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열의 '靑.春일기'] 야당 의원과 싸우는 대통령의 아들
입력: 2021.06.23 05:00 / 수정: 2021.06.23 05:00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오른쪽)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을 두고 문 씨와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왼쪽)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더팩트 DB, 문준용 씨 페이스북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오른쪽)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금을 두고 문 씨와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왼쪽)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더팩트 DB, 문준용 씨 페이스북 갈무리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배현진 vs 문준용, '지원금 설전'과 文대통령 '협치'의 괴리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와 국민의힘 최고위원 배현진 의원이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 씨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예술과학기술융합지원 사업에서 제가 6900만 원의 지원금에 선정되었다는 것을 알립니다"라고 쓴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문예위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곳입니다. 문 씨가 지원한 이번 사업은 예술 주도적 기술융합으로 예술 영역·가치 확장 및 예술적 창의성·표현 확대와 과학기술을 활용한 예술 창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것입니다.

문예위 누리집의 해당 사업 공모 내용을 보면 동시대 다양한 과학기술을 접목한 예술작품 기획, 개발, 제작 지원 및 예술과 과학기술이 융합되어 예술적 창의성과 표현력이 확장된 기술접목 예술작품 창작을 지원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기획·구현', '기술개발 및 창제작', '우수작품 후속 지원' 등 세 개 지원 유형 중 문 씨는 지원금 규모가 가장 큰(3000만~7000만 원) 완성형 단계의 예술·기술 융합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 기술개발 및 창제작 지원 유형에 'Augmented Shadow - 빛을 쫓는 아이들' 이름의 사업을 신청해 지원금 6900만 원을 받게 됐습니다.

해당 유형에는 102건의 신청이 접수됐고, 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된 건은 24건입니다. 최고액 지원금은 최태윤 스튜디오의 '분산된 돌봄의 웹: 가상 정원'(6924만6000원)이며, 문 씨는 두 번째로 많은 금액(6900만 원)을 지원받게 된 11명 중 한 명에 포함됐습니다.

문 씨는 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을 밝힌 이유에 대해 "예술기술융합은 제가 오랫동안 일해왔던 분야라 심혈을 기울여 지원했다. 이 사업에 뽑힌 것은 대단한 영예이고 이런 실적으로 제 직업은 실력을 평가받는다"라며 "축하받아야 할 일이고 자랑해도 될 일입니다만, 혹 그렇지 않게 여기실 분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 응답해야 할 의견이 있으면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문 씨가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 지원'을 신청해 서울시에서 1400만 원을 지원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던 것을 의식해 문예위 지원금 대상자 선정 사실을 본인이 먼저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응답해야 할 의견이 있으면 하겠다"고 하면서 야당 의원의 의혹 제기에 '싸우자'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스스로 논란을 키웠습니다.

배 의원은 지난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은 절차적 정당성과 실력을 자랑하는 문준용 씨의 그 페이스북 글을 보면서 굉장한 박탈감과 분노를 표출했다"면서 "영상으로 온라인 인터뷰를 한 심사위원 일곱 분이 대통령 아들을 영상으로 직접 인터뷰했을 때 과연 아무런 압박을 느끼지 않고 심사를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지, 저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 또 국민들께서 굉장히 의아하게 여길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문 씨는 SNS를 통해 "묻고 싶다. 배현진 의원님이 심사를 한다면 대통령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를 뽑겠습니까. 실력이 없는데도요? 비정상적으로 높게 채점하면 다른 심사위원들이 알아보지 않을까요? 반대로 의원님 같은 분은 제가 실력이 있어도 떨어뜨릴 것 같은데, 기분 나쁘세요? 답변 바랍니다. 의원님은 지금 공정한 심사를 위해 며칠씩이나 고생한 분들을 욕보이는 겁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그는 "제가 얼굴 보여주니 심사위원들이 알아서 뽑았다는 건데, 제가 마스크 벗고 무단횡단하면 경찰관들이 피해가겠네요? 세무서 가서 이름 쓰면 세금 깎아 주겠네요?"라면서 "이제 그럴 일 없는 세상에서 다들 똑바로 살려고 노력하는데, 왜 자꾸 그런 불신을 근거 없이 조장하는 겁니까"라고 배 의원을 공격했습니다.

배 의원도 질세라 22일 "국민 세금으로 지원금을 주는 일은 뉘 집 자녀 용돈 주듯 마음 편하고 쉬운 일이 아니다. 지원자 선정 과정이 부실해서도 안 되고 복마전으로 쌈짓돈 나눠 먹기가 되어서도 안 된다"라며 "문재인표 뉴딜이라고 지원예산을 47억 넘게 증액한 사업인데, 고작 몇 분짜리 면접 영상도 남기지 않았다고 문예위가 주장한다. 이런 것을 확인해야 할 예산 감사 역할이 국회에 있다"라고 문 씨를 포함해 관계자들을 국감장에 부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문준용 씨의 SNS 지원금 설전. /페이스북 갈무리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문준용 씨의 SNS '지원금' 설전. /페이스북 갈무리

이에 또다시 문 씨는 배 의원을 조롱하는 듯한 말로 맞대응을 했습니다. 그는 "문 : 의원님은 제가 실력 있어도 떨어뜨릴 것 같은데요, 배 : 맞아요. 아무 잘못 없어도 국감에 나오라면 나오세요. 저런. 말이 안 통하네요"라고 비꼬면서 "저를 포함해 이런 일(예술가)을 하는 분들은 신성한 국감에 이미 매년 시달리고 있고, 올바로 일하려 한다. 그러든 말든 국회의원이 아무 근거 없이 저를 국감에 불러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저에게는 특혜가 있을 수 없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배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한 문 씨의 반박에는 비판을 넘어선 조롱, 국감에 대한 적의가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독립 생계를 영위하는 대통령 아들이 예술가로 활동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 아들이면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인은 5년 동안 쉬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냐"는 황희 문체부 장관의 말처럼 활동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가의 예술활동이 정부 지원금을 타내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배 의원이 국감에서 따져보겠다고 한 공정성 여부 문제를 떠나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 최고 통치자의 아들이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사업에 잇달아 지원해 최고 지원금을 연속으로 타내는 것을 의문스럽게 바라보는 국민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대통령의 아들은 본인이 원하지 않았더라도 세간의 관심을 받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포털 사이트에 '바이든 아들'이라는 검색어만 입력해도 자녀와 관련한 논란, 행보에 대한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아들 중 문 씨에게만 언론과 세간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임기 동안 산적한 미완의 국정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문 대통령에게 잇달아 정부에서 최고 지원금을 타내고, 그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는 야당 의원과 다투는 아들의 마이웨이 행보는 득보다 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입니다.

당장 유럽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은 조만간 순방 성과를 공유하고, 남은 임기 동안 시급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 등 여야 지도부를 만나 '협치'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협치를 준비하는 대통령과 야당과 다투는 대통령 아들의 모습에서 괴리감을 느끼는 건 저뿐일까요.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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