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주범 '플라스틱' 범람…쏟아지는 법안 실효성은?
입력: 2021.06.07 05:01 / 수정: 2021.06.07 05:01
지난해 5월 경기도 수원자원재생센터 야적장에 폐플라스틱이 잔뜩 쌓여 있는 모습.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수출길이 막히고 재활용품 가격이 폭락하면서 재활용 쓰레기가 계속 쌓이고 있다. /임영무 기자
지난해 5월 경기도 수원자원재생센터 야적장에 폐플라스틱이 잔뜩 쌓여 있는 모습.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수출길이 막히고 재활용품 가격이 폭락하면서 재활용 쓰레기가 계속 쌓이고 있다. /임영무 기자

관련법 개정 논의 시작…'생산자 책임론', '소비량 감축' 주장도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쓰레기 대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했다. 일상의 제약과 비대면 활동이 잦아지면서 배달음식과 택배 등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대한 위기의식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국회도 정부와 발맞춰 자원순환 정책 등과 같은 환경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보다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플라스틱 폐기물은 하루 평균 848톤씩 발생했다. 이 가운데 일회용 포장재 폐기물이 약 60%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 파괴의 주범인 플라스틱은 소각·매립으로 처리한다더라도 다이옥신이나 환경 호르몬 등 인체에 해로운 유해 물질을 유출하고 불완전 연소에 따른 대기오염을 유발한다.

문제는 플라스틱이 일상에서 떼 내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는 점이다. 한국의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3위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플라스틱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일회용품 사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플라스틱 대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만큼 중대한 시기에 놓여 있다. 수도권 매립지의 매립 용량은 한정된 상황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폭증하면 매립 한계가 임박하는 시기는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이미 수도권의 경우 인천에 있는 매립지는 2025년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인천시는 그해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선언한 상태다.

어느 때보다 '탈플라스틱'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올해 대비 20% 줄이고,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도 현재 54%에서 2025년까지 70%로 높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2030년까지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고 2050년까지 친환경 플라스틱 사회를 이루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 사이에선 탈(脫)플라스틱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는 자원순환 정책 등과 같은 환경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지만, 본회의 통과는 미지수다. /이새롬 기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들 사이에선 '탈(脫)플라스틱'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는 자원순환 정책 등과 같은 환경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지만, 본회의 통과는 미지수다. /이새롬 기자

정치권에서도 2050 탄소중립 사회를 위해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폐기물 발생 억제 및 순환이용 촉진을 위한 관리감독과 처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원순환기본법' 개정안과 관할 구역 내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그 관할 구역 내에서 처리되도록 체계를 확립하는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에 접수된 상태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원순환기본법' 개정안은 폐기물 감량 관리를 강화하고 제품의 유해성 및 순환이용성 평가에 따른 개선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자에게 기간을 정해 개선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품 등의 유해성 및 순환이용성 평가 결과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유해하거나 순환이용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환경부 장관이 개선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평가 결과 공개 외에 별다른 조치가 불가하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민간에 의존하던 폐지, 고철, 플라스틱 등의 재활용품 수거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폐기물이 지역 경계를 넘어 장거리 이동 후 처리되는 경우가 빈번해 불필요한 환경 피해 및 지자체 간 사회적 갈등 방지가 기대된다.

홍 의원은 "폐기물의 발생지처리 책임원칙을 규정하고 관할구역 외에서 처리할 경우 반입협력금을 부과·징수하도록 하며, 재활용품 수거를 지자체가 직접 또는 대행계약을 통해 하도록 하면서 계약해지 등 수거 거부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50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소비문화를 개선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도 주목되는 법안이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두 법안은 모두 국회 환노위 심사 단계에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일회용품 및 플라스틱 제품의 감축 실적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국가,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일회용품 사용 억제 노력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40%는 포장재이며 그중 95%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이다.

어 의원은 "최근 탄소중립에 관한 관심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이용이 급증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의 폭발적인 증가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이러한 일회용품 소비문화를 개선하고, 2050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이 일회용품 줄이기를 선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은 2017년부터 바다거북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57마리의 바다거북 폐사체를 부검했다. 2020년 11월까지 부검한 바다거북 가운데 46마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 이들 바다거북의 몸속에서는 1600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임영무 기자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은 2017년부터 바다거북 죽음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57마리의 바다거북 폐사체를 부검했다. 2020년 11월까지 부검한 바다거북 가운데 46마리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 이들 바다거북의 몸속에서는 1600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임영무 기자

좋은 취지의 법안이라 할지라도 통과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게다가 재활용품 줄이기 등 생활 속 실천과 함께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여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게 일부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제조사와 유통사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책임을 지고, 소비자가 플라스틱 없는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계속 쌓이게 되고 재활용을 한다고 해도 더 낮은 품질로 재활용된다는 이유에서다.

무책임하게 만들어지고 버려진 플라스틱은 환경 오염 문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여러 동식물의 건강도 위협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해안가로 떠밀려온 해양 동물의 사체에서 플라스틱이 대량 발견되는 것은 심각성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 유럽환경청이 2019년 5월 발간한 '유럽 내 플라스틱 폐기물 방지' 보고서는 "플라스틱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수천 종(種)의 원료로 구성된 큰 범주의 화학 물질"이라고 정의하면서 "플라스틱은 보통 단일한 특정 원료로 간주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소각에 따른 다양한 환경파괴 문제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소비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다수 국가는 비닐봉지, 일회용 플라스틱 또는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특정 플라스틱 제품에 관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다수 국가의 방지책은 양적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도 유럽 정책과 비슷한 기조의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염정훈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의 절대적인 감축 없이 재활용 및 폐기물 관리로만 접근해서는 플라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 감축을 위한 과감한 정책을 마련해 플라스틱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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