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지역주의가 웬 말"…정치권 '과거 회귀' 경계령
입력: 2021.07.27 05:00 / 수정: 2021.07.27 05:00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진위 공방, 백제 발언 등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조성 선포 및 협약식에서 인사말하는 이 지사(왼쪽), 광주·전남과학기술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는 이 전 대표. /경기도청·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진위 공방, 백제 발언 등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 평택항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조성 선포 및 협약식'에서 인사말하는 이 지사(왼쪽), '광주·전남과학기술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는 이 전 대표. /경기도청·뉴시스

'집토끼' 공략 과열…여야 지도부 '선거 필패' 경고장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내년 대선을 7개월여 앞두고 정치권에 '과거 회귀' 경계령이 떨어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등 여야 유력 대권 선두주자들이 전직 대통령 탄핵과 지역주의 관련 논란을 이어가자 각 당 지도부가 경고장을 내밀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강성 지지자, 지역 기반 지지층을 겨냥한 경선 전략이지만, 오히려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먼저 대선 경선 레이스를 시작한 여권은 때아닌 '백제(百濟)' 논쟁을 벌이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공세의 포인트가 선거법 위반, 사생활 논란에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지역주의'로 옮겨간 것이다.

'백제' 논란은 이 지사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반도 5000년 역사에서 백제(호남) 이쪽이 주체가 돼서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한 발언에서 촉발됐다. 이 전 대표 측이 이를 '호남 대통령 불가론'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하자 이 지사 측은 '떡 주고 뺨 맞은 격'이라며 진의를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26일 페이스북에 "흑색선전인지 아닌지 직접 듣고 판단하라"며 해당 발언이 담긴 언론 인터뷰 녹음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역주의 비판이) 상식적인 반응 아니냐"며 "저뿐만이 아니라 당내에서도 여러 분, 또 다른 당에 소속된 정치인들도 똑같이 비판을 했다"고 반박했다.

'백제 발언' 공방 전에는 이 전 대표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때 어떤 입장이었는지 진위를 두고도 양 캠프가 설전을 벌였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 탄핵)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극했고, 이 전 대표 측은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경선 레이스를 시작하지도 않은 여권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0일 대구를 방문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제 마음속으로도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발언해 강성 지지층에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초기 코로나19가 퍼진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질서 있는 대처가 안 되고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라고 해 정치권 구태인 '지역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과거 회귀' 논란이 불거지자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다시 지역주의의 강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6명의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을 불러 논의 끝에 '상호 공방 중단' 합의도 도출했다.

민주당은 경선 후보 캠프 간 상호 비방 중단 합의를 도출했다. 민주당 중앙당선관위원장-후보캠프 총괄본부장 연석회의에서 기념촬영하는 이상민(가운데)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과 각 후보 선거캠프 총괄본부장. /이선화 기자
민주당은 경선 후보 캠프 간 '상호 비방 중단' 합의를 도출했다. 민주당 중앙당선관위원장-후보캠프 총괄본부장 연석회의에서 기념촬영하는 이상민(가운데)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과 각 후보 선거캠프 총괄본부장. /이선화 기자

이상민 선관위원장은 회의 후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데 있어 과거지향적이고 회고적인 쪽에 너무 내몰려 있다"며 "정작 앞으로 대통령이 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이란 부분이 잘 부각이 안 돼 있다. 청사진, 비전, 목표 등에 집중해 줄 것을 요청했고, 선관위도 그런 부분을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당 선관위는 오는 28일 민주당사에서 6명 후보가 모두 참석하는 공정경쟁 협약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듯 이 전 대표도 이날 오후 MZ세대 사무직 노조 간담회 일정 후 기자들과 만나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그 어떤 운동도 자제하는 것이 옳다"며 "그 문제(백제 발언)에 대해서도 더 이상 대꾸하거나 이러지 않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국민의힘 당 지도부도 공개적으로 대권주자를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 탄핵에 대한 입장차를 부각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강하게 억제할 것이고,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탄핵의 강에 들어가는 쪽이 (내년 대선에서) 진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21일 여야 당대표 토론회에서도 윤 전 총장의 대구 방문 발언에 대해 "탄핵의 강으로 다시 들어가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혹평한 바 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의 최대 과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안에 대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자신이 탄핵·수사 책임 분리 입장을 명확히 밝힌 상황에서 대권주자가 과거 지향적 행보를 보이면 중도 확장성이 약해진다는 지적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최근 지역주의 조장,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발언을 하며 퇴행적 행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대구 경제 살리기 간담회를 위해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과 인사하는 윤 전 총장.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최근 지역주의 조장,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관련 발언을 하며 퇴행적 행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오전 대구 경제 살리기 간담회를 위해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과 인사하는 윤 전 총장. /뉴시스

정치권에선 이처럼 한국 정치의 고질인 지역주의를 답습하려는 대권주자들의 행태에 대해 "경선 승리를 위한 '집토끼'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여권의 경우 호남 민심 확보가 경선 승리에 필수라는 인식 하에 지지율 1위를 수성하려는 이 지사와 지지율 반등을 꾀하려는 이 전 대표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면서 나온 모습이라고 보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선주자들의 과거 회귀 행태는) 대선에서 지역 연대를 의식해서 나온 것이다. 호남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영남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데 (각 주자들이) 집토끼를 겨냥해야 하는 경선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주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양날의 칼'처럼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역주의는 특정 지역에 대한 지지를 받으면 다른 지역의 반감을 가져올 수 있다. 양날의 칼이다. 그런데도 (대선주자가) 유혹에서 쉽게 못 벗어나고 과거 문법에 치중한 선거 전략으로 가고 있다. 87년 이후 대한민국 선거에서 지역주의는 상수로 존재했지만, 지금은 많이 희석됐는데 이걸 다시 불러일으킨다는 건 퇴행이다. 지역주의 때문에 표가 왔다 갔다 하는 과거와는 달라 (지역주의 조장)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대선주자들이 조금 안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지향적 행태가 여당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적폐청산했고, (경선 과정에서) 87년 전두환 정권,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 이야기를) 꺼낸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여당에 뿌리박혀 있는 과거 지향성이 갈등의 형태로 도출되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국민의힘이 (여전히)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현재진행형인 성격이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탄핵은 옛날 일이라 양쪽을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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