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힘 당권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나경원 전 의원(왼쪽)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선두를 차지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남윤호·이선화 기자 |
국민의힘 지지율 적합도 '톱2', 중도 외연 확장엔 미지수
[더팩트|문혜현 기자]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열기가 뜨겁다. 10여 명의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고, 매력을 뽐내고 있다. 압도적인 지지를 얻는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선거전은 혼전 양상이다. 다만 여론조사 상에서 인기를 끄는 인물은 가닥이 잡혔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선두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양상으로 떠올랐다.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15~16일 조사해 18일 발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17.7%, 나 전 의원은 16.5%를 기록했다.
이어 △주호영 전 원내대표 10.4% △김웅 의원 8.2% △홍문표 의원 4.6% △김은혜 의원 3.2% △조경태 의원 3.1% △신상진 전 의원 2.3% △조해진 의원 1.8% △윤영석 의원 1.6% △김소연 전 당협위원장 1.4%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나경원 27.3% △이준석 21.5% △주호영 △14.7% 김웅 7.8% △김은혜 5.1% △홍문표 4.0% △조경태 1.8% △조해진 2.0% △윤영석 0.7% △신상진 0.6% △김소연 0.3% 순으로 조사됐다.
윈지코리아컨설팅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남성, 20대, 경기·인천과 충청권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 전 의원은 60대, 강원·제주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응답률 8.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윈지코리아컨설팅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최근 2030세대 젠더 이슈에 대한 발언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20일 출마 선언하는 이 전 최고위원. /이선화 기자 |
두 인물을 나이와 경력, 지지하는 연령대를 놓고 보면 '신 vs 구' 대결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스피커'로 놓고 봤을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2030 남성의 유력한 스피커로 급부상했다. 젠더 이슈를 놓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설전을 벌이고, 남성 혐오 이슈에 적극 공감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출마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추후 젠더 이슈에 대해 당대표 후보들과 토론할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제가 젠더 이슈에 대해 발언하게 된 계기는 이번에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난 20대 남성 지지 요인을 분석해달라는 논의에서 비롯됐다"며 "제가 관심 있는 수많은 정치적 어젠다 중 젠더 이슈는 아마 굉장히 작은 비중일 것"이라며 관심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젠더 이슈 논쟁에 참전한 시점이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나 전 의원은 60대의 지지를 받는다. 4선 의원을 지낸 나 전 의원은 보수 색채가 짙은 발언으로 진영 내 호응을 받아왔다. 나 전 의원이 올해 초 제기한 '짬짜면 논쟁'은 그의 성향을 고스란히 대변해준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지난 1월 중순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진보·중도를 '짬짜면'에 비유했다. 나 전 의원은 "짜장면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짬뽕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며 "때론 둘 다 먹고 싶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럴 때 우린 보통 어떻게 하는가. 짬짜면이란 기가 막힌 메뉴가 있다. 둘 다 먹고 싶다고 해서 큰 그릇에 짬뽕과 짜장을 부어서, 섞어서 주지는 않는다"라며 "중도라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둘을 섞어버리면 이도 저도 아니란 이야기"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좌파가 짬뽕을 만든다면 우파는 짜장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과거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 '빠루'를 들던 모습, 광화문 집회에서 당시 황교안 대표와 설전에 나서는 모습 등이 세간에 각인돼 있다.
지난 2019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운동본부'가 주최한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
결국 국민의힘이라는 당내 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건 '남성'과 '보수'를 대표하는 '강성 스피커'란 얘기인데, 내년 대선을 생각한다면 좀 생각해볼 여지는 있다. 말 그대로 '집안의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집단의 성향이 드러나는 건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이번 당대표는 내년 대선을 치르는 얼굴이나 다름없다. 과연 특정 성향을 대표하는 얼굴로 전 민심을 얻을 수 있을까?
영화 '왝 더 독(Wag the dog)'엔 이런 은유적 대사가 나온다. "왜 개가 꼬리를 흔드는지 알아? 그건 개가 꼬리보다 똑똑하기 때문이지. 만약 꼬리가 더 똑똑하다면 꼬리가 개를 흔들겠지." 하지만 ‘왝 더 독’의 내용은 이 당연한 말과 반대다. '개(여론과 국민)'보다 똑똑한 '꼬리(권력과 정치인), 꼬리보다 아둔한 개에 대한 현실 풍자 이야기인데, 이를 빗대어 국민의힘 당권 경쟁 상황을 보자.
개(당심)가 꼬리(후보자)를 흔들 듯이 당 여론이 선거를 좌우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대선을 바라본다면 국민의힘이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을 넘어 민심을 포용함으로써 대선에선 꼬리(후보자)가 개(민심)를 흔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성', '강성', '보수'라는 키워드로 나선 이들이 과연 대선에서 중도라는 개를 흔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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