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정치인' 윤석열, 묘비 흔든 애도는 과했다?
입력: 2021.07.10 00:00 / 수정: 2021.07.10 00:00
대권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지지층 밀집 현상이 나타나면서 제대로 된 질의응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난 윤 전 총장. /남윤호 기자
대권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한 지지층 밀집 현상이 나타나면서 제대로 된 질의응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난 윤 전 총장.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송영길 '대깨문' 발언에 아수라장…지지층 '집중포화'

[더팩트|정리=문혜현 기자] -지난달 29일 정치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고 KAIST를 방문해 학생들을 만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회동해 정권교체에 뜻을 모으기도 했다.

-야권이 대선을 앞두고 합종연횡하며 세력을 키우는 것과 달리 여당은 자중지란인 상황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성 친문 지지층을 향해 '대깨문'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었다. 또, 그간 민주당에서 하지 않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과업에 대한 긍정 평가를 내놓으면서 '금기 깨기'란 시각과 '비주류 마인드'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시작했지만, 흥행보다 후보들 간 거친 신경전만 가열하는 양상이다. 특히 '이재명 vs 반이재명' 구도로 전개되는데다 후보들의 비전 제시보다 비방성 공세가 넘쳐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최근 증폭한 코로나19 감염 사태에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청와대 기자실을 폐쇄하고, 내부적으로 불필요한 사적 모임을 금지하며,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추가 피해를 입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위한 메시지가 별도로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가 있다.

지난 7일 윤 전 총장이 취재진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민감한 질문을 하려는 유튜버와 이를 막는 유튜버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7일 윤 전 총장이 취재진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민감한 질문을 하려는 유튜버와 이를 막는 유튜버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국회사진취재단

◆'극성 지지자'들 모은 윤석열, 인기는 좋지만…

-윤 전 총장이 최근 문재인 정부 비판 행보를 보이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어.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 행보를 두고 다소 보수 편향돼 있다는 지적이 나와. 또, 윤 전 총장이 입을 열면 열수록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어.

-윤 전 총장은 지난 6일 대전현충원을 방문해 천안함, 연평해전 참전 용사들에 참배했어. 윤 전 총장은 청년들과 함께 전사자에 대한 설명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지. 특이했던 건 윤 전 총장이 묘비를 흔들며 슬퍼했다는 점이야.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감정이 과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어.

-또, 윤 전 총장은 이날 청년들과 왜 동행했는지 물음에 "청년들 오시는 건 대전 근처에 와서 알게 됐다"고 말했어. 당연히 젊은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동행했다는 답변을 기대했던 취재진은 다소 무안함을 느꼈다는 평이 나와. 이런 걸 보면 윤 전 총장 캠프가 아직까지 준비가 안 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인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와 윤 전 총장의 만남도 이목을 끌었던 것 같아.

-지난 7일 윤 전 총장은 안 대표와 만나 정권 교체를 위한 상호 협력 의지를 보이기도 했어. 윤 전 총장은 안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기본적으로 정권 교체 필요성과 정권 교체를 위한 상호 협력과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앞으로 저희가 서로 연락하고 따로 만나면서 의견을 나누고 좋은 결과가 있도록 애쓰겠다"고 밝혔어.

-이날 두 사람은 정치·경제·외교·노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소득주도성장, 탈원전정책, 전국민재난지원금 등을 비롯한 문재인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고치고 바로 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해.

-윤 전 총장과 안 대표의 만남을 보면서, 과거 정치권 인사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어. 좀 지난 이야기지만, 일부 인사들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보다 안 대표와 힘을 합칠 것으로 내다봤어.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안 대표와 외각에서 힘을 모으고, 안 대표는 윤 전 총장을 이용해 국민의힘과의 합당에서 지분을 더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 지지부진한 것을 보면 전혀 틀린 예측은 아닌 것 같아.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말이야.

-윤 전 총장이 오찬 회동을 마치고 나와 향한 백브리핑 장소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모여 있었어. 유튜브 채널로 윤 전 총장의 모습을 생중계하는 사람도 엄청 많았지.

-그런데 이날 한 유튜버가 윤 전 총장에게 민감한 질문을 하려고 하자 지지자들과 크게 갈등을 보이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어. 윤 전 총장 지지자로 보이는 한 사람은 윤 전 총장에게 "좌파입니다. 대답하지 마십시오"라며 윤 전 총장이 자리를 피할 것을 권했지.

-윤 전 총장은 결국 몰려드는 인파들에 치여가면서 백브리핑에 답해야 했어. 취재진들 입장에선 조금 더 정돈된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되길 원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는 말이 나와.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 논문도 파문이 일고 있어. 열린민주당에서 포문을 열었는데, 윤 전 총장 반응도 나왔지?

-8일 열린민주당 김의겸·강은정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아내 김 씨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정 의혹을 제기했어. 두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김 씨가 자신이 근무했던 'H컬쳐테크놀로지(에이치컬처)' 업체의 사업계획서를 박사 학위 논문(2008년)에서 표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것이야. 김 의원은 이와 함께 에이치컬처가 제작한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관상 앱'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총 9000만 원을 지원했고, 이를 김 씨가 박사 논문으로 작성했다면서 "콘텐츠진흥원에서 돈도 받고 자료도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어.

