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당이 주도해 공약을 만들겠다며 최종 후보 확정 전 예비공약을 완성한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선정책준비단 1차회의 모습. /이선화 기자 |
후보 선출 전 예비공약 확정…당·캠프 조율 관건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정책준비단을 가동하고 '당 주도' 대선 공약 마련을 약속했다. 후보 캠프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당 정책위원회와 싱크탱크가 주도해 공약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각 후보 캠프와 시민사회도 두 손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 대선 주자 진영에선 특정 후보에 치우치는 편향성을 우려하고 있어 당과 후보 캠프 간 세심한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22일 대선 정책준비단을 출범해 1차 회의를 연 뒤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고 있다.
공약 발굴 로드맵은 크게 둘로 나뉜다. 먼저 핵심 공약을 선정해 9월 대선 후보별 맞춤형 담론을 개발하고, 10월 10일 최종 후보가 확정되기 전까지 예비공약을 완성한다. 이후 선출된 후보의 공약과 당의 공약을 합쳐 최종본을 공개한다는 것이다. 당은 이를 통해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비합리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 정책위원회는 ▲성장 동력 창출 ▲기후 위기 극복 ▲저출산·초고령 극복 ▲지역소멸 등 큰 틀의 방향을 제시하고,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후보 6명의 대표 공약을 취합해 공통 공약으로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연령, 직능 대표성이 다양한 이들이 참여하는 '공약검증 100인 위원회'를 구성해 공약의 완성도도 높일 예정이다.
각 후보 캠프도 '당 중심' 공약 마련 방침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28일 제20대 대선 후보자 '원팀'협약식에서 핵심공약 원팀 퍼즐 맞추기 퍼포먼스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송영길 대표와 대선 경선 후보들. /남윤호 기자 |
각 후보 캠프도 '당 주도' 공약 방침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실무를 총괄했다고 밝힌 추미애 후보 캠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 중심 선거는 숙원이었다. 당이 주도해 공약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7년 추 전 장관이 대표일 때도 당 중심 선거를 치렀다. 당이 정책 기조를 잡고 후보 캠프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존중했다. 어느 후보 캠프라도 모든 분야를 커버할 수는 없다"며 "후보와 당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정세균 후보 캠프에 속한 한 의원도 "당연히 공약은 당에서 만드는 게 맞다. 후보 캠프는 특색을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당의 기본적인 정책 흐름에 반하면 안 된다. 특히 후보 캠프에는 정책과 공약을 만드는 팀이 비대해지면 안 된다. 과거에는 소위 싱크탱크라고 해서 교수나 전문가를 모으기도 했는데 기본적으로 전문가도 당과 같이 작업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후보 캠프의 한 의원은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후보마다 공통적인 부분도 있고 상이한 부분도 있을 텐데 공통부분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여당이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지원해주는 게 중요할 것 같고, 후보 간 입장이 다른 부분은 당이 편향되지 않게 면밀히 검토하면서 국민적 검증과 정책적 검증 과정을 거쳐 잘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민주연구원은 지난 28일 예비공약으로 발전시킬 '핵심공약 테마'를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부동산·주거안정 ▲탈탄소 ▲일자리·청년실업 ▲최대공약수 젠더정책 ▲주식시장 활성화 ▲생활기본소득보장 ▲공정사다리 복원 ▲정예강군·단계적 모병제 ▲국가수도·행정수도 완성 ▲정년연장·연공제 폐지·임금피크제 연동 신(新)고용정책 ▲우주패권 G3(주요3개국) 등 총 11가지다. 일각에선 '생활기본소득'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이번처럼 후보 선출 과정에서부터 당이 공약을 만들게 되면 향후 당과 최종 선출된 후보의 공약이 엇갈릴 경우 조율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에도 당 주도의 공약 추진은 정당 정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전까지는 대통령 선거가 정당 중심이 아닌 후보 개인 캠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그러다 보니 대선 후보 선거공약을 캠프가 주도했고, 당선 후 대선후보 공약이 당의 정강·정책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정당이 중심이 돼 마련한 대선 공약은 집행할 때 중앙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되므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당청 관계도 유지할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은 청와대에 입성하면 강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여당과 거리를 두면서 당청 갈등을 초래하고, 임기 후반에는 야당이 주도권을 가지면서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일이 반복돼왔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과거에는) 캠프에서 공약 만들었던 분들을 '떴다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책 공약 들고 이 캠프 저 캠프 기웃거려 책임성이 없다. 정책 공약은 검증되고 공론화되는 사회화 과정이 꼭 필요하다"며 "당이 주도해 공약을 만드는 것은 정책정당으로 가는 길이다. 대선 공약의 많은 부분은 정당에 책임이 있으며, 어차피 대선 공약을 이행하려면 입법화할 일이 많기 때문에 당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당 중심 공약은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