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생 국민 지원금 지급 방안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중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난처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 부총리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 갈등…정권 주도권 다툼 비화 가능성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코로나19 상생 국민 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있을 때마다 충돌했던 양측은 최근 논의 중인 5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방안(더불어민주당 당론)과 소득 하위 80% 지급 방안(홍 부총리)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민주당에서 홍 부총리 '해임'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지만, 홍 부총리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국회는 지난 14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33조 원 규모의 올해 2차 추경안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초 민주당과 정부는 재난지원금 대상을 '소득 하위 80%'로 하고 1인당 25만 원씩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인한 경제 침체, 하위 80% 선별 기준 모호 비판 등을 이유로 합의를 뒤집었다.
이에 홍 부총리는 기존 합의인 선별 지급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적정하다고 판단한다"며 "(민주당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이에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국회가 결정하면 그것을 따르시고 피해를 본 자영업자, 중소기업을 대폭 지원하는 쪽으로 국회가 결정하면 정부는 수용해야 한다"며 "길은 정치가 내는 거고 정부는 낸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정부가 반대해 국회가 결정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안 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재정 운용은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따라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맞받은 뒤 "하위계층에 줘야 할 돈을 줄여서 5분위(상위 20%)에 주자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다음 날부터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제시했으나 실효성 논란이 큰 카드 캐시백(1조1000억 원), 2조 원 규모 국채 상환 예산 삭감이나, 재난지원금 1인당 지급액 소폭 감소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전 국민 지급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카드 캐시백은 필요하고, 국채 상환도 국가신용등급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을 감안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앞줄 오른쪽)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이선화 기자 |
이에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홍 부총리는 정치 말고 행정을 하라"며 "GDP(국내총생산)의 0.1%에 불과한 2조 원이 공식적으로 선진국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준다는 말인가. 잠자던 강아지가 박장대소할 말"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지사는 또 "정부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경제 수장이라면 국제신용평가사 핑계로 자린고비 행세할 것이 아니라 코로나로 어려워진 서민경제와 국민생계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라며 "재정 여력이 부족하다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반대 이유도 상식 밖이다. 국민 80%에게 25만 원이나, 전 국민에게 20만 원이나 산수만 해도 같은 금액 아닌가. 부총리는 자기 고집 부리며 자기의 정치 신념을 관철하는 자리가 아니다. 재정 운용에 '정치 결정'을 개입하는 사람은 정작 홍 부총리 본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국가가 빚지지 않으면 국민이 빚져야 한다"라며 "대외부채가 아닌 관리 가능한 적정 규모 국가부채보다 파산해야 하는 개인부채가 더 위험하다. 홍 부총리는 억지 그만 부리고 여야 최초 합의대로, 집권여당의 방침대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고 강조했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당내에선 (홍 부총리를) 해임 건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당정 간 재난지원금 갈등이 문재인 정부 임기말 정권 내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여당 간 갈등이 깊어질수록 중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난처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추경안 논의는 국회로 공이 넘어간 만큼 "국회 논의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이에 따라 앞선 4차례의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때마다 민주당론에 반대 입장을 펼치다가 소신을 굽혔던 홍 부총리가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임명한 홍 부총리가 당의 압박에 굴복할 경우 남은 국정 운영도 민주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엔 소신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코로나 사태 최대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민주당이 당론으로 전 국민 지급을 결정한 만큼 홍 부총리가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도 있다. 어느 쪽으로 귀결되든 한쪽은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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