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2일 의원총회에서 '대선 경선 일정'을 논의한다. 지난 18일 부동산 정책 의총에 참석하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 /이선화 기자 |
이재명계 vs 非이재명계 세 대결 양상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강조해온 '원팀 정신'이 흔들리고 있다. 여권 권력투쟁의 불씨가 '대선 경선 일정' 논의 과정에서 점화한 것이다. 경선 룰을 둘러싼 내부 균열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팀킬(아군 공격)' 내상을 최소화해야 하는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검증대에 올랐다.
21대 총선에서 180석 확보로 대승한 민주당을 관통한 키워드는 '원팀 정신'이다. 2018년 전당대회에서 이해찬 전 대표가 수락 연설문에서 "우리 당은 하나가 될 때 승리하고 분열할 때 패배했다. 철통같은 단결로 문재인 정부를 지키자"고 한 뒤 '원팀'은 민주당의 필승 전략이 됐다. 당시 당 대표의 센 그립(장악력)으로 당내 민주주의가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진영 내 이견이 내홍으로 번지지 않아 총선을 안정적으로 관리됐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송영길 대표도 지난 5월 취임 후 "열정과 헌신, 지혜를 가진 모든 분을 하나로 모아 원팀을 만들겠다"며 원팀 전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대선 경선 연기론'을 둘러싼 이재명계 대 비(非)이재명계의 전면전 앞에서 '원팀 정신'이 무력해진 상황이다.
민주당은 22일 의원총회에서 '경선 일정' 문제를 논의한다. 송 대표는 당초 지난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결론지을 예정이었지만 내부 반발이 심해 미뤘다. 의총에서 경선 일정 문제를 확정할 수는 없다. 때문에 '경선 일정 변경' 건을 당무 의결기관인 당무위원회에 회부할지,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할지가 '경선' 갈등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경선 일정 변경에 대해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민주당 당헌 88조2항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경선 연기파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해 당무위 의결을 주장하는 반면, 유지파는 경선 일정 연기를 위한 '상당한 사유'도 없을뿐더러 당무위 의결이 아닌 최고위 결정 사항이라고 맞서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과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최고위가 아닌 당무위에서 '경선 일정'을 의결하자고 주장한다. /국회사진취재단·이선화 기자 |
대선주자와 지도부 인사도 나서서 송 대표를 압박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21일) 한 라디오에서 "경선 시기조절은 당헌 개정사항이 아니라 당무회의 의결 사항"이라고 했고, 이낙연 전 대표도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으니 수렴하고 정리하는 것은 지도부의 의무"라고 했다. 이낙연계인 전혜숙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선 시기를 조정해야 하는 이유는 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따져서는 안 되며 대선 경선은 민주당 후보의 정견을 겨루고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고 경선 연기를 주장했다.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이었던 김종민 의원도 "'마스크 없는 정상 선거', 이게 원칙이다. 이게 가능한데도 비껴간다면 직무유기"라며 연기론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선 일정'으로 인한 당내 분열 조짐을 경계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지금 수준의 결속력으로는 쉽지 않다. 후보는 얻어맞는데, 지지층이 합심해서 스크럼(팀원 간 대형)을 짜지 않으면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경선 일정 원칙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일 민주당 당대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 지사. /남윤호 기자 |
하지만 여권 선두인 이재명계는 당무위 회부 불가 입장인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 입장차는 최고위와 당무위 인적 구조가 다르다는 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당무위는 지도부와 전국대의원대회 의장, 국회 상임위원장, 시·도당위원장, 시도지사 등으로 구성돼 상대적으로 당내 조직 기반이 탄탄한 쪽에 유리한 반면, 현 민주당 최고위에는 이 지사 측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다수 포진돼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반발이 심하더라도 지도부가 빨리 결정해야 한다. 더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며 "시간을 오래 끌지 않을 것 같다. 22일 의총에서 의견을 듣고 최고위에서 결정할 것 같다. (경선 일정을 정하면) 수습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경선 연기'가 대선 국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지도부가 '현행 유지'에 손을 들어줄 경우 향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진영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제3자의 시각에선 양쪽 다 명분 있는 이야기라 지도부에서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이 지사가 후발주자들을 위해 과감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 포용적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그게 대선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며 "지도부도 후발주자들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 분열까지 초래하면서 후발주자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송 대표가 시간끌기 하지 않고 이 지사에 먼저 경선 연기를 제안했어야 했다"며 "(지도부가) 원칙론으로 결정한다면 반이재명 연합이 뭉쳐 이재명계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세가 이어지고 집권당으로서 화합은 어려워질 것이다. 이 지사가 후보가 되더라도 당의 전체적인 지지를 얻기 상당히 어려운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의총에서 이재명계와 비(非)이재명계가 정면충돌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혼란을 매듭짓고 어떤 안으로 수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