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만난 文대통령, '이재용 사면' 애매모호…"정부·기업, 정보 공유하자"
  • 허주열 기자
  • 입력: 2021.06.02 17:54 / 수정: 2021.06.02 17:54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 제공

靑 "긍·부정 공감 특정 안해"[더팩트ㅣ청와대=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4대 그룹 대표를 만났다. 한미 정상회담 기간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한 기업인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뤄진 이날 회동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정부와 기업 간 정보 공유 등 여러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다만 문 대통령은 재계의 관심이 높은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선에서 명확한 답변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58분부터 오후 1시 26분까지 약 1시간 30분가량 청와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과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최태원 회장은 "경제 5단체장이 건의한 것으로 고려해 달라"며 우회적으로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 5단체장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산업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다. 이를 위한 과감한 사업적 판단을 위해서는 기업 총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이 부회장 사면 요청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며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간담회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감이라는 것이 어디에 대한 공감인지 (문 대통령이) 정확하게 말씀하시지는 않았다. 이런 공감을 하는 국민, 저런 공감을 하는 국민을 다 지칭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긍정, 부정 어떤 쪽에 공감한다고 특정하지 않아 이전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때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며 충분히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 '두루두루 의견을 듣겠다' 그런 의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형평성과 과거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해서 충분히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듣고 이 부회장 사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사실상 되풀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 사면 요청에 대해선 명확한 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4대 그룹에 감사를 표하면서 추가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하고 재도약하는 데 있어 4대 그룹의 역할이 컸다. 한미 정상회담 성과는 그 어느 때보다 풍부했다"라며 "지금까지 미국과 수혜적 관계였다면 이제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도움을 주는 동반자적 관계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4대 그룹의 기여가 컸다. 탄소중립 목표 역시 4대 그룹과 함께 가야 하고, 특히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에너지 전환 캠페인)', 'ESG 경영(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에 앞장서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4대 그룹 대표는 정부와 기업이 소통하는 격의 없는 자리를 마련해 줘서 감사하다는 뜻을 표했다. 김 부회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뿌듯하게 생각한다"라며 "삼성은 오래전부터 미국의 파운드리 공장을 검토하고 있었는데, 이번 방미로 인해 삼성의 대미 협력에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외국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제2의 평택공장 부지는 국내에서 찾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정부의 회복, 포용,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에 함께하겠다"면서 "탄소중립은 후세대에 대한 현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역대 최고라고 생각한다"면서 "워싱턴에 남아서 현지의 반응을 더 들었는데, 경제 활성화를 모색하는 미국 상황에 한국의 투자가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져서 바이든 정부가 고마워했다"고 했다.

구 회장은 "LG 대표를 맡은 지 3년째, 일본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갈등 등 예측할 수 없는 위기가 다가왔는데, 정부가 기업의 의견을 듣고 대처해 줘서 감사하다"면서 "이번 방미로 미국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이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다"며 "정부도 역할을 했지만, 기업도 큰 역할을 했다"고 기업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의 정보 공유 필요성도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요즘 일련의 소통을 많이 하는데 재계와도 그룹 대표들과 자리를 가지니 여러 가지 미래 산업이나 정보 공유나 이런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며 "정부가 가진 외국 정보도 많지만, 기업이 수집하는 정보도 있지 않나, 그것도 서로 공유하자. 기업과 정부가 가진 정보를 호혜적으로 공유하자는 이야기도 했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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