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논란에 보좌관 불똥…자격시험 대안 될까
입력: 2021.07.12 00:00 / 수정: 2021.07.12 00:00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의 보좌관 자격 발언으로 국회의원 보좌관 시험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국회 전경. /국회사진취재단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의 '보좌관 자격' 발언으로 국회의원 보좌관 시험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국회 전경. /국회사진취재단

전문성·역량 강화 위한 시험 도입 공감대…고용안정성도 과제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니들(보좌진)은 뭐냐 도대체. 니들은 시험으로 뽑았냐'." (2021년 7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미국 의회에는 입법보좌관 자격시험 제도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것을 도입해야 하지 않나."(2020년 11월,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25세' 박성민 청와대 1급 청년비서관 임명 논란이 꺼지지 않은 가운데, 국회 보좌진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박 비서관의 '능력'에 의문을 품으며 비판한 국회 보좌진을 향해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니들은 시험으로 뽑혔냐"며 반격하면서다. 일각에선 반복되는 보좌진 자격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보좌진 자격시험'을 도입해 입법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장인 이동윤 보좌관은 지난 8일 이 수석의 '자격' 비판에 "의원님의 마음에 드는 것도 평가다. 서류전형과 면접, 각 의원실별 평가와 국회 내·외부의 평판 조회 등 각종 평가를 받는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국회 보좌관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이들의 직무와 인사권은 개별 국회의원 소관 사항이다. 때문에 각 의원실에서 논술이나 에세이 등 개별 시험을 통해 선발된다.

하지만 의원과의 개인적 친분으로 채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좌관의 자질과 전문성 부족은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받아온 해묵은 과제다. 보좌진 '갑질' 논란, 지금은 금지된 친인척 채용 의혹도 해마다 불거져 국민 반감을 산 바 있다. 국회 직원 익명 커뮤니티인 '여의도 대나무숲'에서도 "높으신 관님(보좌관), 월 400만 원 이상 꼬박꼬박 받으시면서 본인은 실무 안 하고 아래에 다 떠넘기고 검수만 하시려 든다" 등 동료 보좌진의 능력과 자질을 지적하는 불만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성민 청년 비서관 임명 논란에 반박하면서 보좌진 자격을 언급하자 여야 보좌진이 모두 발끈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예방해 모두발언을 하는 이 수석. /이선화 기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성민 청년 비서관 임명 논란에 반박하면서 '보좌진 자격'을 언급하자 여야 보좌진이 모두 발끈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예방해 모두발언을 하는 이 수석. /이선화 기자

최소한의 보좌관 자격시험 도입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복수 추천한 뒤 특정 전형을 거치거나, 입법고시와 같은 자격시험에 합격한 이를 정책보좌관으로 임용하자는 것이다. A 비서관은 "어느 정도의 자격을 검증하는 시험을 도입하는 데 찬성한다. 인·적성 시험 수준이면 좋을 것 같다"며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처럼 어려운 수준은 아니어도 최소한 입법기관에 몸담는 사람으로서 자격을 검증하는 정도는 환영"이라고 했다.

B 비서관도 "선출된 의원의 권한으로 뽑는 것이지만 자격 절차 도입은 국민 시각에선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 부처 직원들은 자기들을 감시하는 직원들이 절차 없이 고용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 공통의 입법 시험을 거쳐 평가받고 개별 의원이 채용 시에 판단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입법 과정이나 정부 감사 규정, 예산 심사, 지역구 관련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식이다. 출제위원은 기존 경력 보좌관과 사무처 공무원, 정부 부처 직원,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논술로 문재해결능력을 기술하는 방식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지난 1일 '여의도 대나무숲'에서도 "보좌진도 시험치면 안 되나. 같은 보좌진으로서 공부 안하는 보좌진, 공부 안했던 보좌진, 공부안할 보좌진이 너무 많다. 시험만 치면 보좌진의 안정성 같은 보좌진의 숙원사업도 같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격 시험 도입을 제안했다.

이전에도 '보좌진 자격시험' 도입을 위한 입법 노력이 있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강석호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11월 보좌관을 국회의원의 입법·정책·직무활동 지원에 필요한 자격을 갖추고 국회사무처가 실시하는 시험에 합격하거나 경력을 인정받은 사람 중에서 임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의원 보좌직원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당시 강 의원은 "입법·정책·직무활동 지원에 필요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임용돼 보좌직원의 사기와 소속감, 업무 효율성 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 상정 되지도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사단법인 입법정책연구회가 2014년 발표한 '국회의원 보좌관 전문성 제고 방안' 국회사무처 용역보고서에서도 시험 도입을 통한 자격 제한을 권고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복수 추천해 사무처에서 실시하는 일정 전형에 합격한 자만 채용토록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책보좌관의 경우 석사학위 소지자 이상, 공무원 또는 기업체 근무 10년 이상 경험자로 제한하며, 지역구 업무 담당 보좌직원은 지역 2년 이상 거주자로 한정하는 식이다. 또 의원 재량에 맡기지 않고 공정성과 정당성을 부여받은 별도 기관에서 공개채용절차를 거쳐 뽑는 방안도 제안했다. 일본의 경우 정책 보좌관은 국가공무원처럼 자격시험을 거쳐 선발하고 있다.

보좌관 자격 시험 도입과 함께 면직예고제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9년 11월 민주당,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 보좌진협의회 주최로 열린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보좌관 자격 시험 도입과 함께 면직예고제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9년 11월 민주당,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 보좌진협의회 주최로 열린 '국회 보좌직원 면직예고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보좌진 자격시험 도입과 함께 면직 예고제 등 고용 안정성을 위한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 비서관은 "시험을 쳐서 들어가는 만큼 고용 보장도 어느 정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 시스템상에서는 열심히 공부해 시험으로 들어왔는데 하루 만에 잘릴 수도 있다"고 했다. C 비서관도 "시험 보고 채용돼서 평생직장 보장해주면 (시험 도입에) 찬성할 것 같다. 시험도 보는데 자르는 게 사장 마음이면 (부당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현행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안'에는 보좌직원을 둘 수 있는 근거만 규정할 뿐 면직에 대한 규정은 없어 '파리 목숨'이라는 불만은 이어져 왔다. 예고 없이 하루아침에 면직되는 일도 다반사다. 입법정책연구회도 보좌진의 직무 안정성과 정무·정책적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선 면직에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근로기준법을 원용해 면직 30일 전에 국회사무총장에게 직권면직요청서를 제출토록 하는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추경호 의원 대표발의)이 계류돼 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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