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늦은 이재명, 윤석열 의식했나…차별화 흔적
입력: 2021.07.02 00:00 / 수정: 2021.07.02 00:00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실용적 민생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 캠프 제공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실용적 민생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 캠프 제공

李, 홀로 대선 출마 선언…국정 비전 구체적 제시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여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대권 출마를 선언했다. 야권 유력주자이자 대선 지지율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보다 이틀 늦었다. 공식 출마 선언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있었던 만큼 차별화된 부분이 눈길을 끈다.

◆ 국정 비전 비중 차이…李, 정책 구체성

출마선언문에서 정책 비중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정책 방향성 제시에 무게를 둔 쪽은 이 지사다. 강력한 경제정책을 바탕으로 공정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경제'를 19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경제 대통령'을 인상을 줬다. '정부 주도'의 경제 비전을 제시한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 지사는 "경제는 민간과 시장의 몫이지만, 대전환시대의 대대적 산업경제구조 재편은 민간기업과 시장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대전환 시대에는 공공이 길을 내고 민간이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규제합리화와 기초·첨단 과학기술 육성, 대대적 인프라 확충, 강력한 산업경제 재편 등을 거론했다.

특히 경제에 있어서 문재인 정부의 기조·정책과와 비슷한 면이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것과 공정성장, 경제시장에 정부 개입, 신북방정책을 연상케 하는 북방경제활성화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와 일부 궤를 같이하면서 정통성을 강조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이 지사의 핵심 정책인 기본소득 비중은 작았다. 당 안팎에서 기본소득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절제한 듯한 인상을 준다. 그는 "기본소득을 도입해 부족한 소비를 늘려 경제를 살리고, 누구나 최소한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과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을 화두로 제시했다. /이선화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과 기자회견을 열어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을 화두로 제시했다. /이선화 기자

이 외에도 정치·외교·안보·사회·문화·노동에 관해서도 기본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경쟁정치의 장을 열겠다" "강력한 자주국방력을 바탕으로 국익중심 균형외교" "사회적대타협" "충분한 사회안전망" "합리적 노동환경" "더 많은 문화예술체육 투자" 등을 언급했다.

국정철학과 방향성이 모호하고 부족했다는 평을 받는 윤 전 총장과 '구체성'에서 대조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출마선언문에서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되었음을 감히 말씀드린다"라고 했으나, 정치권 안팎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수 정체성을 드러낸 윤 전 총장은 청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자유의 창의가 넘치고 약자가 기죽지 않는 따뜻한 나라 등을 만들겠다고 했다. 또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 비중을 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지사의 출마선언문에는 사실 새로운 얘기는 없었다. 다만, 출정식이라는 점을 고려해 국민의 눈높이를 배려하고 절제된, 특단의 메시지보다는 사치스럽지 않고 진중한 모습으로 대선 준비를 차근차근 준비했다는 인상을 줬다"며 "국민을 위해 정책적 비전과 정치적 로드맵을 제시하는 부분이 부족했던 윤 전 총장과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李 '온라인' 尹 '대면'…무명용사 vs 언론

대선 출마 방식도 다르다. 이 지사는 14분 분량의 영상으로 '비대면'을 택했다. 여야 대선주자를 통틀어 이 지사가 유일하게 온라인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상에서 이 지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출마선언문을 읽었다. 과도한 효과나 장치도 없었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게끔 하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24명의 현역 국회의원과 대규모 군중이 몰렸던 윤 전 총장의 출정식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는 윤 전 총장의 지지자들이 대거 몰렸다. 행사장 앞에는 윤 전 총장의 정치 선언을 축하하는 화환 행렬이 300m 이어져 있었다. 말 그대로 화려한 정계 진출이었다.

공식 출마 선언 이후 첫 행보도 엇갈린다. 이 지사는 출마 선언 이후 첫 현장 행보로 현충원 무명용사탑을 방문했다. 현충원에 안장된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찾는 것이 정치적 관례로 여겨지는데, 이 지사는 무명용사탑 앞에서 참배했다. 캠프 인사인 조정식(조직총괄)·박홍근(비서실장) 의원 등 소수만 동행했다.

이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세상은 이름 없는 민초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며 "그러나 누군가는 이름이라도 남기지만, 누구는 이름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위패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고 말했다. 대권주자로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까지 기억하고 보듬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읽힌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인사를 마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남윤호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인사를 마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남윤호 기자

그도 그럴 것이 소년공 출신 이 지사는 출마선언문에서 '비주류 흙수저'라는 표현으로 서민 친화적 공감대에도 신경을 썼다. 중산층과 서민층 유권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이 나온다. 불도저 같은 이미지가 있는 이 지사가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며 이미지 변화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대권 출마 선언 후 첫 공개 행보로 보수 언론사 행사에 참석하고 국회 기자실을 찾으며 언론과 접촉면을 늘렸다. 그는 소통관 기자실 구석구석을 돌며 취재진과 인사하며 안부를 묻는 등 친근함을 드러냈다. "여러분들이 있기에 이 나라 민주주의가 지켜져 왔다고 생각한다"며 짧은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대언론 행보 배경과 관련해 "그동안 본인이 많이 못 했던 소통을 보완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 점(소통)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검증대에 선 만큼 위험 요소도 없진 않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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