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톺아보기<상>] 이준석, '파격' 뒤 '혹평의 시간'
입력: 2021.07.14 00:00 / 수정: 2021.07.14 00:00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파격의 허니문을 보내고 재난지원금 논란에 오르는 등 냉·온탕을 반복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파격'의 허니문을 보내고 '재난지원금 논란'에 오르는 등 냉·온탕을 반복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30대 당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선된 지 한 달이 됐다. '이준석 돌풍'을 일으키며 정치권에 세대교체 담론, 능력·자격·공정 담론을 불러온 그는 한 달간 국민의힘에서 무엇을 했을까. '따릉이' 출근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세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이 대표의 지난 한 달을 조명하며 대중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의 현재 위치와 향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변했지만…재난지원금 논의는 서툴렀다"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정치권은 적어도 최근 한 달 동안 전동 킥보드와 서울자전거 '따릉이'를 애용하는 30대 보수 정당 대표를 보는 전무후무한 일상을 겪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한 달이 지난 지금 여전히 지하철을 타고 따릉이를 이용해 회의에 참석하는 등 일관성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처음 이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땐 '변화의 바람'이었다. 이후 그를 향한 열성적 지지가 확인되고 당선됐을 땐 이미 '파격' 그 자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이 대표는 당선 후 국민들과 격없이 활발하게 소통한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는 취임 후 가장 먼저 '나는 국대다' 당내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을 시작했다. 총 414대 1 경쟁률을 보이며 화제를 모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신임 대변인단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허니문의 즐거움도 잠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12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번복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당내에서 이 대표에게 "전 국민 돈뿌리기 게임에 동조했다"는 비판이 봇물을 이뤘다.

정치권은 나는 국대다를 통해 선발된 대변인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일 결승전에 나선 후보들과 이준석 대표(맨 오른쪽). /국회사진취재단
정치권은 '나는 국대다'를 통해 선발된 대변인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일 결승전에 나선 후보들과 이준석 대표(맨 오른쪽). /국회사진취재단

◆'나는 국대다' 성황리 종료…"젊은이들에 기회"

'나는 국대다'는 지난달 18일부터 신청자를 받아 압박면접, 4:4 토론, 2:2 토론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신청자는 18세 최연소 지원자부터 79세 연장자까지 지원했으며, 시작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16강부터는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서, 8강부터는 종편 방송사 TV조선에서 생중계됐다.

지난 5일 생중계된 결승전 시청률은 5%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당일 비지상파 시청률 전체 1위를 기록했다. 결승전에선 1·2위로 뽑힌 임승호·양준우 씨가 대변인에, 3·4위에 오른 김연주·신인규 씨가 상근부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임 대변인과 양 대변인은 각각 94년생, 95년생으로 국민의힘 최초 '90년대생 대변인'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나는 국대다'는 향후 시즌2 형식을 빌려 정책 공모전으로도 진행된다. 국회 관계자들은 이 대표의 야심작인 토론 배틀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국회 보좌진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대변인을 뽑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방식으로 채용했다"며 "실제로 보좌진도 많이 지원한 걸로 알고 있다. 16강에 올라간 보좌진도 있었다. 그런 걸 보면 보좌진들에게도 기회를 많이 열어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본다. 젊은 보좌진들은 다른 기회가 또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며 "과거엔 상상할수도 없던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또 이 대표는 '국민과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 당직자는 통화에서 "그동안 지도부 발언은 너무 무겁고, 세세한 부분에 집착해 일반 국민과 동떨어진 발언들도 많이 나갔다. 그래서 당 지도부와 일반 국민들 사이에 괴리감이 컸었다"며 "이 대표는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입장에서 얘기한다. 과거 지도부에 비해 좋다. 지도부는 발언이 가장 중요하다"고 호평했다.

