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초청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쓴소리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제공 |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돌아선 민심' 전달 대신 남은 '인증샷'과 '시계 선물'
[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68명을 만났습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공동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 오만과 독선,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의 뜻을 밝혔던 젊은 여당 정치인들이 문 대통령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마침내 당에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초선의원들이 문 대통령에게도 그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지 이목이 쏠렸습니다.
민주당의 쇄신 목소리가 커지던 지난 4월 28일 초선의원들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나온 제안을 문 대통령이 수락해 이뤄진 이번 간담회는 결과부터 말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던 회동이었습니다. 93분간 이뤄진 간담회에서 초선의원들은 문 대통령과의 기념사진 촬영에 20분가량을 사용했고, 12명만 대표로 몇 분씩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국 사태, 부동산 논란 및 인사 문제 등 국민 대다수의 반감이 큰 사안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습니다. 두 달 전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스스로 반성한다고 밝힌 사안에 대한 언급도 없었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조국 전 장관, 부동산, 인사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고 했고, 한 초선의원은 "조국 사태에 대해선 (의원들이) 대통령에게 질문할 필요성을 못 느낀 듯했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초선의원들은 문 대통령에게 간담회 요청을 수락한 것과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이와 함께 △코로나 시대 큰 고통을 겪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적극적 재정 지원과 체계적인 사회안전망 구축 △군 부실 급식 해결 등 장병들의 기본적인 처우 개선 △중소기업과 일용직 근로자 백신 휴가제 적용 등을 요청했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간담회에서 초선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여러 당부를 듣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민주주의, 인권, 평등, 복지, 남북협력, 환경, 생태, 생명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고, 혁신의 DNA를 가지고 있는 역동적·미래지향적 정당이라는 면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라며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진보가 이를 구현하는 정책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단합하고 외연을 확장할 때 지지가 만들어진다. 그 지지자들과 함께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하며 나아가 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우리 정부는 퇴임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초선의원들이 강한 자신감을 갖고 지지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손을 맞잡아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도, 지지층만 믿고, 비지지층은 배제한 채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간담회를 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또한 문 대통령은 "예상보다 빠른 경제 성장은 그간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 빅3(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를 육성해 왔기 때문이다", "포용성이 높은 정책으로 인해 코로나를 이기고 더 도약하는 힘이 되었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집단면역 시기도 당겨질 것이다" 등의 자화자찬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불편해할 수 있는 쓴소리는 피하고, 당연히 정부가 챙겼어야 할 정책 질의만 한 초선의원들은 문 대통령과의 개별 '기념사진'과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선물로 받고 돌아갔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5년간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승을 달리면서 벌였던 잔치 행진은 4·7 재보선 참패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당시 당내에서 쇄신 목소리를 주도했던 초선의원들은 약 두 달 만에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입니다. 당장 야당에선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보다는 뜬금없는 문비어천가만 크게 들렸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점한 현 국회 의석 비율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은 당·청 간 단합만 잘 유지해도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운영에 큰 어려움 없이 남은 국정 과제를 밀어붙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아선 민심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고, 지금과 같이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운영한다면 다음 선거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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