 했지만, 이번 일로 최 전 원장 호감도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보여.

-다시 최 전 원장의 대선 출마 얘기로 돌아가면, 최 전 원장은 직접 대선 출마 선언문을 썼다고 해. 캠프 측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후보님이 직접 한 자 한 자 선언문을 작성했다. 심지어 쉼표, 마침표마저도 모두 다 했다"고 말했어. 최 전 원장은 출마 선언문에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왜' 대선에 나섰는지를 앞쪽에 배치했어. 그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했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로 첫 공식일정을 시작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무명용사의 묘역에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로 첫 공식일정을 시작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무명용사의 묘역에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나름대로 미래 비전도 제시했어. △시장 경제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 △불합리한 규제 제거 △청년들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 제공 △공교육 정상화 △탄탄한 사회 안전망 정비 △연금제도 개혁 △탈원전 정책을 포함한 국가 에너지 정책 전면 재구축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 강력한 안보 태세 구축 등을 약속했지. 다만 세부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인상을 줬어.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일부 질문에 제대로 답을 내놓지 못했어. 대신 솔직하게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라며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어.

-최 전 원장의 준비 부족 사과에 여당에선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가 이제 연습해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꼬았어. 결국엔 자신만의 국가 비전과 국정 운영 철학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게 대선인데 7개월 남겨두고 공부하겠다고 하는 건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는 발언이었다는 생각도 들어. 다만 최 전 원장이 "준비했던 내용들을 정리해 국민께 곧 말씀드릴 것"이라고 약속했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그래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 전 총장보다는 최 전 원장에 대한 평이 좋아 보여. 국회 직원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지난 2일 두 사람이 각각 국회 국민의힘 의원실을 돌며 인사했던 '상견례'를 비교 분석한 글이 올라왔어. 국민의힘 소속 보좌진인 글쓴이는 윤 전 총장은 수행원을 동반했고, 의원실에 의원이 없자 별말 없이 떠난 반면 최 전 원장은 혼자 와서 자기소개도 하고 안부도 물었다고 주장하며 윤 전 총장을 비판했어.

-윤 전 총장은 의원실을 돌면서 '외부인 방문 시 사전 신고'를 해야 하는 국회 사무처 코로나19 방역 수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고, 결국 확진자 밀접 접촉으로 코로나19 검사도 받았어. 최근 '페미니즘 저출산 원인', '부정 식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잇단 말실수로 여권의 비판 받고 있는데, 당 내부에서도 윤 전 총장에 대한 부정 여론이 형성되는 모양새야.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 모두 호된 대선 출마 신고식을 치렀는데,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봐야겠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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