-김 씨의 논문 의혹을 제기하면서 좀 웃겼던 내용이 있었어. 김 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석사학위 두 개나 받고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사업하느라 정말 쥴리를 하고 싶어도 제가 시간이 없다'고 해명했는데, 2007년 12월 작성한 '한국디자인포럼' 논문에선 논문 제목에서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로 영작했어. 이건 웃어야 하는 거겠지.(웃음)

-윤 전 총장도 아내 논문 의혹에 9일 "해당 대학교의 조사라는 정해진 절차를 통해 규명되고 그 결과에 따를 문제"라고 밝혔어. 그러면서 "여당의 대선후보와 최고위원 등은 결혼하기도 한참 전인 2007년도 배우자 논문을 직접 평가하면서 '검증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당이라면 배우자가 아닌 '이재명·정세균·추미애 등 자당 유력 대선후보들 본인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선 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할 거다. 그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과 조치를 취해 주시기 바란다"고 공격했어.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아내 논문 의혹과 관련해 여당 대선 주자들을 향해 공격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인 다 됐다는 생각보다는 좀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었어. 물귀신 작전인 것 같은데, 과거 윤 전 총장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해야 할까. 앞으로도 윤 전 총장 아내와 장모 최 씨 관련 의혹을 둘러싸고 많은 의혹들이 제기될 텐데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지지율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깨문 발언, 박정희 찬사로 당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일 영국대사 예방에 나선 송 대표. /이선화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깨문 발언', '박정희 찬사'로 당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일 영국대사 예방에 나선 송 대표. /이선화 기자

◆대선 승리 위한 희생? 송영길 '대깨문' 폭탄 발언한 이유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연일 화제야. 강성 지지층을 저격하는 발언을 하면서 입방아에 오르내렸지?

-맞아. 지난 5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고 떠드는 사람이 '누구가 되면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고 했어. 친문 진영의 이른바 '이재명 불가론'을 비판한 것이어서 공정하게 경선 관리해야 할 당 대표가 편파적인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휘말렸지. 일부 대선주자들과 친문 사이에서도 난리가 났어. 정 전 총리는 "당의 통합을 해친다"며 송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어. 경선 일정, 국민 면접관 논란 등으로 누적됐던 불만이 폭발한 거지.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우리가 다 하나가 되자는 뜻"이라고 해명했지만 사퇴와 탄핵 요구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자 이틀 만에 "공정한 경선을 관리하고 유능한 후보를 선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사실상 사과했어.

-취재진 사이에선 대선을 앞둔 중도 확장 행보라는 긍정 평가와 당 분란을 일으킨다는 부정 평가가 교차했어. 생각해보면 '대깨문'은 지난 19대 대선 때부터 강성 지지층들이 스스로 쓰던 용어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 그들도 혐오 표현으로 여겨진다는 걸 아는 거지. 안 그래도 송 대표가 취임 후 여러 번 강성 지지층한테 욕먹었는데 이번엔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어. 하지만 다행(?)히도 송 대표가 사과하면서 논란은 종결된 것 같아. 대표실 관계자도 "발언 이후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는 거친 항의가 안 들어와서 괜찮았다"고 전했어.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다음 일정인 '물류센터화재 무엇이 문제인가' 공청회에서 송 대표를 봤는데, 표정이 좋지 않더라고. 대깨문 논란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어. 다만, 평소보다 안색이 어둡고 모두발언 말투도 평상시와 조금 다른 톤이었어. 뭐랄까, 말이 정돈되지 않았고, 발음도 부정확했어. 온전히 공청회 자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어. 남은 취재가 있어 송 대표가 퇴장할 때 뒤따라가 직접 물어보진 못했지만, '대깨문' 발언과 연관이 있지 않겠냐고 개인적으로 추정하고 있어.

민주당 일각에선 송 대표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라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5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송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 일각에선 송 대표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라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5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송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그런데 송 대표가 '대깨문' 발언 사과에 그치지 않고 이번엔 민주 진영에서 금기어로 간주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거론했지?

-맞아. 송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경부 고속도로 개통, 포항제철(현 포스코) 설립 등 과업에 대해 호평했어. 그는 지난 5월 3일 취임 후 첫 공식 일정 때 서울 현충원을 찾았을 때도 박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에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한다"고 했지. 이런 걸 보면 그가 특유의 솔직 화법으로 어쩌다 말실수를 한 게 아니라 작정하고 '금기 깨기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여. 그는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기만을 계속 상상한다잖아. 폐쇄적인 당 분위기를 깨서 4·7재보선에서 확인한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좁히고 중도층을 사로잡으려는 게 아닐까 해.

-한편으론 비주류인 송 대표가 당내 주류인 친문들을 흔들면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로도 읽혀. '친문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비주류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고, 최재성 전 의원은 "당 대표가 당 최대 리스크 요인이 됐다"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어. 실제로 친문 당원들은 그의 취임 직후부터 홍영표 후보와 득표율이 0.59% 차이 난 걸 두고 '점오 대표'라고 비아냥거리면서 경선 일정이나 국민면접관 선정 등 논란이 있을 때마다 송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지.

-듣기론 송 대표 측에서도 '사과'를 자제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해. 김경률 회계사 면접관 선정 후 철회했을 때도 실무진들은 "사과할 사안까지는 아니다"라고 내부적으로 정리가 됐대. 하지만 결국 송 대표가 방송에 나와서 '유감'이라고 사과한 바 있지. 바깥에서 보기에 송 대표와 친문 당원들의 주도권 줄다리기 다툼이 위태롭게 보이는 건 사실이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하>편에서 계속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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