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文정권, 무능·부패" 직격…정책 비전 부족 지적도(영상)
입력: 2021.06.30 00:00 / 수정: 2021.06.30 00:0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선화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선화 기자

尹, 보수층 지지 의식한 듯…"기댈 곳은 결국 국민의힘"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 문재인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해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문재인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자회견문 전반에 걸쳐 직설적으로 현 정부를 때렸다.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 "국민 약탈" "윤리의식 마비" 등이 대표적이다. '촛불 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과 당위성을 흔드는 맹비난이다.

세부적으로 경제와 부동산, 일자리, 청년을 언급했다. 현 정부가 가장 뼈 아파할 만한 부분이다. 그는 "경제 상식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수많은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통을 받았다"며 "청년들이 겨우 일자리를 구해도 폭등하는 집값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정'을 9차례나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을 화두로 제시했다. 역설적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 이른바 '인국공 사태', 'LH 땅 투기 사태' 등 불공정 문제를 연상케 하며 현 정부와 대척점에 선 것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언급하며 "그동안 어땠냐"고 되물은 대목도 그렇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사퇴한 이후 첫 공개 석상에서 과연 어떤 국정철학과 비전을 제시할지 관심이었다. 이는 정치 경험이 없는 그가 왜 대권에 도전하는지에 대한 명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를 때린 직설화법과 달리 질의응답에선 원론적이고 모호한 대답을 내놓았다. 윤 전 총장 아내와 장모 등 비위 의혹이 담긴 이른바 'X파일’에 대한 질의에 윤 전 총장은 "문건을 보지 못했다"며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내게 제시하면 국민들이 궁금해하지 않도록 상세하게 설명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로 검찰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는 물음에는 "검찰총장을 지낸 사람이 선출직에 나서지 않는 관행이지만,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라며 "결국 국민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했다. 또 부동산 문제인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선 "종부세는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예측가능한 집값으로 필요할 때 필요한 종류의 주택을 용이하게 취득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그렇다 보니 정치권 안팎에선 정책적 비전이 부족하고 반문(반문재인) 세력을 자극하는 데 집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인만의 시각과 철학으로 제대로 우리 시대를 조망하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사퇴 이후 4개월 정도 고민하며 공부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면서 "너무 현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반발심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윤 전 총장이 여전히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인상이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겠다"며 "국민을 위해 정책적 비전의 큰 그림을 그려주고, 정치적 로드맵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 실망스러웠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았다"고 했다.

반대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굉장히 언어가 정제돼있고 고민이 녹아있는 연설이었다"며 "많은 국민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윤 전 총장의 뜻이 상당 부분 일치함을 확인하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보수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은 '자유민주주의'를 8번이나 언급하며 보수 진영의 가치를 강조했다. 또한 출마선언문에서 천안한 사건과 K-9 자주포 폭발 사고를 맨 앞에 배치, 최우선 가치를 안보에 두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보수의 색채를 확실하게 띄며 야권 유력 대선주자의 입지를 굳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과 자유의 철학을 중시한다는 정치 철학이 일치하는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인 입당 시기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이언근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치 초년생인 윤 전 총장이 높은 지지율, 열정이나 생각만 가지고 무작정 대선에 뛰어들면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신중한 듯하다"며 "그렇더라도 결국 기댈 곳은 국민의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침내 '대권의 링'에 오른 윤 전 총장은 도덕성 검증의 관문을 넘겨야 한다. 정계에 발을 들이고 대권에 도전한 것은 도덕성과 능력의 검증대에 선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내와 장모 관련 의혹이 담긴 이른바 'X파일' 논란과 장모가 요양급여 편취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은 불리한 부분이다. 윤 전 총리가 정치 선언을 한 만큼 여권의 고강도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가족 비위 혐의가 인정된다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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