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주택 vs 감세…與 대권주자 부동산 입법 대리戰
입력: 2021.05.29 00:00 / 수정: 2021.05.29 00:00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정책 노선을 두고 우왕좌왕 하는 가운데 대권주자의 정책 경쟁이 물밑에서 활발하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모습. /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정책 노선을 두고 우왕좌왕 하는 가운데 대권주자의 정책 경쟁이 물밑에서 활발하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모습. /이선화 기자

계파간 물밑 부동산 정책 경쟁 치열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을 약 4개월 앞두고 당내 대권 주자들의 부동산 정책 대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당 지도부가 부동산 정책 방향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가운데, 일부 의원들이 여권 빅3(이재명·이낙연·정세균)를 대신해 부동산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세미나를 여는 등 당내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정책 노선 경쟁이 본격화한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재산세 감면 기준 상향과 대출 규제 완화에는 뜻을 모았지만 여전히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에 대한 이견이 엇갈리며 진통을 겪고 있다.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액을 9억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는 안과 종부세 과세대상을 상위 2%로 한정하는 안이 의원총회에서 상정됐으나 일부의 강한 반발에 막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친문계 의원들은 종부세 및 양도세 완화는 문재인정부의 '집값 안정' 기조와 어울리지 않는 '부자 감세'라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비주류 측에선 현 정부에서 폭등한 공시지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내 대권주자 지지 그룹에 참여하는 의원들의 부동산 입법 추진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원외에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대신해 이들의 부동산 공약을 입법화하면서 향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차별화된 정책 노선을 펼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를 지지하는 일부 의원들은 부동산 정책 입법안을 내놓으며 공약 제도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규백, 양기대, 이규민 민주당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를 지지하는 일부 의원들은 부동산 정책 입법안을 내놓으며 공약 제도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규백, 양기대, 이규민 민주당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이 지사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부동산 보유에 대한 부담을 늘리고 금융 혜택을 제한하되, 실거주용 1주택은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공성이 핵심인 '기본주택'도 이 지사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계'로 꼽히는 이규민 민주당 의원은 '기본주택' 관련 법안 2건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지난 2월 제출한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기본주택 장기임대형'으로, 취약계층 중심인 현행 공공임대주택 공급 대상을 소득·자산·나이와 무관하게 무주택자 전체로 확대하고, 공공주택지구에서 공공주택 비중을 60%까지 상향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4월 제출한 법안 역시 토지 소유권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공사 등 공공이 가져가고 주택만 수요자에게 분양해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이 지사의 '기본주택 분양형' 주장이 그대로 담겼다. 해당 법안에는 김병욱, 김남국, 박성준, 임종성, 정성호 민주당 의원 등 이 지사의 원내 싱크탱크로 평가받는 '성장과 포럼' 가입자들이 대거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이 주장하는 주택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전면 폐지론 역시 이 지사의 '비거주용 주택 부담 강화' 기조와 맞닿아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부유세 성격의 종부세가 중산층에까지 확장돼선 안 된다며 종부세 완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지원군으로는 4선의 안규백 의원이 팔을 걷어붙였다. 안 의원은 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 '주택 공시가격'에서 '최상위' 비율로 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1주택자 종부세 부과 대상은 공시가격 9억 원에서 '전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상위 2%'로 고치고, 다주택자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의 상위 4%'로 넓히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진표 의원도 이에 대해 "제도도 단순해지고, 가격이 오르내릴 때 (기준을) 9억을 12억으로 올려야 하느냐, 몇 년 후에 12억을 20몇억으로 올려야 하느냐 등 불필요한 논쟁을 안 해도 된다"며 사실상 손을 들어줬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폭등한 시세로 인한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 도입을 주장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환해 부동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낙연계 측근으로 분류되는 양기대·허종식 민주당 의원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 의원은 지난 17일 '부동산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연 정책세미나에서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과감하고 다양하게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의원도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주택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조율은 대선 당내 경선과 맞물리면서 갈수록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9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후보였던 이 지사는 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국토보유세를 부과하고 세수를 전 국민에 분배하는 기본소득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민주당의 최종 대통령 공약에는 담기지 않았다. 당내 경선을 통과한 후보의 공약 중심으로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당 부동산 특위는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부세·양도세 등 세제 개편안을 당내 경선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매듭짓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에 참여하는 한 의원은 "오는 6월까지는 급한 종부세, 양도세 문제부터 매듭지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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