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윤석열 광주행' 비난, '민주 정신'에 맞나
입력: 2021.07.20 00:00 / 수정: 2021.07.20 00:0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박관현 열사 묘비를 어루만진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더러운 손 쇼라는 비난이 나왔다. /이선화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박관현 열사 묘비를 어루만진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더러운 손' '쇼'라는 비난이 나왔다. /이선화 기자

김두관·정청래 尹 '광주행' 비난…갈라치기 비판 나와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1980년 5월, 신군부의 불의와 폭압에 맞선 광주시민의 항쟁은 부마민주항쟁, 6월 민주항쟁과 함께 우리나라 민주주의 실현을 이끈 결정적인 사건이다. 수많은 시민이 군부에 저항했고 계엄군의 총검에 쓰러졌다. 그해 5월의 광주는 국민 통합과 공동체 정신이 깃든 성지이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시대 정신으로 불린다.

최근 정치권에서 '광주'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은 야권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것에 대해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18일 "마치 자신은 광주의 아픔에 한 점 부끄럼이 없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 것은 뻔뻔한 악어의 눈물을 앞세워 광주의 정신을 모독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윤 전 총장의 '5·18정신을 헌법정신으로, 희생자의 넋을 보편적인 헌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언급하면서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윤 전 총장은 자신이 검찰의 수장이었음도 기억 못 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급기야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윤 전 총장이 손으로 만졌던 박관현 열사 등 묘비를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김 의원이 윤 전 총장의 '광주행'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이유는 '검찰' 소속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윤석열이 속했던 조직(검찰)에서 광주시민을 폭도와 빨갱이로 몰았던 전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18일 윤 전 총장의 민주묘역 참배를 두고 "어차피 중도 사퇴할 거 왜 자꾸 돌아다니나"라면서 "나는 선거 때만 되면 광주를 찾아 쇼를 하는 정치인들에게 분노한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묘역을 참배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 윤 전 총장을 향해 "비석 만지며 슬픈 척하지 마라. 더 어색하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김두관 의원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故 김태홍 전 의원 묘비를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참배해 더럽혀 졌다며 직접 닦았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김두관 의원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故 김태홍 전 의원 묘비를 손수건으로 닦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참배해 더럽혀 졌다"며 직접 닦았다. /뉴시스

정치인들에게 광주 정신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선거철이면 정치인이 꼭 들르는 곳이 5·18 민주묘지지만, 유독 여당은 야권 인사의 방문을 반기지 않는다. 이번 윤 전 총장의 광주 방문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호남은 민주당의 성역으로 남은 것인가 묻고 싶다.

윤 전 총장이 한때 검찰 수장이었다는 이유로 참배의 뜻을 깎아내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윤 전 총장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무조건 색안경을 낀 채 비난해서 될 일인가 싶다.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다. 그렇다 하더러도 19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을 옥죄고 '색깔론'을 들이댄 그 당시 검찰과 똑같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무언지 궁금하다.

오히려 여당 일각에서 국민 분열을 야기하고 갈라치기를 한다는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민주당은 영남에 발을 들이지 마라"는 댓글을 보니, 입맛이 쓰다. 이런 반감 여론은 정치가 지역감정을 악용한 편 가르기에서 비롯했다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광주 정신은 위대한 시민 정신과 함께 화합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또 인간 존엄성과 인권, 공동체 정신은 우리가 나아갈 미래의 방향이기도 하다. 그러나 5월 영령들이 고귀한 생명으로 이룩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미완의 상태다. 사사건건 소모적인 정쟁으로, 때때로 국민적 갈등과 분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리당략과 오직 '표'로만 판단하는 낡은 정신은 지금이라도 떨쳐내는 것이 옳다. 야권 인사의 광주 방문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여당이야말로 5·18 민주화운동의 광주 정신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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