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최저임금이 노사 모두의 반발 속 9160원(5%↑)으로 결정됐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
극과 극 오간 최저임금 인상률…마지막 5% 인상에 노사 모두 반발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정부가 결정하는 마지막 최저임금인 2022년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5%(440원) 상승한 것으로 내년 월 최저임금 환산액은 올해 대비 9만1960원 늘어난 191만4440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결국 무산됐다. 노사는 모두 제각각의 이유를 내세워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8년 16.4%(1060원↑) △2019년 10.9%(820원↑) △2020년 2.9%(240원↑) △2021년 1.5%(130원↑) △2022년 5%(440원↑) 인상됐다.
역대 최대 인상액(2018년)과 최저 인상률(2021년)을 오가면서 롤러코스터를 탔던 문재인 정부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로 박근혜 정부 평균 인상률(7.4%)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2년 연속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 인상되면서 고용 지표가 악화되자,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탓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집권 3년 차에 사실상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무산을 선언했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올해 최저임금은 역대 최저 수준(1.5%) 인상에 그쳤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임대료와 가맹 수수료 인하,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근절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어야 하는데,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두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면서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의 이른바 '을과 을의 대립'을 부추겼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현 정부 초기 2년 최저임금 인상은 의욕에 비해 현실이 뒷받침하지 못한 측면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 공익위원의 심의 촉진안에 반발하며 퇴장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현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날 노사 갈등은 극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지속 및 재확산 등으로 동결 혹은 최소한의 인상을 요구했던 사용자위원 측과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1만 원(14.7% 인상)을 요구했던 근로자위원 측 사이에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4.0%)에 물가 상승률 전망치(1.8%)를 더한 뒤 취업자 증가율(0.7%)을 뺀 5.1% 상승 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이 참여한 가운데 표결에 나서 찬성 13표, 기권 1표로 해안 안을 의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근로자위원 4명과 사용자위원 9명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표결을 앞두고 퇴장했다. 민주노총은 퇴장 직후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증폭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불가피했다"라며 "이번 2022년 적용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시작한 문재인 정권의 희망 고문이 임기 마지막 해에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기만으로 마무리된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전환 시기 화두인 불평등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해 하반기 총파업 투쟁으로 매진할 것"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사용자위원 측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19의 극심한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이번 인상은 설상가상, 더욱 큰 폭의 인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며 △최저임금 격년 결정 △소상공인 업종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소상공인 지불 능력 평가 등 구조적 개편을 요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의 안에 반발하며 전원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
한국편의점주협의회도 "편의점을 비롯한 자영업자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저임금 지급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들은 △주휴수당 폐지 △업종별 규모별 차등화 △일자리안정자금 확대 △6개월 미만 단기근무자의 건강·연금보험 가입 제외 △머지·페이코 등 간편결제 수단의 수수료 인하 △야간 미운영 요건 완화 등을 정부와 가맹본부에 요구했다.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타격이 큰 중소기업계를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강한 유감과 함께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또 "이번에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현장의 충격은 불가피하다"며 "지불 여력이 없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현재 수준에서도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에 이르고, 이는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결정이 내려진 후 노사 모두가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여건과 고용 상황,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들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라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노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어느 해보다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노사 및 공익위원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어렵게 결정한 점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노사정이 한마음이 되어 경제 위기 극복과 포용적 회복, 선도국가 도약을 위한 구조 전환에 참여하고 힘을 모아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