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11~17일 영국·오스트리아·스페인 순방을 마치고 18일 귀국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하고, 각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성과를 얻고 돌아온 문 대통령 내외. /청와대 제공 |
높아진 국제 위상 확인 및 각국과 협력 강화…홍보 과정 '실수' 오점도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17일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18일 귀국했다. 영국 G7 정상회의 참석(11~13일)을 시작으로, 13~15일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15~17일 스페인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하면서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먼저 문 대통령은 순방 기간 3국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면서,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냈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의 위상과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치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사실상 G8 국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스페인 현지에서 동행한 기자단과 만나 "한국이 국제사회의 규칙을 받아들이는 위치에서, 규칙을 만드는 데 동참하는 위치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세계적인 선도국가로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였다"며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문 대통령을 대하는 여러 모습에서 사실상 대한민국이 G8 국가로서의 역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너무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한 전 세계 백신 공급에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논의가 이뤄진 것도 성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한 모습. 앞줄 왼쪽부터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문 대통령,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세 번째 줄 왼쪽부터 UN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청와대 제공 |
◆G7 정상회의서 확인한 높아진 한국 위상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문 대통령 영국 G7 확대회의에서 의장국 정상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주요 자리에 앉았다. 또 G7 정상회의 참석국 정상 기념촬영에서도 가장 앞줄 영국·미국 정상 사이에 서 우리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G7 확대회의에선 '보건', '열린 사회와 경제', '기후변화·환경' 세션에 참석해 백신의 공평한 접근권을 강조하고, 한국의 글로벌 코로나 대응 역할을 설명했다. 특히 개도국 백신 지원을 위해 코백스 AMC에 한국이 올해 1억 달러를 공여하고, 내년에도 1억 달러 상당의 현금이나 현물을 추가로 제공하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G7 확대회의 참여국들이 공유하는 열린 사회 가치를 보호하고 증진할 것을 결의하는 '열린 사회 성명'에 동참했으며,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우리나라와 국제사회의 노력도 설명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 기간 영국·독일·호주·프랑스, 유럽연합(EU) 등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각국과 백신, 기후변화 대응, 경제, 남북관계 발전 등 여러 사안에 대해 더욱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영국 방문 일정을 마친 뒤 SNS를 통해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해 국격과 국력에 맞는 역할을 약속했고, 특히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가교 역할을 강조했다"라며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의 외교 지평이 넓어지고 디지털과 그린 분야 협력이 확대, 발전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이제 우리는 우리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다른 나라와 지지와 협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됐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 호프부르크궁에서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수교 129년 만에 한국 대통령 최초,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문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을 통해 내년 수교 130주년을 앞두고 두 나라의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하는 한편 방역·백신 협력을 비롯해 문화·예술·청소년 등 두 나라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인적·문화 교류 협력을 더 확대키로 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과 오스트리아 정부의 '2040 기후중립 목표' 사이의 협력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전기 자동차 등 친환경 미래 산업 협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을 오스트리아를 떠나면서 SNS를 통해 "우리와 외교 관계를 수립한 지 129년 되었지만,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방문했다"라며 "양국은 수소산업과 탄소중립, 문화와 청소년 교류에 대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수립했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외교 현장에서 느낀다. 경제에서도, 코로나 극복에서도, 문화예술에서도,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세계에서 훨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라며 "우리는 선도국가,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어 세계사에 새로운 시작을 알릴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충분한 자격이 있고 해낼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스페인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왕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내외와 인사를 나누던 당시. /청와대 제공 |
◆스페인 국빈 방문,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 격상
문 대통령은 스페인 국빈 방문에서도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했으며 △정무·외교 △국제·다자 협력 △세계 평화와 안보 △경제 협력 △과학·기술·혁신 △문화·교육·스포츠·인적교류·관광 등 6개 분야 52항의 세부 발전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은 또 스페인에서 가장 권위 있는 경제 행사 중 하나인 '경제인협회 연례 포럼(RCE)'에 참석해 한국의 디지털·그린뉴딜 정책과 스페인의 '디지털 스페인 어젠다 2025', '2050년 탄소중립 전략'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 스페인 순방 계기로 한·스페인 정부는 양국 간 관광교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2019년 10월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양국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지정한 '한-스페인 상호방문의 해'를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황희 문체부 장관은 "코로나로 주춤했던 양국 간 문화, 관광의 다양한 교류 협력 사업들이 활발히 추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부 페이스북 계정은 지난 13일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게재했다. 이 게시물의 원본 사진에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도 함께였으나 게시물에선 편집됐다가 '외교 결례'라는 논란이 되자 라마포사 대통령이 포함된 사진으로 교체했다. 수정 전 게시물(왼쪽)과 수정 후 게시물. /페이스북 갈무리 |
◆한일 정상회담 무산, 순방 홍보 잇단 '실수'
다만 이번 G7 정상회의 계기로 기대감을 모았던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일본 측의 거부로 끝내 무산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문제, 도쿄올림픽 누리집 독도 표기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 양국 간 첨예한 현안은 당분간 평행선 상태를 달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정부의 문 대통령 유럽 순방 홍보 과정에서 '외교 결례' 논란을 자초한 것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 정부 페이스북 계정에 지난 13일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참석자 기념사진과 함께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는데, 원본 사진에 있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을 삭제한 채 올렸다.
이를 두고 G7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세계 최강대국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사이에 서 있던 문 대통령을 조금 더 중앙으로 보이게 하게끔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남아공에 외교적으로 큰 결례를 한 이번 사안에 대해 문체부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청와대는 지난 15일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문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 방문 소식을 알리면서 게시글에 오스트리아 국기 대신 '독일 국기' 그림을 삽입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에 청와대는 뒤늦게 청와대는 "작업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수정했다.
논란이 된 직후 수정하기는 했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스스로 밝힌 "G8 국가가 됐다"는 평가에 어울리지 않는 실수를 하면서 오점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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