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판에 목소리 커진 민주당 강경파
입력: 2021.08.02 00:00 / 수정: 2021.08.02 00:00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처럼회 소속 윤영덕, 황운하, 민형배, 장경태 의원(왼쪽부터). /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처럼회 소속 윤영덕, 황운하, 민형배, 장경태 의원(왼쪽부터). /이선화 기자

법사위 합의 파기 요구·조국 옹호·언론중재법 강행 예고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4·7재보선 이후 달라지겠다며 '민생 우선' '쇄신'을 외쳤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전의 '개혁' 기조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조국 전 법무장관을 공개적으로 감싸는가 하면, 야당의 반발에도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법사위원장 양보' 파기를 주장하고 있다. 경선 국면에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이 끌려다닌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 강경파는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한 '21대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양보'를 재고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처럼회 소속 민형배·윤영덕·장경태·황운하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의 완전한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는 법률의 체계, 타법과의 상충 문제 및 위헌적 요소를 검토하는 게 본래 기능인데, 정략적 판단에 따라 법안의 본질적 부분까지 수정하거나 의도적으로 법안을 계류 시켜 발목을 잡는다"면서 "소관 상임위의 전문성과 정책적 판단을 존중하도록 법사위에 부여된 우월적 권한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 지도부는 체계 자구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줄이는 등 야당의 '발목잡기'를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들은 "그 국회법 개정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당원의 뜻이 곧 길이다. 당원과 싸워서 이긴 당권 없다"며 관련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거듭 요청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다시 언급했다.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윤호중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민주당 지도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다시 언급했다.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윤호중 원내대표. /이선화 기자

지난 6월 송영길 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가 무색하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감싸는 모습도 보였다. 조 전 장관 딸의 친구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 조 씨가 출석했다며 말을 바꾼 게 계기가 됐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조 씨 친구 장모 씨를 조사한 검찰에 대해 위증교사 권력남용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은 즉시 감찰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조국 전 장관 사건에 대한 진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고 있다"며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조국 사태'가 4·7 재보선 참패의 요인이라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언급 자체는 삼갔던 두 달 전 당내 상황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18개 상임위원장 독식으로 '임대차 3법' 등을 강행 처리했던 독주 본능도 되살아났다. '허위·조작' 언론 보도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린다는 내용의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단독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법안심사 소위를 강행 처리한 데 이어, 당 미디어특위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임위에서도 계속 노력하되 안 되면 표결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본회의 단독 처리를 시사했다.

당내 강경파가 부각되는 데는 선명성 경쟁에 나서야 하는 대선 경선 국면이라는 점, 김경수 전 지사의 대법원 확정 판결로 불안을 느낀 친문계의 분발 등이 배경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지난 6월 2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결과 보고회에서 고개를 숙이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 /이선화 기자
당내 강경파가 부각되는 데는 선명성 경쟁에 나서야 하는 대선 경선 국면이라는 점, 김경수 전 지사의 대법원 확정 판결로 불안을 느낀 친문계의 분발 등이 배경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지난 6월 2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결과 보고회에서 고개를 숙이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 /이선화 기자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진 배경에 대해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 이후 정권 교체 불안을 느낀 친문계가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시도라는 분석과, 대선 경선 국면에서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선명성 경쟁의 일환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강경파 움직임은) 김 전 지사 판결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대선 주자들은 경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할 텐데 그 전에 안전장치 확보에 나선 것"이라며 "이렇게 최대한 방어 전선을 여러 겹으로 구축해놓아야 나중에 정권이 바뀌어도 안전할 수 있다고 여길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고진동 평론가는 통화에서 "지금은 당내 경선 분위기여서 중도 확장에 대한 필요성이 높지 않다. 내부 결집을 해야 할 지금은 강경파 목소리를 뛰어넘을 만한 중도 성향의 주장이 먹히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민주당다운 무엇을 내놓아야 선명성이 부각된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 특별당규에 따르면, 대선 경선에서는 대의원·권리당원·일반당원·국민 모두 1인 1표로 합산돼 대의원·권리당원의 영향력은 전당대회에 비해 낮지만, 다수가 '친문'인 당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후보들은 선명성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각 후보 캠프가 강경파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1위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에는 강경파가 다수 포진돼 있다. 최근 박주민 의원과 이재정 의원이 각각 공동총괄본부장, 미디어본부장을 맡으며 합류했고, 이에 앞서 '처럼회' 소속 민형배 의원은 캠프 전략실장, 김남국 의원은 이 지사의 수행실장, 황운하 의원은 대전 조직담당을 맡으며 활동 중이다. 이 지사 역시 당에 '법사위 양보' 여야 합의를 재고할 것과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찬성' 입장을 밝히며 호응하고 있다.

고 평론가는 경선 국면에서 당 지도부의 세심한 조율과 관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 후보 캠프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그런데) 당 지도부가 (법사위 여야 합의) 헛발질을 하면서 오히려 강경 목소리가 드러나도록 만들어버렸다. 혼란을 자초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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