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차 대유행 현실화' 文정부, 방역·백신 자신감의 역설
입력: 2021.07.11 00:00 / 수정: 2021.07.11 00:00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오는 12일부터 수도권은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는 가운데 정부의 이른 방역 완화 시그널이 4차 대유행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청와대에서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오는 12일부터 수도권은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는 가운데 정부의 이른 방역 완화 시그널이 4차 대유행의 빌미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청와대에서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너무 빨랐던 방역 완화 시그널에 확진자 폭증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6월 말까지 1400만 명이 1차 접종을 받게 되면 전체 인구의 28%가 백신을 맞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위중증률과 치명률 감소에 이어 확진자 감소도 기대되는 등 방역 부담을 크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로부터 빼앗긴 일상을 국민들께서 조금씩 회복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는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께 평온한 일상을 하루속히 되찾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열흘 뒤인 17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 누적 1차 접종자 수가 1400만 명을 돌파해 상반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질병관리청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1400만 명!!!'이라고 적었다. 해당 글에 첨부된 그래픽의 부제는 '국민 4명 중 1명 접종 완료, 일상회복에 한 걸음 더'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선 "대한민국은 계속 전진하고 있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 끊임없이 도전하며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라며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가로서 'K-방역'은 국제적 표준이 되었고,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 가장 빠른 회복력을 발휘하며 한국 경제의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우리나라가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에 보조를 맞춰 정부는 지난 5월 26일 백신 인센티브 제도를 발표했다. 6월부터 1차 예방 접종자는 8인까지 가능한 직계가족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하고, 주요 공공시설 입장료·이용료 할인·면제 등의 혜택을 주며, 7월부터는 1차 접종자 및 접종 완료자에 대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접종 완료자 사적모임 인원 제한 제외 등이 골자였다.

또한 정부는 지난달 20일에는 사적모임 인원을 늘리고, 다중이용시설 영업을 풀어주는 거리두기 개편안을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후 300~500명대를 오가던 일일 확진자는 6월 23~27일 600명대를 기록했고, 6월 30일부터 7월 6일까지 700~800명대를 기록하다가, 7일부터 1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8(1275명)~9일(1316명)엔 역대 최다 기록을 잇달아 경신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발표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발표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결국 앞선 대유행을 뛰어넘는 '4차 대유행'이 현실화되자 정부는 신규 확진자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수도권에 12일부터 2주간 최고 수위 거리두기 단계인 4단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6시 이후부터 2인까지만 모임이 가능한 가운데 인원 제한에 대한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도 사라졌다.

7월 들어 백신 접종자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9일 0시 기준 국내 1차 접종자는 1551만 명으로 인구 대비 접종률은 30.2%, 접종 완료자는 565만 명으로 접종률 11.0%에 그치고 있다.

9일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영국의 백신 1차 접종률은 약 67%(접종 완료율 51%), 미국의 1차 접종률은 약 55%(접종 완료율 48.1%)에 달하지만, 양국에선 델타 변이(인도발 변이)의 급속한 확산 등으로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3만 명 나오고 있다.

양국보다 접종률이 낮은 우리나라가 성급하게 방역 완화 시그널을 주면서 4차 대유행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와 관련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상반기 (1차) 예방접종을 1500만 명이 이상 맞으면서 정부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모두가 방역 긴장감이 저하되고, 변이 바이러스의 급증이 확산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수도권 2단계에서 사적모임 5인 이상 금지는 균형점이었는데, 정부가 7월부터 본격적인 백신 인센티브 도입 등 방역을 완화해서 균형이 깨져 확진자가 급증한 것"이라며 "백신 접종이 완료된 이후 시행될 (방역 완화) 정책이 너무 빨리 시행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방역 완화 시기에 대해 "20~50대가 충분히 백신을 접종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