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1일 출간되는 가운데 정치권에 어떤 파장이 미칠지 주목된다. /남용희 기자 |
응원 vs 우려, 분분…與, 악재 작용 가능성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출간 소식에 민주당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응원과 격려도 있지만, 우려의 시각이 상존한다. 조 전 장관이 쏘아올린 '조국의 시간' 회고록이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일 조 전 장관이 펴낸 '조국의 시간'의 출간을 두고 여당 내에서 여러 의견이 분출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 의원들과 검찰개혁 속도전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 전 장관을 응원하거나 격려하고 있다. 박찬대 의원은 지난달 31일 "조국의 이야기도 한 번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옹호했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은 국민이 관심을 가진 여러 사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본인이 느낀 점, 경험한 바를 적은 회고록을 내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면서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부분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권 일부 대권주자들도 조 전 장관 장관을 감쌌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이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이낙연) "가슴이 아리다"(정세균)고 속내를 털어놨다. 조 전 장관이 친문 진영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친문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책이 어떤 내용인지 모르기에 왈가왈부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당이 어려운 쇄신 과정에 있는 상황에서 자칫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당내 소장파 조응천 의원은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의 패배 원인을 돌아보며 민심을 경청하는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는 중 하필 선거 패배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분이 저서를 발간하는 것은 우리 당으로서는 참 당혹스러운 일"이라며 "다시 조국의 시간이라는 수렁에 빠져들 수는 없다"고 경계했다.
2019년 후반기 정국을 달군 이른바 '조국 사태'는 민주당에 뼈 아픈 일이다. 그해 8월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가족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와 딸의 입시 비리 의혹으로 불공정 논란이 거셌다.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같은 해 10월 국민과 청년들을 향해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을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 전 장관의 민주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 내에선 지도부가 정리된 입장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은 송영길 대표. /남윤호 기자 |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선에서 참패하며 싸늘한 민심을 확인했다. 지난 3월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한 의혹과 '조국 사태' 등 소위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상당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4·7 재보선 패배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꼽을 정도였다.
때문에 민주당으로서는 조 전 장관이 회고록을 내는 것에 난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재보선 이후 뼈를 깎는 쇄신을 약속한 민주당은 송영길 대표 출범 이후 민심 이반 수습에 총력을 쏟고 있는 상황인 데다, 사실상 대선 정국으로 접어드는 국면에서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국민의힘은 당 대표 경선 레이스 과정에서 '이준석 돌풍'이 거세게 일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이로 인해 '혁신 경쟁'에서 민주당보다 앞서는 인상을 주고 있다. 쇄신의 고삐를 더욱 좨야 하는 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책이 향후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고민이 깊다. 당 지도부는 말을 아끼며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을 계기로 과거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엔 민주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에 묶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말 발표된 민주당의 '재보궐 이후 정치지형 변화 분석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서는 내로남불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제언이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이준석 돌풍' 영향으로 국민에게 미래지향적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조 전 장관이 다시 부각된다면, 민주당에 대해선 과거지향적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또한 '공정'이라는 아픈 상처를 다시 헤집는 효과도 있을 수 있어 민주당이 또 힘들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내 친문·비문 간 계파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 당·청 간 갈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대선 정국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여권 대권주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자서전을 내는 것은 전체적으로 시기상조다"라고 지적했다.
'조국 사태'는 최근까지도 민주당 내홍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난 4월 9일 20·30대 초선 의원들 5명(전용기·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이 재보선 참패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면서 금기시됐던 조국 사태를 꺼낸 게 발단이었다. 이후 이들을 향한 친문 열성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을 두고 계파 간 논쟁이 가열되는 등 분화 조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