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 남북 통신선 복원 등을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국회사진취재단 |
"김정은,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요청…관계개선 의지"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국가정보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 "가벼운 걸음걸이와 깊숙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장면들을 볼 때 크게 건강 이상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3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원으로부터 통신연락선 복원 배경과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 등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7월 한 달간 8회에 걸쳐 활발하게 활동한 점을 언급하며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뒤통수에 파스를 붙인 모습이 포착돼 건강 이상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회 정보위 국민의힘 간사 하태경 의원은 "패치는 며칠 만에 제거했고 흉터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또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배경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요청한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어 "지난 4월부터 남북 정상 간 두 차례 친서 교환을 통해 남북 간 신뢰 회복과 관계 개선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판문점 선언 이행 여건을 탐색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대외적으로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당국 간 긴밀한 대북정책 조율 결과를 주시하면서 우리 정부가 향후 북미 관계 재개를 위해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4~27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제1차 군 지휘관·정치간부 강습회를 지도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
남북 연락선 복원 후 '2인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상황이다. 한미 당국이 10~13일, 16~26일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과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연합훈련 중단 요구는 통신 연락선 복원의 대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국정원은 "북한이 근본 문제로 규정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선결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할 경우 남북관계 상응 조치 의향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한미 간 협의 및 우리 대응을 예의주시하며 다음 행보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한미연합훈련의 중요성을 이해하지만 대화와 모멘텀을 이어가고 북한 비핵화의 큰 그림을 위해선 한미연합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는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2일) 최고위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염려한 적대적인 훈련이 아니라 평화 유지를 위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도 이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동안 연례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내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국회의원 76명은 지난 1일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주장하는 등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박 원장은 또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해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그는 "다양한 정보 등을 종합해볼 때 북한은 지난 3년 동안 핵실험을 하지 않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도 발사하지 않았는데 미국이 아무런 상응조치 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쌓여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대북경제 제재 일부를 조정 또는 유예해서 북한의 의구심과 불신을 해소해줘야 대화로 유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북제재 조정 또는 유예 수준에 대해 국정원은 "북한은 북미회담 전제 조건으로 (하노이 회담 때 요구했던) 광물 수출·정제유 수입·생필품 수입 허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하 의원은 "생필품 중에서 꼭 풀어야 하는 게 무엇이냐고 질문했는데, 고급 양주하고 양복이 포함된다(고 보고했다)며 "이게 김정은 위원장이 혼자 소비하는 게 아니라 평양 상류층 배급용이다. 상류층 생필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생필품을 (대북제재 품목에서) 풀어주라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의 경제사회 동향 관련, 국정원은 "코로나19 발생 징후는 아직까지 없다"고 보고했다고 김병기 의원은 전했다. 김 의원은 "단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국정원이 판단하기에도 코로나19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