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숙원' 국가보안법 폐지 재점화…이번엔 가능할까
입력: 2021.05.24 05:00 / 수정: 2021.05.24 05:00
국가보안법 폐지 국회 청원이 10만 명을 넘으면서 관련 논의가 재점화됐다. 지난해 11월 3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법안의결 및 위헌심판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 회원들. /뉴시스
국가보안법 폐지 국회 청원이 10만 명을 넘으면서 관련 논의가 재점화됐다. 지난해 11월 30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법안의결 및 위헌심판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 회원들. /뉴시스

與, 잇따라 법안 발의 예정…"공론화 우선"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라고 한 '국가보안법 폐지' 찬반 논쟁이 17년 만에 정치권에서 재점화됐다. 코로나19와 민생위기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둔 상황에서 여야는 아직 신중한 분위기다. 진보 진영은 정치권에 대한 높은 압박을 예고하고 있어 향후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최근 정치권에 '국가보안법 폐지' 논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 19일 국회 국민 입법청원이 10만 명을 돌파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되면서다.

정의당은 지난 20일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며 가장 먼저 호응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폐지안에는 정의당 소속 의원을 비롯해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홍걸·양정숙 무소속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함께했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에도 "국가보안법 폐지 당론을 확정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현재까지 이와 관련해 논평도 내지 않는 등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코로나19와 민생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 진영 간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으로 보인다.

다만 개별 의원들은 제 목소리를 내며 운을 띄우고 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당 회의에서 "국가보안법은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내는 마지막 보류"라며 "일련의 정부, 정치인, 사회단체의 활동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당이 노력하고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러 의원에게 '(국보법 폐지 추진은) 안 된다'고 말했는데 아직 당론으로 정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폐지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며 공론화에 나섰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이규민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국보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국가보안법 7조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도 다시 시작됐다. 2020년 11월 30일 국가보안법 7조 폐지 관련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박주민 의원. /박주민 의원 블로그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논의도 다시 시작됐다. 2020년 11월 30일 국가보안법 7조 폐지 관련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박주민 의원. /박주민 의원 블로그

같은 당 민형배 의원은 국가보안법을 전면 폐지하는 특별법을 준비 중이다. 민 의원실 관계자는 "청원 10만 명이 돌파했고 그 뜻에 맞춰 폐지안을 준비하고 있다. 동료 의원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많은 의원에게 설명드리고 동참을 말씀드릴 예정이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발의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에 대해선 "일단 공론화가 돼야 한다. 국회 청원을 준비했던 분들이 이번 주부터 당내 의원들도 만나면서 움직이면 (공론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78명이 주최하는 폐지 토론회도 다음 달 8일 열릴 예정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는 2004년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 참여정부가 처음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여당도 호응했다. 열린우리당 최용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에 150명이 서명했다. 하지만 보수 진영의 반발은 물론 범여권에서도 의견이 갈리면서 무산됐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게 몇 가지 있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꼽은 바 있다. 이후 시민사회에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꾸준히 목소리를 냈지만 정치권은 침묵했다. 그러다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하면서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시작됐고, 이번 국회 국민 청원 10만 명 달성으로 불이 붙은 것이다.

174석 여당의 결단에 따라 국가보안법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진보 진영은 민주당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종문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폐지행동) 사무처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의당은 당론을 냈다. 민주당도 지켜볼 게 아니라 전면 폐지안을 같이 발의할 수 있도록 민주당 의원실에 요청할 생각"이라며 "민주당 내부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10만 입법 청원에 대한 내용도 전달하고, 민 의원실이 준비하는 전면폐지안에 공동 발의할 수 있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행동 측은 또 8월까지 전국 곳곳에 있는 폐지행동 기구를 통해 각 지역 민주당 의원들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국가인권위에도 폐지 재권고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오는 9월 정기국회 내 폐지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범진보 진영 의제로도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사무처장은 "가능하면 21대 국회 내에 끝내야 하는데 대선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들의 의지가 어떤지 폐지행동 차원에서 의견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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