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 네거티브 공방 이어 부동산 정책 경쟁…'공공주택 공급' 현실성 의문
입력: 2021.08.05 05:00 / 수정: 2021.08.05 05:00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주택 공급 공약을 연이어 발표했다. 각각 지난 3일과 4일 공약 발표하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주택 공급' 공약을 연이어 발표했다. 각각 지난 3일과 4일 공약 발표하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이선화 기자

이재명 "역세권 공공주택 250만호" vs 이낙연 "서울공항 부지에 고급주택 3만호"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양질의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한다는 공약을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역세권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살 수 있는 '기본주택' 25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낙연 전 대표는 서울공항을 이전해 친환경 소재 등을 사용한 고급 주택 3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장담했다. 국민 최대 관심사인 '집값 안정'을 겨냥해 대선 주자들이 현실성 없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1, 2위 주자는 네거티브 공방에 이어 부동산 정책 대결로 맞붙었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임기 내 기본주택 100만 호를 포함해 총 250만 호를 역세권 핵심 요지에 시세의 50~60% 수준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집값 안정을 위해 국토보유세 강화, 분양가 상한제 등을 통한 투기수요 억제도 중요하지만, 품질 높은 공공주택이 대량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이 지사의 기본주택은 무주택자 누구나 건설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평생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의 공공주택이다.

이 지사는 "역세권에 10억 원 정도 하는 정말 좋은,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현재 가격으로 월 67만 원 정도면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여권 대선 주자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공공 주도 주택 공급 기조를 이어받으려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6월 10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한 후 회견장을 나서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가운데). /남윤호 기자
전문가는 여권 대선 주자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공공 주도' 주택 공급 기조를 이어받으려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6월 10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한 후 회견장을 나서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가운데). /남윤호 기자

이 전 대표는 4일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을 이전시키고, 그 부지에 양질의 공공 주도 주택 3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 전 대표는 "강남-송파-판교의 업무 중심 벨트와 위례 신도시-성남 구도심 주거 벨트의 두 축이 연결된 인구 약 10만 명 수준의 스마트 신도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공항 이전 후 고도 제한이 해제된 주변 지역에 4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임대 주택은 품질이 낮다는 거주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아토피를 예방할 수 있는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며, 3인 가구부터는 화장실과 욕실을 2곳 이상 설치하는 등 '고급형 아파트'를 짓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후보들은 주택 공급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차별성도 부각했다. 이 전 대표는 "많은 후보가 주택 공급 공약을 내놓는데 주택을 어디에 지을지에 대한 말이 없다"며 "처음으로 대규모 부지를 제시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캠프 김효은 대변인도 "이재명 후보는 전체 부산광역시 주민보다 많은 인구가 거주할 양질의 아파트 100만 채를 역세권 같은 입지 좋은 곳에 5년 내에 건설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입지나 재원, 세부 공급 계획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여권 대선 주자들 모두가 실현 가능성이 낮은 '주택 공급'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민간 공급을 활성화하는 방안은 보이지 않고, 재정 부담이 크다는 점이 공통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또 이미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문재인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 기조를 계승해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기본주택에 대해 차라리 가랑잎 타고 태평양을 건너라라며 낮은 실현 가능성을 지적했다. 지난 2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 하는 윤 의원. /국회=남윤호 기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기본주택'에 대해 "차라리 가랑잎 타고 태평양을 건너라"라며 낮은 실현 가능성을 지적했다. 지난 2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과 질의응답 하는 윤 의원. /국회=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희숙 의원은 이 지사의 '기본주택'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게 가능하다면 왜 그동안 민간이고 정부고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을까"라며 "현재 LH 공사는 임대주택 한 채당 부채 1억 2000만 원씩을 머리에 이고 있다. 소유권 이전이 어려운 임대주택에 5억이나 빌려줄 사람도 없을 테지만, 이런 부실한 사업에 '담보로 짓고 또 빌리고 끝없이 빌리고'의 고리가 정부 보증 없이 어떻게 가능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상을 부추겨 매표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실현 불가능한 공약(空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지사의 '기본주택'은) 어디에 짓겠다는 말도 없고, 재원 조달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도 없다. 이번 정부도 공공주도형으로 가다 실패했는데 다시 공공주도형으로 주택 정책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이야기한 주택 3만 호 공급도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서울공항) 전투비행단을 없애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남 서울공항은 수도를 방어하는 유일한 공군기지다. 그러면서 "오히려 재개발·재건축을 민간에 맡겨 용적률을 올려주면 30만 호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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