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그림자…K-양극화 심화 해법은?
입력: 2021.06.10 00:00 / 수정: 2021.06.10 00:00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 이면에는 K-양극화라는 그림자가 있다. 지난 4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손실보상 소급적용 관철을 위한 천막농성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 이면에는 K-양극화라는 그림자가 있다. 지난 4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손실보상 소급적용 관철을 위한 천막농성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코로나 '손실보상제', 경제 '구조 개혁론' 제기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코로나19 사태 발생 1년 6개월, 백신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긴 어둠의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다. 9월 내에 전 국민 70% 이상 1차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늦어도 11월까지는 집단면역을 달성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최근 당·정·청은 순조롭게 백신접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성공적인 'K-방역'에 이어 'K-접종'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코로나 사태는 고용, 소득, 기업실적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격차가 벌어지는 이른바 'K자 양극화' 현상 심화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K-방역·접종' 이면 더 어려워진 저소득층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 월평균 소득은 91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8만2000원) 증가했다. 이는 1분위의 근로소득(급여소득, 상여금)이나 사업소득(사업소득, 임대소득)이 늘어난 게 아니라 정부가 투입한 지원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1분위의 근로소득은 17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고, 사업소득은 8만7000원으로 1.5% 감소했다. 대신 재난지원금, 기초연금 등이 포함된 공적이전소득이 23.1% 급증(43만6000원)하면서 1분위의 소득이 전체적으로 늘었다.

특히 1분위는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차감한 흑자액이 마이너스 39만7000원을 기록하면서 빚이 더 늘었다. 코로나가 처음 시작됐던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분위는 사실상 더 빈궁해진 것이다.

5분위(상위 20%)는 상대적으로 코로나의 영향을 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971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상여금 감소로 근로소득(684만2000원)이 3.9% 줄었고, 재산소득(이자소득, 배당소득)도 7만5000원으로 28.8%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5분위의 사업소득은 161만1000원으로 4.0% 늘었다. 흑자액도 329만7000원을 기록해 저축이나 자산 구입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은 여전히 상당했다.

이에 따라 국민 소득 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0배로 1년 전(6.89배) 대비 일부 개선됐으나,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5분위 배율은 16.20으로 1년 전(14.77배)보다 악화됐다. 이는 정부 지원금 효과를 배제하면 분배 지표는 더 나빠졌다는 것을 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코로나로 인한 장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두운 그늘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라며 무엇보다 양극화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코로나로 인한 장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두운 그늘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라며 "무엇보다 양극화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국내 기업의 K-자형 양극화도 뚜렷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4월 코스피 및 코스닥 비금융 상장 기업 1017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24.9% 증가했음에도 상장사 4개 중 1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규모별로는 상·하위 20% 기업 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격차가 확대됐고, 업종별로도 의료·제약, 전기·전자 등 코로나 수혜업종과 유통 및 대면 서비스 등 피해업종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특히 영업이익이 증가한 업종 내에서도 상위 3개 기업이 업종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文대통령, 남은 임기 '양극화·불평등 해소' 집중

문재인 대통령도 양극화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2개월 연속 40%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고, 조선업은 5월까지 이미 작년 한 해의 수주량을 뛰어넘었으며, 내수와 소비가 살아나는 등 경제 회복이 가속화되고 있다"라면서도 "코로나로 인한 장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두운 그늘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양극화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코로나 회복 과정에서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 일자리 회복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집중해 주기 바란다"며 "예상보다 늘어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경편성을 포함해 어려운 기업과 자영업이 활력을 되찾고, 서민 소비가 되살아나며, 일자리 회복 속도를 높이는 등 국민 모두가 온기를 함께 누릴 수 있는 포용적 경제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가뜩이나 심각한 사회 문제였던 양극화가 코로나를 거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라며 "코로나 시대 특수를 누린 기업이 있는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굉장히 나빠졌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코로나 이익공유제' 이슈가 있었는데, 우선적으로 상대적으로 잘된 분야에서 세금을 더 걷어서 코로나로 영업제한을 당했거나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기업에 대한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근본적인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근로소득 격차가 해소돼야 한다"며 "당위론적으로 임금을 올리라고 해서는 해결되지 않고, 기본적으로 재벌 체제에서 문제가 나왔다. 경제 구조 개혁을 하지 않고서는 궁극적인 양극화 해소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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