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대선 경선 링 위에 오른다. 6월 22일 '공명포럼'출범식에서 기조연설하는 이 지사. /이선화 기자 |
李 지사 측 "의원들 사이에선 '주낙야명'"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후보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당내 경선 링 위에 오른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친문 주축의 '반(反)이재명계'가 결집하고, 당 바깥에선 사생활 논란이 다시 떠오르고 있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 지사가 고비를 극복하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지사는 지난달 30일 민주당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1일 오전 사전 녹화한 비대면 영상을 통해 출마 선언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고려, 다른 후보들의 '세몰이' 출마 선언과 차별화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출마선언에는 대전환 시기에 불공정, 양극화, 저성장이라는 위기 상황을 진단화고 새 해법으로 '성장'과 '공정'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과 실용을 중시하는 자신의 정치적 철학을 강조해 중도층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캠프 구성과 인선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캠프 주요 직책에 친문계와 박원순계를 앉혀 '확장성'을 꾀했다. 캠프 총괄은 이 지사 전국지지모임 '민주평화광장' 공동 대표인 5선 조정식 의원이, 비서실장은 옛 박원순계 핵심인 박홍근 의원이 맡았다. 상황실장은 김영진 의원이, 정책 부문은 정책통인 3선 윤후덕 의원과 이 지사 최측근인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반면 '이재명계' 좌장이라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보직을 맡지 않고 백의종군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눈앞에 놓인 상황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우선 당내 주류인 '친문' 진영이 지지하는 정세균·이광재 단일화 연합이 형성되면서 '반(反)이재명 연대'가 탄력을 받고 있다. 당장은 이들 단일화 파급력이 미미하고, 이낙연 전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 2,3위 주자들도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이 지사 독주가 이어질 경우 결선투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반이재명 전선이 구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론조사 2,3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오른쪽)과 추미애 전 장관이 '단일화'에 동참할 경우 이 지사에 위협적인 경선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사진취재단 |
그의 사생활 논란 검증 요구도 당 안팎에서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의 자격여부를 묻고 싶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오랜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국민들은 작은 사업체 하나에 취직하기 위해서도 많은 서류와 인적성검사와 기본절차를 거친다. 명백한 범죄행위를 가진 부적격자에게 나랏일을 이끌어갈 자격을 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이 지사의 공무원 자격 사칭, 음주운전 등 범죄이력을 거론했다. 해당 청원은 게시한 지 이틀 만인 6월 30일 기준 1만8500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야권도 이 지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사실 경상도 사람 중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만큼 욕을 찰지게 하는 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김부선 여배우께서도 여러 가지 문제제기를 하면서 자신의 'X파일'까지 거론했는데 별로 반응이 없다"고도 했다. 과거 이 지사가 곤욕을 치른 '형수 막말'이나 여배우 스캔들을 다시 꺼내 저격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캠프 대변인을 맡은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금 또 나오는 (김부선 씨 관련) 얘기는 과거에 나왔던 얘기의 되풀이기 때문에 그게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좀 지켜봐야 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지사 측은 당 안팎의 '1강' 구도 흔들기에 연연하지 않고 본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反이재명 연대에 대해 저희는 별로 신경 안 쓴다. 이미 많은 분이 공감해주고 흔들림 없이 지지해주고 있다. 의원들도 '주낙야명(낮에는 이낙연·밤에는 이재명)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라며 "다른 후보들이 지지율이 안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 쪽에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예의 갖추면서 성과 내도록 할 것"이라면서 경선 승리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치권에선 현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해 중도 확장성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율 명지대(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이 지사는 외부 지지율을 높여서 내부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전략을 내세웠는데 효과적이었다. 문제는 이 지사 지지율이 20%대에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확장성을 위해선 현 정권 실정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친문은 더 적극적으로 이 지사에 반기를 들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지지율을 더 높이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지역 행보로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한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에서 외연 확장 의지를 보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평가다. 오는 2일에는 화상 프로그램 줌(ZOOM)을 활용해 비대면 기자간담회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