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억울한 죽음'도 이슈가 돼야 반응하는 정치권
입력: 2021.06.09 05:00 / 수정: 2021.06.09 05:00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TF 단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군 성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혁신 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TF 단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군 성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혁신 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공군 성추행 사건 대책 마련 분주…반복되는 '뒷북' 대응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성추행 피해를 당한 공군 이모 중사가 억울하게 죽었다. 유족은 물론 국민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군의 악습은 여전했다. 지속적인 회유와 조직적인 사건 은폐, 부실 수사 등이 드러나 공분을 키우고 있다. 선진 병영 문화를 홍보하는 군은 여전히 구시대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입대할 땐 우리 아들(딸), 사고 나면 너희 아들." 과거 어느 때부턴가 군을 비판하는 이 문장이 요즘 왜 이리도 가슴에 와닿을까.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와 피해 호소에도 미온적이었던 군 조직의 민낯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군의 총체적 비위가 소중한 목숨을 잃게 했다.

국방부는 물론 정치권도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군을 완전히 새롭게 조직한다는 각오로 군 병폐를 뿌리 뽑겠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군 범죄 근절 및 피해자보호 혁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민주당은 8일 성범죄 범행·은폐에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은 폐쇄적인 군 문화를 개선하고, 성폭력 대응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법 제도 정비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군 성범죄 사건 근절을 위해 군 수사·사법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방침이다. 군 수사기관과 군사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폐습, 사건 축소·은폐하기 급급한 군 수사 시스템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군형법의 미비한 법률을 보완하는 법안도 나오고 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군대 내 상관에 의한 성폭행을 처벌하는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급자에 대해 업무상 위력 또는 위계에 따라 간음·추행하는 경우 각각 10년 이하,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6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6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드러난 문제점을 파악해 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부조리와 악습도 뜯어고치는 것이 맞다. 또다시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성폭력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새로운 대책을 발표하지만, 군대 내 성폭력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군인권센터는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1년 전이 떠오른다. 지난해 6월 팀 내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숙현 선수는 관련 기관에 폭력 사실을 신고하고 진정서도 제출했지만,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끝내 세상을 등졌다.

이모 중사 사건과 묘하게 닮은 듯하다. 조직적인 사건 은폐와 지지부진했던 수사, 이에 따른 억울한 죽음까지.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자 정치권은 체육계(군) 폭력을 근절하겠다며 재발방지 조치를 앞다퉈 내놨다. 체육계 폭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는데도 뒤늦게 사후약방문식 '뒷북' 처방을 내놓았다.

군이든 문화·체육계든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뒤늦은 진상조사→책임자 문책→재발방지 대책 마련'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그것도 해당 사건이 이슈가 돼 국민적 관심을 끌어야 수면 위에서 진행된다. 그렇지 않으면 사건은 묻히고 억울한 희생자만 남는다.

언제까지 이러한 현실이 되풀이되어야만 하는지 정부와 정치권에 묻고 싶다. 누군가가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해야 뒤늦게 팔을 걷어붙이며 법적, 제도적 미비점을 들여다보는 행태는 그만 보고 싶다. 이 또한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악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언제 어디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지 두렵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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