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적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19대 대선 과정에서의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과 부산에 이은 도정 공백 발생에 민주당은 당혹해 하고 있다. 또 '정권 정통성' 논란으로 비화될 수도 있어 여러 모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1일 경남도청 현관입구에서 대법원 유죄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김 전 지사. /뉴시스 |
경선주자들, 文대통령 수호자 경쟁 치열할 듯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내년 대선을 7개월여 앞두고 '친문 적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확정받자 여권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 비위 사건'으로 서울·부산을 내준 데 이어 경남 지역까지 '대선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무너진 탓이다. 야권이 '정권의 정통성' 문제까지 꺼내며 문재인 대통령 목 아래까지 칼날을 겨눈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축인 친문 세력의 결집력은 더 강해지고, 경선주자들의 '친문 구애'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김 전 지사의 징역 2년형 확정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됐던 그가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포털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는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 전 지사는 도지사직을 상실하고 2028년까지 선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민주당으로서는 서울·부산시장에 이어 경남지사까지 잃어 타격이 적지 않게 됐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김경수 전 지사의 '댓글 조작' 사건 대법원 유죄 판결에 대해 사과했다.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에 앉기 전 인사하는 송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
대법원 판결에 대한 민주당 반응에도 당혹감이 묻어 나왔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 이후 약 5시간 만에 논평을 내어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경남도 도정의 공백과 차질을 최소화하고 김 지사가 추진해 온 경남 발전전략이 안정적으로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당 차원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호소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경남도정 공백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대선 전략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물론 야권의 '정권 정통성' 공세 주장에도 밀렸다. 야권은 문 대통령 책임론까지 들고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국정원 댓글공작'에 대해 박근혜 청와대의 사과를 요구했던 점을 들며 "문재인 정부 정통성에 대한 공격을 할 수 있겠다"고 날을 세웠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정원 댓글 사건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규모의 여론조작, 선거공작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와대는 침묵했다. 민주당은 2017년 당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이 댓글 여론 조작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야권의 '정통성 훼손'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며 무리한 견강부회"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문 대통령과 여권의 정치적 부담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의 댓글 조작 판결뿐 아니라 청와대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까지 엮이며 비난 여론이 거세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김경수 지사의 대법원 유죄 판결로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친문 구애' 경쟁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일 합동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하는 이재명(왼쪽)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이새롬 기자 |
이런 가운데 친문 세력은 문 대통령을 수호할 적임자 찾기에 더 몰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지사의 유죄 확정으로 야당의 공세는 더 거세지고 문재인 책임론으로 비화될 수 있다"며 "그러면 친문 입장에선 누가 문 대통령을 지켜줄 후보인지 더욱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친문 진영이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출신이고,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며 본선 경쟁력까지 있는 이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이 평론가는 이 전 대표와 이 지사 모두 범친문계로 분류돼 있을 뿐이라며 "대선주자들이 친문계의 우려를 얼마나 달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주자들은 서로 문재인 수호자를 자임할 것"이라며 친문 경쟁이 앞으로 더 심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김 지사의 판결이 나오자마자 대법원에 '유감'을 표하며 친문 표심에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지사는 "같은 당 동지로 이런저런 고민을 함께 나눠왔는데 너무나도 안타깝다"며 "힘겨운 시간 잘 견뎌내시고 예전의 선한 미소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이 지사는 친문 비토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6월 김 전 지사를 만나 '원팀 정신'을 강조했고, 최근에는 그의 장인상에 아내 김혜경 씨를 보낸 바 있다. 이 전 대표도 "진실을 밝히려는 김 지사님의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법원의 판결은 몹시 아쉽다"며 김 전 지사를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