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이 불면서 국민의힘이 정국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사진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무중력지대 영등포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서울·부산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
보수층 변화 조짐…與, 쇄신·개혁 박차 가할 때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정치권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만 36세 청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새바람의 주역이다. 최근 실시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2위 그룹인 4선 출신 나경원 전 의원과 5선 현역 주호영 의원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 흐름이 지속한다면 6·11 전당대회에서 파란이 예상된다. 애초 이 전 최고위원은 당선권에 가깝지 않았다. 국민의힘 내에서 우려 섞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여론조사상 '금배지'를 달아본 적 없는 원외인사가 당권에 가장 가까운 것만은 틀림없다. 여기에 초선 김웅·김은혜 의원도 선전하고 있다.
이처럼 진보정당이 아닌 보수정당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은 참 흥미롭다. 국민의힘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는 권위적인 기득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재보궐 이후 정치지형 변화 분석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힘 이미지는 '돈과 권력을 중시하고 엘리트주의를 가진 50대 후반~70대 남성'으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3040 신진세력의 돌풍으로 국민의 시선을 끌며 흥행몰이에 성공한 모양새다. 8명의 후보의 컷오프와 단일화 변수가 남아 있어 최종 승자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계파 갈등 양상도 드러나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 매우 드문 세대교체 바람은 당 쇄신 여론과 맞물려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기껏해야 청년 최고위원 몫으로 할당됐던 것과 천양지차다.
이렇듯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국민의당에 불고 있다는 점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보수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진보에 가깝다고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변화의 열망이 더 크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만 36세 청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
개혁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의 현재 모습을 보자. 민주당은 5·2 전대에서 친문 색채가 강한 인사들이 득세했고 "당명을 빼고 다 바꾸겠다"는 송영길 대표의 약속도 현재로선 무색한 상황이다. 심혈을 기울이는 부동산 정책 수정·보완에 두 달 가까이 빈손인 데다 자중지란이 벌어지고 있다. 쇄신과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4·7 재보선 참패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의문이다.
개혁은커녕 '꼰대 정당'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총리의 '장유유서' 발언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을 받는 여당이다. 조국 사태와 LH 땅 투기 사건으로 '내로남불' 이미지가 쌓였던 민주당은 민심 이반의 위기에도 국민에게 '달라졌다'는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면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신임을 받기가 쉽지가 않다." 송 대표가 25일 의원총회에서 했던 말이다. 여전히 민주당을 향한 민심이 싸늘하다는 말이다. 민심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최대 과제인 정권재창출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을 보면 과정 없이 결과를 기대하는 듯하다.
이 같은 정치권 기류를 고려할 때 이 전 최고위원의 돌풍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야에 관계없이 정치권 변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크다는 것이다. 말로만 혁신과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그 실체가 없다면 구태와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다. 쇄신·개혁에 박차를 가할 때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올바른 변화를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