다른 보좌진은 "이 대표가 토론배틀 등 '젊음', '공정'의 가치를 통해 변화와 개혁을 원하던 국민들의 열망을 어느정도 수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낡은 정치의 관성에서 벗어나 합리적 사고와 의사결정으로 대안을 만드는 정치를 해줬으면 한다"며 "이와 함께 청년 정치인인 만큼 당의 미래세대를 위한 유능한 청년정치인들 역시 많이 배출할 수 있는 토양과 여건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재난지원금 전국민지원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가중되자 이 대표는 직접 현안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응답에 나서기도 했다. 당내 비판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이 대표를 옹호하는 의견도 나타났다. /남윤호 기자
'재난지원금 전국민지원'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가중되자 이 대표는 직접 현안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응답에 나서기도 했다. 당내 비판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이 대표를 옹호하는 의견도 나타났다. /남윤호 기자

◆'재난지원금 합의' 혼선에 비난 봇물…"미숙하다"

허니문 기간동안 '꽃길'을 걷던 이 대표는 최근 송 대표와 회동에서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에 합의했다는 결과가 당내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 이 대표는 송 대표와 만찬 회동 이후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가 당내 반발이 일자 100분뒤 "재원이 남을 경우 검토해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후폭풍은 여전한 상황이다.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13일) 페이스북에 "재난지원금을 주더라도 코로나 사태로 피해가 큰 자영업자들에 대해 현실적인 손실보상을 책정하는 방향이 맞다. 전 국민에게 용돈 뿌리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저는 그간 전국민 대상 지원금을 지급할게 아니라 자영업자의 생존 자금으로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런 제 주장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당이 더 좋아하는 의도대로 동의해준 것이다. 송 대표가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를 향해 '제왕'이라고 비판했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또한 "양당 대표간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의 전투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며 "당 대표의 사후적인 변명이 내세우는 것처럼 추경 액수를 늘렸냐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들이 4년 내내 국민을 현혹시킨 전 국민 돈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현안 관련 질의응답 회견을 열고 "추경 총액을 늘리는 방식은 당에선 검토하지 않는다"며 "소상공인의 지원 확대를 명시적으로 민주당이 정부와 합의하지 못한다면 저희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방식에 양해한 부분에 대해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조건부 합의에 나선 이 대표 의사에 힘을 싣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과 회동하는 이 대표.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 일각에선 '조건부 합의'에 나선 이 대표 의사에 힘을 싣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과 회동하는 이 대표. /남윤호 기자

하태경 의원도 이 대표를 향한 지나친 비난을 경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여야 당대표간 실제 합의된 내용까지 왜곡하며 침소봉대해서 내부 공격을 가하는 것은 자해정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각에서 오해하고 있는 국민 100% 재난지원금 제공은 합의 사항이 아니었다. 2순위 어젠더로 남는 예산에 대해선 80% 지급 경계선 문제나 행정비용 문제가 있으면 비율을 늘리자는 민주당 제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조건부 검토였지 100% 지급 합의는 아니었다"며 "그런데 이런 조건부 검토 입장을 100% 지급 합의인 것처럼 일각에서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 국민의힘 보좌진은 "아직 서투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간 합의를 했더라도 언론에 각당의 의원총회 추인 절차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 했어야 한다. 당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등 경험을 했던 분이라면 이런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당 대표가 합의한 뒤에 향후 정책위의장이나 예결위 단계에서 방향성이 생기는 건데 (여당에서) 말을 바꿨다는 식으로 나와서 문제"라며 "처음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방송 패널로 나가 5분 말할 수 있는 것과 정치 안팎 현장에서 얼마나 일을 할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우려가 아직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당직자도 "사전에 정책위의장이나 원내대표, 예결위 간사와 조율할 수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건부 합의인 것인데, 지나치게 이슈화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조건부 합의 역시 여당에 무조건 반대를 외치는 야당이 아니라 합리적 대안엔 함께 할 수 있는 이 대표의 합리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사례라고 본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 대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미숙한면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도 "정당이런 건 당 대표라고 하더라도 주요한 이슈를 결정할 때는 충분히 당내 소통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통화에서 "원내지도부와도 상의되지 않았고, 당의 여러 의원들과 민감하게 충돌할 수 있는 부분들이어서 의사소통 구조나 논의구조를 충분히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평소에도 이 대표의 혁신·변화에 심정적인 거부감을 가진 의원들의 비판이 도가 넘는 면은 있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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