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홍준표 복당, '꼰대 싸움' 되지 않으려면
입력: 2021.05.16 00:01 / 수정: 2021.05.16 00:01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둘러싼 국민의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홍 의원이 국민의힘 복당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남윤호 기자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둘러싼 국민의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홍 의원이 국민의힘 복당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남윤호 기자

'나이와 경력'보다 '비전과 대안' 우선해야

[더팩트|문혜현 기자] "너 몇 살이야?"

꼰대.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로 최근에는 꼰대질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꼰대'라는 말의 뜻을 검색하면 나오는 뜻풀이다.

하지만 내 나름 꼰대의 기준은 "너 몇 살이야?"란 물음을 던지느냐다. 이 물음은 사안의 중요성과 타당함을 떠나 상대방의 나이 혹은 경력 하나만으로 모든 걸 평가해버리는 편협함을 스스로 드러낸다. 동시에 자신이 나이 혹은 겪어온 경험의 차이 외에는 내세울 게 없음을 주장하는 모습이 된다.

요즘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를 둘러싸고 '너 몇 살이야' 혹은 '너 정치 얼마나 했어'란 식의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홍 의원은 초선인 김웅 의원과 설전을 벌였고, 김재섭 비상대책위원과 박수영 의원도 가세했다.

초선인 박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우리 당 대선주자까지 지낸 5선의 최고참 의원이 당 혁신을 기치로 나선 초선의원을 공개 저격까지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라며 "젊은 세대를 철부지, 어린 새 등으로 비판하며 갈등을 유발하는 것보다는 다선의원답게 포용하고 담대하게 나가는 것이 2030, 샤이진보, 중도층의 지지를 계속 지키면서 대선에서 승리하는 길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후 홍 의원은 별다른 반박을 내놓진 않았다. 그는 당헌·당규에 마련된 복당 절차가 아닌 복당 청문회, 전당원 모바일 투표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 사람의 복당 문제가 전당대회의 이슈가 되어선 안 된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들"이라고 언급한 홍 의원의 말과 배치된다. 홍 의원은 연일 중진 당권주자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당대표 경선에 나온 후보 중 초선 한 사람만 빼고는 모두 복당에 찬성한다"고 했다.

주호영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너 몇 살이야 논쟁을 벌였다. 13일 주 의원이 서울 마포구 마포포럼에서 열린 더좋은세상속으로 정례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주호영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너 몇 살이야' 논쟁을 벌였다. 13일 주 의원이 서울 마포구 마포포럼에서 열린 '더좋은세상속으로' 정례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너 몇 살이야'는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 사이의 설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주 의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권에 도전한 이 전 최고위원과 초선인 김 의원 등을 향해 "동네 뒷산만 올라간 것으로는 에베레스트를 못 오른다"고 발언했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에베레스트니, 뭐니 이런 건 정치적인 문법에 따라서 그냥 아저씨들이 하는 얘기"라고 맞받았다.

이에 중진인 정진석 의원이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막말 정당 프레임을 다시 뒤집어쓸 작정인가"라며 "시사평론가로 더 유명한 이준석 씨의 말이 위태롭다. 아무리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의 중진의원을 '아저씨'로 불러서는 안 된다"고 타일렀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역동적이고 생기발랄하다고 생각하는 말들이 자칫 경거망동으로 비치지 않는지 유의했으면 한다. 전당대회가 당의 소중한 자산들을 상처 내고 평가절하하는 난장이 돼서는 안 된다"라며 "국민들이, 당원들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린 독설과 막말로 우리 정치권 전체가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통 '꼰대 싸움'은 '너 몇 살이야'로 시작돼 '너 나이 많아서 좋겠다'로 커지곤 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흥행과는 별개로 서로의 비전과 대안보다 '나이와 경력'을 논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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