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요즘엔 민주당 지지가 비하"…與, 또 '청년TF' 다를까?
입력: 2021.05.18 00:00 / 수정: 2021.05.18 00:00
더불어민주당이 성년의 날을 맞아 20대 청년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년 구애 행보의 일환이다. 17일 국회에서 성년의날을 맞아 20대 청년들과 간담회 갖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 /국회=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성년의 날을 맞아 20대 청년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년 구애 행보'의 일환이다. 17일 국회에서 성년의날을 맞아 20대 청년들과 간담회 갖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 /국회=남윤호 기자

"'민심 청취'에서 '정책 반영'으로 달라질 것"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청년으로부터 뼈 있는 말을 들었다. 민주당은 4·7재·보궐 선거에서 청년 세대 민심 이반을 확인한 후 적극적으로 2030을 공략하고 있다.

초선 모임 내 '청년 TF(태스크포스)' 구성이 임박했고, 당 지도부에도 별도의 청년 정책 전담 특위 구성을 요청한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청년을 대하는 태도는 한결 나아졌지만, 비판 목소리를 틀어막는 강성 당원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청년 구애 행보도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성년의 날을 맞아 20대 청년 8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자신을 21학번이라고 소개한 김한미루 씨는 "주변 친구들이 민주당에 대해 느끼는 점을 말씀드리겠다"며 "예전에는 친구들끼리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냐고 놀리곤 했는데 요즘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냐'가 더 비하의 이야기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각종 비리가 생기면 네 편 내 편 없이 공정하게 처리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여당 대권주자들의 청년 현금성 지원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더 이상 이런 공약에 속아서 표를 주지 않는다"며 "정의와 공정이 바로 서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이야기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보여주기식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안 들게 정말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행사를 마련한 전용기 의원실에 따르면 이날 참석한 8명 가운데 5명은 민주당 당원이거나 민주당 대학생 위원회에서 활동했고, 나머지는 당적도 당 활동도 없는 일반인 대학생이다. 전 의원실은 "마스크가 없었더라면 부담이 돼 참석하지 않았을 거다. 그만큼 섭외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송 대표도 화답했다. 그는 "2030 이야기를 듣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겠다. 쓴소리든 좋은 소리든 모두 듣고 수용하고 받아들이겠다. 2030 소통을 국민께 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공개 자리에서 청년들은 백신 접종 시기와 일자리 문제, 모병제 전환 등 국방 정책, 주택 공급 정책의 필요성 등을 언급했고 특히 절차적 공정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결과적 공정이 아닌 절차적 공정을 챙기겠다"며 "각 후보가 내는 공약을 당 입장에서 풀어나갈 수 있도록 모색하겠다"고 말했다고 전 의원은 전했다.

민주당 최연소 의원인 전용기 의원은 더민초 청년 TF에 대해 정책 발굴과 안을 제시하는 데 더 힘을 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윤호 기자
민주당 최연소 의원인 전용기 의원은 '더민초' 청년 TF에 대해 "정책 발굴과 안을 제시하는 데 더 힘을 실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윤호 기자

이날 당 대표와 20대 간담회 자리는 재보선 이후 청와대와 여당의 청년 구애 행보와 맞닿아 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는 지난 6일 20대 청년 간담회를 열어 쓴소리를 경청한 데 이어 청년세대 정책을 전담할 TF 구성을 이번 주 내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더민초 간사인 고영인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번 주 내로 TF 팀원을 구성하고, 20대 청년 간담회 내용과 기존 분석 자료들로 정책이나 법안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추진해나가려고 한다"며 "내용적으로 완성하는 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초는 이와 별도로 원내 청년특별위원회 설치도 요구한 상태다. 또, 송영길 대표는 청년, 신혼부부 등에 대한 주택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재보선 이전에도 청년 관련 특별 기구를 다수 운영한 바 있다. 청와대는 2019년 6월 시민사회수석실 산하에 청년소통정책관을 신설했고, 2020년에는 이를 청년비서관으로 승격했다. 민주당은 2019년 청년미래연석회의를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6일에도 청년TF를 공식 출범시켜 매주 회의를 열었다.

이같은 청년 민심 행보는 왜 여당의 청년층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 의원은 이번에 출범하는 '청년TF'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만든 청년 TF는 민심을 청취하는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원내 기구로서 초선 의원들이 결의를 다져서 만드는 거라 아무래도 필요한 (청년) 정책을 발굴하고 실제로 안을 제안하는 데 힘을 싣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청년 정치인은 일반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 경청하는 노력을 하고, 비판 목소리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과한 행위에도 당이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청년 이야기를 듣겠다'고 했을 때 표본 자체가 잘못됐다. 지금까지는 당 대학생위원회나 청년위원회 소속 청년들을 불러 간담회를 진행하고서 '청년 이야기 들었다'고 진행하는 식이 많았다. 하지만 당에 우호적인 청년들 이야기만 들을 게 아니라 당원이나 당 활동을 하지 않는 평범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섭외가 어렵기는 하지만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물어보는 등 보통의 청년들이 느끼는 불만이나 고민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청년을 찾는 것도 정치인의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과거에는 청년들이 지적하거나 비판하면 '개혁해야 한다' '역사 경험치가 낮아서 그렇다' 등 원인을 청년들에게 돌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송 대표가 민주당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양새여서 많이 바뀌려고 하는 것 같다는 기대는 된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다만 단발성 이벤트에 그쳐선 안 되고 계속 이런 의견을 수렴하고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례로 초선 의원들도 (조국 반성문으로) 문자폭탄을 받았는데 이런 당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일회성에 그칠 우려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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