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깨문·망둥어'…여야 중진 '폭탄' 발언에 당 안팎 '시끌'
입력: 2021.07.07 05:00 / 수정: 2021.07.07 05:00
최근 대선 국면에서 여야 중진 인사들의 거친 발언으로 논란이 벌어지면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최근 대선 국면에서 여야 중진 인사들의 거친 발언으로 논란이 벌어지면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중진의 거친 '말말말'…예민해진 대선정국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여야 중진들 사이에서 잇따라 폭탄 발언이 터져 나오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후보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깨문', '망둥어' 발언 등이 나오면서 각 당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깨문' 발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망둥어' 발언은 대선 정국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칫 당내 분열을 일으켜 화합의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송영길 '대깨문'에 지지층 '집중포화'

송 대표의 '대깨문' 발언은 민주당 대선후보를 비롯해 지지층, 당원에게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소위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 '누군가 되면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고, 성공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깨문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뜻의 비속어로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극성 지지층의 충성심을 나타내는 용어로 쓰였지만, 정권 말기 강성 친문 지지층을 향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외부에서 지지층을 깎아내리는 표현으로 변질됐다.

전문가들은 송 대표의 표현과 화법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넘어서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5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송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전문가들은 송 대표의 표현과 화법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하면서도 "넘어서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5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송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송 대표는 이날 '이재명을 찍느니 차라리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일부 강성 지지층을 향해 당 화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깨문이라는 표현 자체의 부적절성과 더불어 송 대표의 발언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정세균 후보를 비롯해 이낙연 캠프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고, 대표적 친문 인사인 정청래 의원, 최재성 전 의원도 "대표가 리스크"라고 비판했다.

당내에선 평소 거친 발언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자주 올랐던 송 대표를 '시한폭탄'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예상했던 일"이라며 "공식 석상에서 그런 말은 부적절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정치권에선 대선 정국에서 송 대표 발언이 오해로 그치지 않을 거란 전망과 오히려 '강성 친문 지지층'을 극복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왔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송 대표의 말이 분석 내지 평론처럼 됐다. 차라리 지지층에 대한 직접적인 단합의 메시지였다면 어땠을까"라며 "지금 안 그래도 '이재명 vs 반이재명'이 화두다. (송 대표 발언은) 반이재명에 대한 강경한 자제, 혹은 이재명 쪽에 대한 우회적인 지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득보다 실이 커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평론 정치는 지도부로서 자제할 필요가 있다"라며 "앞으로가 중요해 보인다. 이걸 잘 수습할 것인지, 아니면 마이웨이 할 것인지에 따라 정말 지도부 리스크인지, 전화위복이 되는 해프닝이 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세련된 표현은 아니지만 한 번은 당내에서 언급될 만 했다. 그런 것이 금기어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한때는 좋은 말이었지 않나. 당대표가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되지만 표준어만 쓰라는 것도 없다. '강성 친문 지지층'과 관련해 금기시 되어 있는 건 민주당이 소화하지 못하면 안 된다. 대표가 그렇게 한 건 나이스 미스(nice miss)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미스터 막말이 된 홍준표 의원을 주시하고 있다. 홍 의원의 망둥어 발언에 당 지도부는 곧바로 제재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기자회견 하는 홍 의원. /이선화 기자
국민의힘은 '미스터 막말'이 된 홍준표 의원을 주시하고 있다. 홍 의원의 '망둥어' 발언에 당 지도부는 곧바로 제재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기자회견 하는 홍 의원. /이선화 기자

◆홍준표 '망둥어' 발언에 이준석 '경고'

국민의힘에선 최근 복당한 홍준표 의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달 24일 한 의원 초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 입장했다. 이후 초선인 윤희숙 의원이 대선 출마에 나설 거란 기사가 올라오자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뛴다"고 메시지를 적었다. 홍 의원은 단체 채팅방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김웅 의원이 "누가 숭어고 누가 망둥어인가"라고 하자 해당 메시지를 지우고 단체 채팅방에서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이 채팅방을 착각해 일어난 해프닝이지만, 해당 발언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논란이 불거진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숭어가 뛰니 망둥어가 뛴다는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며 "산발적인 인신공격이나 비난은 자제를 요청한다. 입담으로 당할 사람이 없는 천하의 홍준표 전 대표님도 TPO(시간·장소·상황)에 맞춰 주시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 대표는 지난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한두 번이야 실수라 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그런다면 카카오톡 메신저를 지워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6일 김재원 최고위원도 "재미있게 말씀하신 건 좋은데 좀 세련됐으면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홍감탱이(홍준표+영감탱이)는 지난 선거 때부터 나왔다"며 "카톡 단톡방 같은 것도 잘 못 쓰고, 말썽이 나오니까 홍준표 영감탱이 이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대에 뒤떨어진 말씀은 하지 마시고 조금 더 세련되게 하면 좋겠다"며 "버럭하면 통하는 시대는 이제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번 건뿐만 아니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향해 독설을 가하는 등 여야 대선후보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수시로 내오고 있다. 때문에 당 내에선 스피커 역할을 하는 홍 의원의 발언들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홍 의원의 최근 언행을 두고 "정권교체로 가는 길에 과연 어떤 도움이 되는가 의구심을 지우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윤 의원 같은 경우 당 입장에선 고마운 상황이다. 경제 정책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지금 옆에서 격려하고 독려해주지는 못할망정 그런 방식으로 깎아내리는 표현을 썼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홍 의원을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에 빗대 분석했다. 그는 통화에서 "홍 의원 입은 누구도 제어할 수 없다. 주인공은 아닌데 스토리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인물인 거다. 그래서 홍 의원이 대권을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누군가를 떨어뜨릴 힘을 가질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평론가는 "'홍준표 리스크'라기보다 야권에서 누가 홍 의원을 길들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며 "어찌 보면 무방향으로 나가는 홍 의원의 에너지를 잘 제어하는 쪽이 유불리를 가져가지 않겠나. 국민의힘은 예상한 일이었을 거다. 이제는 오롯이 끌어안을 문제"라고 평가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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