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설전' 추미애, 노림수는 이남자?
입력: 2021.06.30 05:00 / 수정: 2021.06.30 05:00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페미니스트에 반대한다는 발언으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23일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하는 추 전 장관. /국회사진취재단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페미니스트에 반대한다"는 발언으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23일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하는 추 전 장관. /국회사진취재단

등돌린 '2030 남성 공략' 의도…'여성 후보' 부각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정치권에 다시 '페미니즘' 논쟁이 불붙었다. 대선 출마 도전장을 내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페미니즘에 반대한다"고 발언하면서다. 추 전 장관은 진보 진영의 "반(反)페미니스트" 공세를 차단하며 "남성 배제적 '페미의 극단화'를 경계한다"고 날을 세웠다. 젠더 이슈에 민감한 2030 세대를 겨냥하면서 동시에 여성 대선 후보로서 차별성을 드러내려는 전략적 의도가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전 장관이 촉발한 정치권 '페미니즘' 설전은 그가 지난 26일 여권 성향 유튜브 방송에서 한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그는 "페미라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여성이 여성권리를 자꾸 보호하겠다가 아니라 남성이 불편하니까 우리 남녀 똑같이 합시다, 이렇게 해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서 페미가 굳이 필요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가 여성이라고 꽃처럼 대접받기를 원한다면 항상 여자는 장식일 수밖에 없다"며 나는 기회 공정을 원했지 특혜를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추 전 장관이 페미니즘을 '여성 권리만 옹호하는 운동'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여자(20대 여성)'인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지난 28일 "페미니즘은 기회 공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와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이지, 특혜를 달라는 목소리가 아니다"며 '페미 반대' 발언이 표를 얼마나 끌어모을지 모르겠다"고 저격했다. 같은 당 심상정 의원도 "20년 전 인터뷰 기사인 줄 알았다.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여성의 삶이 곧 페미니즘이고, 모든 성차별에 반대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29일 추 전 장관이 반격하면서 '페미니즘 논쟁' 2차전이 열렸다.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단 한 번도 여성 우월주의를 페미니즘으로 이해한 바 없다"고 반박하면서 "독선적이고 혐오적으로 오해받는 '페미현상'에 반대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페미니즘은 여성 자체로 국한되지 않는다. 이 점을 오해해서 남성에 대해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저는 여기에 찬동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030 남성들이 문제 제기한 '역차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무익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고 그럴 까닭도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진보 진영에선 추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성평등 목소리를 위축시킨다고 비판했다. 4월 21일 청년정의당 창당식에서 대표 연설하는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남윤호 기자
진보 진영에선 추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성평등 목소리를 위축시킨다"고 비판했다. 4월 21일 청년정의당 창당식에서 대표 연설하는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남윤호 기자

정의당은 추 전 장관의 '페미니즘' 인식에 거듭 우려를 표했다. 심 의원은 "추 의원의 해명 글을 읽고 나니 조금 마음이 놓인다"면서도 "오늘의 페미니즘 전체가 배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질까 걱정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한층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추 전 장관은) 분명한 표현으로 페미니즘 전체를 싸잡아 반대하는 발언했다. 자신의 경솔한 발언에 대해 인정하기는커녕 비판의 정치적 의도를 운운하는 태도를 보이시니 실망스러울 따름"이라며 "정치인의 '페미 반대' 발언은 우리 사회 성평등을 위한 목소리를 위축시키고 낙인찍는 효과를 낳는다"고 했다. 이어 "저희 세대 여성 청년들은 불법 촬영의 공포, 직장 내 성희롱, 임신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성별 임금 격차, 깨지지 않는 유리천장의 N중고를 여전히 경험하고 있다"며 "진정으로 성평등을 지향하신다면, 성공한 엘리트 여성 리더로서 당신이 기회들을 후배 여성들은 더욱 온전하게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시기 바란다"고 고집었다.

추 전 장관의 '反페미니즘' 발언은 4·7 재보선 이후 차기 대선 스윙보터로 떠오른 2030 세대, 그중에서도 '이남자(20대 남성)'를 겨냥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 재보선에서 이대남과 이대녀의 표심이 엇갈린 배경으로 '페미니즘'을 꼽고 있다. 현 정부의 역차별적 페미니즘 정책은 잘못됐으며 '공정성'에 민감한 젊은 남성들이 보수 정당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추 전 장관은 이를 고려해 대선 국면에서 화두가 될 '젠더 이슈' 관련 개념을 규정하고, 공략해야 할 핵심 지지층을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2030이 아킬레스건이라 그쪽을 공략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여성 후보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강조하면서 여성성에 기대지 않고 실력 대 실력으로 경쟁하자는 양수겸장 의미의 메시지로 읽힌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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