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자초(?)한 윤석열, 마이웨이 속 '마이너스' 발언
입력: 2021.07.21 00:00 / 수정: 2021.07.21 06:38
범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백신 보관창고를 둘러보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범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백신 보관창고를 둘러보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尹, 대구 찾아 자극적 발언…지지율 하락세 위기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범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독자적으로 민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아내와 장모의 '처가 리스크'와 함께 자신이 했던 발언이 도마에 오르면서 어려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20일 광주(17일)에 이어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았다. 곧장 2·28 민주운동기념탑을 참배하고 서문시장 상인 간담회 등 소통 일정을 소화하며 지역 민심을 훑었다. 이 과정에서 보수 표심을 잡기 위해 자극적인 발언으로 대구를 추켜세웠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대구 동산병원을 찾아 "작년 2월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의료진과 시민들의 노력을 지원해주기는커녕 우한처럼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철없는 미친 소리까지 막 나와 대구 시민들의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구·경북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최대 봉쇄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었다. 이후 야당과 지역민의 반발이 이어지자 당정청은 "지역 출입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방역을 촘촘히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음에도 논란은 한동안 지속됐다.

윤 전 총장은 또 "코로나19 초기 확산된 곳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다면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대구에서 애를 많이 쓰셨다"면서 "티 안 내고 당연히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방역에 협조한 데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다소 격한 발언에 대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대구의 지역감정을 갖게 하는 언어를 하는 것은 대통령 예비 후보 격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권 대권 주자 이낙연 전 대표는 "지역 갈라치기가 큰 정치냐"며 "형편이 급하더라도 정치를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보수적인 여론이 강한 포털사이트에서도 지나친 표현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이 상당수 있다. 한 누리꾼은 "직접 표현을 안 했을 뿐, 거의 '국민 개돼지론'인데 어떻게 저리 말할 수 있나. 윤 전 총장은 민란으로 지지율이 폭망해야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유·무죄만 따지는 흑백논리에 익숙한 사고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두운 면만 들춰내는 습성을 떨치기도 어렵다"며 검찰 출신인 윤 전 총장을 꼬집었다. "1일 1발언으로 바보 도장" "공감력이 없고 정무적 판단이 안 돼서 무슨 정치를 하겠나"라는 반응도 있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전 대구 경제 살리기 간담회를 위해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일 오전 대구 경제 살리기 간담회를 위해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윤 전 총장은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주 120시간 노동'을 언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현장의 어려움을 강조한 것이지 실제로 120시간씩 과로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공분을 산 터라 이미지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처럼 윤 전 총장은 최근 독자 행보로 표심을 얻는 데 주력하고 있으나, 되려 직설적인 말로 '마이너스' 효과를 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에도 줄곧 30%대 지지율을 유지해오다 최근 10%대까지 주저앉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을 정도다.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지난 17~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19.7%를 기록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10%대 지지율은 이번이 처음이다. 1위를 차지한 이재명 경기지사(27.1%)에게 크게 뒤지며 '양강 구도'가 허물어지는 모양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야권 대권 경쟁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 당의 조력을 받으며 서서히 존재감을 키우는 것과 대비된다. 물론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간 지지율 격차는 크다. 다만 윤 전 총장은 부인 김건희 씨 논문 표절 의혹과 장모 최모 씨의 구속 등으로 도덕성 타격이 큰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위기 상황을 맞은 배경은 처가의 영향이 크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또 자신의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점, 최 전 원장이 야권 대선주자 대안으로 떠오른 점 등이 꼽힌다. 이러한 악재가 겹치며 정치권 일각에선 대선 정국의 흐름이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흐를 것이라는 전망도 계속 나온다.

이언근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지난달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 기대보다 못 미치는 느낌을 주고 있다"며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선명한 국가 비전 제시가 부족하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앞으로 조금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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