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은 청년 정치인의 공간이 넓어져야 한다며 '공천개혁'을 주장했다. <더팩트>와 인터뷰하는 이 최고위원. /합정=이선화 기자 |
"민주당 'NO매력'…지방선거 때 공천개혁 해야"
[더팩트ㅣ합정=박숙현 기자] "가끔은 청년 목소리가 민주당에서 가장 먼저 나가도 좋지 않겠습니까?"
제1야당에서 헌정사 최초의 '30대 당수'가 선출된 후 더불어민주당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은 지도부에 이같이 제안했다.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투 톱(대표, 원내대표)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아 든 그가 내뱉은 말은 "공천개혁 하자"였다.
이 위원은 2003년 열린우리당(옛 더불어민주당) 창당식 때 의자 나르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정치권에 첫발을 내디뎠다. 두발 자유화 활동하던 고등학생 시절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존재를 알게 돼 자연스럽게 '민주당' 사람이 됐다. 이 위원은 정치가의 꿈을 키워왔다. 일찍 부친을 여의고 어려웠던 형편에 국가로부터 학비를 지원받은 만큼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점을 찾아내는 '정치가'는 그에게 적격인 직업이었다.
이 위원은 민주당이 "NO매력 정당"이라고 쓴소리했다. 이면지로 만든 이동학 최고위원 명함. /박숙현 기자 |
그는 도전했다. 하지만 결과는 국회의원 3차례, 당 전국 청년위원장 2차례 낙선. 공천 한 번 받지 못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당 혁신위 위원이 돼 발언 기회를 얻었다. 그는 "이제는 당이 찾아야 할 활로가 돼주는 건 어떤가"라며 청년의 기개로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을 들이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가 떨어져 나갔다.
이 위원은 19대 대선 이후 '저출생 고령화' 문제의 해답을 찾아보겠다며 세계여행을 떠났다가 '쓰레기 문제'를 들고 2년 반 만에 돌아왔다. 그가 건넨 이면지로 만든 얇은 명함은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준석 열풍'에 바짝 긴장한 민주당은 당 대표가 청년 특임장관 신설을 건의하는가 하면 청년 예산 문제를 집중 논의하는 청년 당정협의회, 청년 특위 출범 제안 등 2030 세대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되레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송 대표가 "현재의 불공정을 넘어 '미래'를 함께 공감하고 세대 간 소통의 다리를 이어줄 청년"이라고 소개했던 이 위원은 민주당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고 있을까. <더팩트>는 지난 25일 청년들이 많이 찾는 합정역 인근에서 그를 만나 솔직한 생각을 들었다.
이 위원은 지금의 민주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대선 이후 우리 당이 상당히 변화해왔는데 (세계여행을) 다녀오니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2015년에는 당 내부만 친문, 반문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분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때처럼) 친문, 반문 구조는 아니고 민주당이 잘못해 우리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면서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당내 이견이 표출될 때 이를 어떻게 한 울타리 안에서 관리할 건가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 지도부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위원은 지난 2015년 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하면서 '86용퇴론'을 외쳤다. 그는 86그룹의 리더격인 이인영 의원을 향해 '586 전상서-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공개편지로 "86그룹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은 이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선배들에게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며 "이제는 선배께서 당이 찾아야 할 활로가 돼주는 건 어떻느냐"고 일침을 날린 바 있다.
이 위원은 '86세대 용퇴론'에 대한 생각은 여전하지만 현재는 그보다 쇄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
그는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이다. 다만 현재는 쇄신이 우선이라고 봤다. 이 위원은 "지금은 쇄신 국면이지 세대교체 국면이 아니다. 임기가 3년이나 남아 있는데 '물러나세요' 할 수 없다. 쇄신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며 "다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내용적 혁신을 통해 실력 있는 사람들을 등용하고 당내 체질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공천개혁'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지난 14일 지도부에 요청해 우선 발언권을 얻고 "개혁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내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부터 당원 배심원제, 토론과 연설 평가 도입 등 선출직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정치인은 어떤 형태로든 도덕과 실력을 정확하게 검증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하지 않고 (공천 과정에서) 지역위원장한테 충성하면 되는 구조다. 대부분은 직함 싸움이다. 후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 그 사람이 청와대에서 일했는지 안 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하면(공천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이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지방의회를 꾸릴 수 있고 청년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의 실력도 높일 수 있다.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정당에서 제공해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정당이 움직여갔으면 한다. 외부에서 갑자기 데려와 반짝스타 만드는 건 정당정치에도 맞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 위원은 민주당이 매력 없는 정당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청년 말을 잘 듣고 안 듣고가 아니라 우리가 성 비위 사건, 부동산 문제 등 여러 잘못을 했을 때 잘못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온정주의였다고 본다. 2016년 탄핵 때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반감으로 민주당에 희망과 기대를 걸었는데 그걸 채워주지 못하고 오히려 '너희들도 똑같다'는 인식을 주게 됐다. 매력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당내 청년 정치인들과도 이런 위기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 위원은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 '여러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차원에서 같이 논의하고 대응해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지금은 (민주당이) 너무 거대한 공룡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최근 청와대 청년비서관으로 임명된 박성민 전 청년 최고위원 논란에 대해 "정치권이 그동안 '공정' 문제를 얼마나 잘못했는지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
다만 그는 청년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청년 관련 정책을 마구잡이식으로 내놓는 것보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12명에 대한 조치, 당내 경선 일정, 일관된 부동산 정책 등 당 내부에서 논쟁이 있을 때 발빠르게 대처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봤다. 이 위원은 "(청년들의) 마음이 떠나간 게 청년 정책이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본다. 대부분은 태도와 자세의 문제다. 그게 바로잡히지 않으면 다른 어떤 것을 해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송영길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그래도 국민이 '조금 변하려고 하나'하는 느낌을 조금 받지 않았을까 한다. 이를 앞으로 일관되게 보여주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이 청년할당제나 가산점제 확대 등을 통해 2030세대를 더 많이 등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 위원은 "할당제나 가산점제를 없애는 순간 이준석 대표처럼 상위 1%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지만, 나머지에는 절대 기회가 올 수 없다. 그나마 할당제와 가선점이 있으니 도전이라도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청와대 1급 청년비서관에 박성민 전 최고위원이 인선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청년팔이' '불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젊은 층이 제기하고 있는 공정의 문제를 정치권이 그동안 얼마나 잘못해왔나 하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 청년의 문제 제기를 일정 부분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선출직과 정치권에서 임명되는 정무직 등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여러 비판 받는 지점들은 박 비서관이 수용하고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박 비서관을 어떻게 한다고 해서 (공정)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청년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박탈감을 느끼는 부분은 사회 전반에 걸쳐 청년에 기회와 보상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현상을 바꿔야 한다. 저도 상당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청년 세대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청년 정책을 남발하기 보다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이선화 기자 |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은 누구? 1982년생 강원도 화천 출생. 대전공업고등학교 재학 당시 두발자율화 운동을 주도했고, 군 전역 후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대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정치권이 입문했다. 이어 2012년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등을 역임했다. 국회의원 선거와 당내 전국청년위원장 선거에 각각 3차례, 2차례 나섰지만 모두 낙선했다. 19대 대선 이후 '저출생 고령화' 문제 해법을 찾겠다며 세계여행을 떠났다가 2년여 만에 귀국, 지난해 시민단체 '쓰레기센터'를 설립해 관련 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송영길 민주당 대표 체제에서 청년 최고위원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