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최소한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끝나는 9월까지 지사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혀 그의 '1인 2역'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참석 환영사하는 이 지사. /이선화 기자 |
국회 토론회서 정책 발표·정책 협약으로 지방 출장…이재명식 선거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경기도지사의 1시간은 138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 (2021년 4월 2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탓에 '도지사'와 '대선 예비 후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도정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고 있다.
이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기본적으로 최대한 책임을 지겠다며"며 최소한 더불어민주당 단일 후보가 결정되는 9월까지는 지사직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현직 도지사는 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6명(홍준표 경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자체장이 사퇴하지 않고 경선에 참여한 바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선거사무소 개소나 홍보 현수막 게시 등을 하지 못한다. /선관위의 제20대 대통령선거의「정당·예비후보자를 위한 선거사무안내」 |
다만 지사직에 머물러 있으면 오는 12일부터 시작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예비후보에 등록을 할 수 없게 된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선거사무소 개소나 홍보 현수막 게시, 예비후보자 홍보물 발송 등 홍보 활동을 할 수 없다.
특히 도정을 맡느라 선거운동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충분치 않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연차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본 경선행이 유력한 상황을 고려하면 남은 휴가로는 빠듯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도지사의 연차 일수는 1년에 21일(6년 이상 경력)이다. 이 지사와 같은 처지인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경우 (이달 7일 기준) 이미 연차의 3분의 1을 활용한 상태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지난해 연가 미사용과 병가 미사용으로 1일씩 가산받아 올해 총 23일 가능하다. 사용한 연차는 현재까지 11일"이라며 "대선 일정과 관련해선 다 휴가 내서 가고 그 외 도청 관련 자체 행사는 출장 내서 간다. (개인 일정과 도정 업무가) 겹치게 되면 중간에 조퇴를 사용한다. (최 지사가 이 부분에) 민감해서 신경 써서 구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청 관계자도 "올해 (양 지사의) 연차휴가는 총 33일로 보면 될 것 같다. (법에 따른) 연차휴가에 병가 미사용을 가산해 1일 추가했고, 2000년부터 생긴 연가 저축제도에 따라 지난해 안 쓴 것에서 권장사용일수 빼고 저축연가일수인 11일 더한 것"이라며 "이번 (예비) 경선 일정 때까지 올해 10일 정도 연차를 쓸 것으로 보인다. 깔끔하게 하기 위해 연차를 미리 합쳐서 냈다"고 설명했다.
<더팩트>는 이 지사의 올해 사용 가능 연차와 남은 연차 일수도 문의했으나 경기도청 비서실, 대변인실 등으로부터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 지사가) 휴가를 며칠 썼는지 알 수 없다. 도지사는 도정과 관련해선 휴가를 거의 안 쓰고, 정치 일정만 업무 시간이 걸릴 때 연차 쓰는 걸로 아는데 (연차 사용일을) 통계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사가) 도정 이외 정치활동은 휴가 등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도정과 정치 일정을 구분해 추진하고 도정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공무원 복무조례에 따르면 남은 연가 일수를 이월해 사용할 수 있는 연가 저축제가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사의 올해 연차는 법상 규정된 21일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 지사가 공개적으로 밝힌 연차 사용 횟수는 '결혼 30주년'을 기념한 지난 3월 31일과 대선 출마 선언일인 지난 1일 등 이틀간이다. 여기에 민주당 예비 경선 일정에 따라 업무 내 시간에 실시한 비대면 기자간담회(2일), JTBC·MBN 토론(5일), TV조선-채널 A 토론(8일) 준비 과정에서 연차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국회의원들과의 공동 정책 논의를 통해 자신의 대선 공약 구상을 밝혀왔다. 왼쪽 상단 시계방향으로 지난 6일 '부동산시장법 제정' 토론, 5월 12일 비거주용 부동산 공평과세 토론, 3월 24일 '공정한 민자도로 운영' 토론, 5월 20일 성장과 공정 포럼. /국회사진취재단 |
대선 행보 시간을 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국회 토론회 참석과 정책협약식을 활용한 '공무출장'이다. 국회의원과 다른 지자체장과 공동 정책을 논의하고 정책 협약을 맺으면 도정 업무의 일환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올해 총 7차례의 국회 토론회(1월 26일 '경기도 기본주택', 3월 24일 '공정한 민자도로 운영', 4월 20일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5월 12일 '비거주용 부동산 공평과세' 및 '청년세대 주거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 5월 20일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포럼', 6월 2일 '경기도 기본금융', 6월 22일 '개 식용 및 반려동물 매매 관련 제도개선' 및 '공명포럼 출범식', 7월 6일 '부동산시장법 제정')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당내 지지 기반이 약점으로 꼽혔던 이 지사가 '세몰이'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한 바 있다.
이 지사는 타 지자체와의 업무 협약식을 통해 지방에서의 대선 보폭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6월 1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지방정부 공동발전을 위한 정책협약 체결에 앞서 인사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경남도 제공 |
아울러 이 지사는 지자체 협약 추진을 명분으로 올해 최소 두 차례(6월 4일 대구시와 '디지털 혁신 ICT 융합 신산업 육성 업무협약식', 6월 17일 경기도-경상남도 공동발전을 위한 정책협약식) 지방으로 공무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 당시 명분은 '정책 협약'이지만, 친노·친문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였다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 경기·경남도 정책협약 후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원팀이 되어 당면한 파도를 함께 넘겠다"며 당의 원팀 정신을 강조했고, '친문 적자' 김 지사도 다음 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사를 '친문'이라고 언급하며 이 지사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선 도정 공백이 우려된다며 대선 경선에 참여하려면 이 지사가 지자체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 6명은 "이 지사는 9월 10일까지 당내 경선에 참여하게 돼 도정 공백 발생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이 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이애형 경기도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코로나19가 4차 대유행으로 확산할 증상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도민의 문제를 조금 더 촘촘히 살피라는 경고성이었다"며 "앞으로 (대선) 대장정이 이뤄질 텐데 그 전에 도정 사퇴를 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지사는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경기도는 6일 367명, 7일 39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역대 최다(411명)에 근접하고 있다. 이 지사는 도정 공백 지적을 의식한 듯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분간 방송 등 비대면 이외의 경선활동을 자제하고 캠프 운영도 최소화하겠다"며 "방역 활동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코로나 대유행 방어에 집중하겠다. 저는 지방정부 책임자로서 주권자들께서 부여한 책임을 최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