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대선 경선 열차가 출발한 더불어민주당도 당황한 분위기다. 한 차례 내홍을 겪었던 '경선 일정 연기'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1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
'비대면 기자간담회'부터 '메타버스 팬미팅'까지 캠프 아이디어 경쟁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야당보다 대선후보 경선 열차를 출발시켰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당황하고 있다. 한 차례 내홍을 겪었던 '경선 일정'도 다시 한 번 연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후보 캠프도 비대면 기자간담회와 온라인 자원봉사자 모집, 메타버스(현실을 초월한 가상 세계) 팬미팅 등 온라인 선거 전략을 쏟아내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1500명대를 기록하며 4차 대유행에 접어들자 민주당은 '경선 일정 연기'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 16일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 일정 연기를 논의한 결과, 오는 18일 당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고를 받고 결론 내리기로 했다. 당에선 이미 '경선 일정 유지'를 정한 바 있다. 따라서 연기하더라도 최대 3주 안팎 정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당 대선 후보들도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고려, 지도부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1차 연기론' 때 강하게 반발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한발 물러나 당이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현재 진행되는 경선을 중단하는 것이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적극 찬성했다. 김두관 의원도 "경선 연기 일정을 속히 결정하고 경선후보자 연석회의를 열어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다음 주 예정돼 있던 두 차례 TV토론을 갑작스레 취소한 데 대해선 불만이 나왔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경선 연기 여부를 결정도 안 했는데 TV토론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데 대해 후보도 불만스러운 입장"이라며 "계속 우리가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용진 후보도 "석연찮은 이유로 (TV토론이) 취소됐다"고 비판했다. TV토론 재개 방안은 조만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선관위원장은 "코로나 상황에서 대면접촉이 어려운 만큼 오히려 TV토론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당이 '경선 일정'으로 우왕좌왕하는 사이, 각 후보 진영에선 일찌감치 '온라인' 선거운동으로 방향을 잡고 움직이고 있다. 비대면 기자간담회로 후보의 정책과 입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가 하면, 메타버스 팬미팅이나 온라인 자원봉사자 모집으로 온라인상에서 유권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현 중이다.
이재명 지사는 출마선언 후 두 차례의 비대면 기자간담회로 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이재명 지사 캠프 측 제공 |
여권 선두를 지키고 있는 이 지사는 지난 1일 '영상 출마선언'으로 시작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줌(ZOOM) 프로그램을 통해 취임 후 두 번째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캠프 측에서는 약 7000명이 유튜브 생중계로 시청한 점을 들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고 자평했다. 이 지사도 간담회에서 이 전 대표 지지율 급부상과 가열되는 당내 경선 네거티브 공방, 적통 논쟁 등에 대해 거침없이 답변했다. 간담회 중간에 질문하는 기자의 안부를 묻는 등 거리감을 좁히려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14일에는 (경선 관련) 민주당에 제출할 사진을 골라 달라며 온라인 지지층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오프라인에서 지지층과 유권자를 만나기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캠프 전략의 일환이다. 이 지사의 '열린캠프'에서 홍보를 맡고 있는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모든 경선 후보가) 온라인을 강조하는 건 공통적일 것 같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당원과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등 여러 기회를 마련하려고 한다. 가까운 예가 이 지사 '프로필 사진 찾기'다. 여기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까지 만 명이 참여했고, (가장 반응이 좋은 사진을) 당에 실제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은 앞으로 다양한 유튜브 채널 출연과 온라인 자원봉사자 모집 등을 계획하고 있다. 박 의원은 "당원이 관심 있는 유튜브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유튜브 채널에 앞으로도 계속 출연할 계획이다. 또, 옛날에는 오프라인 자원봉사자가 있었는데 온라인 자원봉사자들도 모집하고 있다. 현재 하루 만에 60명 정도 들어왔는데 다음 주에 본격적으로 모집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재능으로 (캠프에서 도움을 얻을 것이다)"이라며 "'열린 캠프'라는 취지에 맞게 함께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결정하려 한다. 온라인 기자간담회도 온라인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지난 16일 메타버스 팬미팅을 진행했다. 온라인 유세의 일환이다. /이낙연 전 대표 제페토 계정 갈무리 |
이 지사를 바짝 좇고 있는 이 전 대표 측도 유튜브 채널과 팟캐스트 등 각종 온라인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선거운동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네이버 자회사가 만든 메타버스 앱 '제페토'에서 팬미팅을 진행했다. 지난달 22일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온라인 캠프를 마련한 데 이어 누적 방문자 수가 1만7000명을 돌파하자 이를 기념해 기획한 것이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후보도 '여기에는 사람이 많이 몰린다'며 신기해한다. 많은 분을 이런 식으로라도 만날 수 있고, 특히 젊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용자의 주 연령대가 유권자가 아닌 10대 또는 외국인이 많은 탓에 지지층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유튜브를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후보가 직접 출연한 유튜브 영상은 거의 없었는데 나와서 대담하는 영상을 늘려볼까 고민 중이다. 유명 유튜브 채널이나 팟캐스트 출연도 계획하고 있다. 언론이나 방송 인터뷰는 딱딱할 수밖에 없는데 팟캐스트에선 조금 더 솔직하고 날 것의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직 등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추미애 전 법무장관 측은 '온라인 선거전'에 캠프가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 북콘서트를 유튜브로 생중계 방송한 추미애TV. /유튜브 '추미애TV' 화면 갈무리 |
뒤늦게 대선판에 뛰어들어 상대적으로 조직이 열세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측은 온라인 선거전을 내심 반기는 눈치다. 추 전 장관 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처음부터 비대면 방식의 선거운동을 구상했다. 출마선언도 체육관 같은 곳에서 모여서 하지 않고 스튜디오에서 유튜브로 했다. 우리 자체적으로 '추미애 플랫폼'이라고 부르는데 다른 후보에 비해 유튜브 구독자 수가 가장 많고 페이스북 '좋아요' 수도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부 회의도 내부망을 통해서 원활하게 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무실을 구하지 말자'고 할 정도로 소통이 원활했다. 다만 후보 등록하면서 불가피하게 조그만 사무실을 내긴 했다. 그 정도로 온라인상에서의 협업이나 의사결정이 잘 이뤄지고 있다. 비용도 적게 든다"며 "캠프 주력 실무진이 젊은 친구들이라 여러 SNS 채널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고, 정책자문단으로 모시는 교수님들도 일종의 정책 클라우드 형태로 그분들이 자유롭게 의사개진하면서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 온라인상의 지지자들도 생각지 못한 홍보물을 보내주고 또 자발적으로 여기저기 유통되고 있다"고 했다.
캠프 관계자는 그러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직접 만들어 제작해준 홍보물이 원활하게 소통되는 등 '온라인 선거운동'이 우리 캠프의 최고 강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