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르고 있다. (왼쪽부터) '빅3'인 이낙연 전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총리. /국회사진취재단·뉴시스 |
외곽 조직 넓히고 文정부와 차별화…약점 보완하는 대권주자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차기 대선이 3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당 유력 대권주자들이 싱크탱크 및 지지 모임을 출범시키는 등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여권 내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해찬 전 대표의 시민사회 조직을 물려받아 매머드급 외곽 조직을 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며 기반을 다지는 행보를 보이는 모양새다.
12일 민주당 현역 의원 18명과 20여 명의 원외지역위원장, 1만5000명의 발기인이 이름을 올린 대규모 전국 조직 '민주평화광장'이 공식 출범했다. '킹메이커' 이해찬 전 대표의 연구재단인 '광장'을 흡수해 김성환, 이해식 등 이해찬계 인사들이 합류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지사는 원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게 약점으로 꼽혔지만 이날 발기인으로 참여한 18명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해 친이계 정성호, 김영진, 김병욱, 임종성, 김남국, 이규민 의원과 노웅래, 안민석 등 중진 그룹 등 4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또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황석영 작가 등 민주·진보계열 시민사회 인사들도 발기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해찬계 주축의 '민주평화광장'은 당 주류 '친문'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 지사의 든든한 우군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12일 출범식에서 필승 외치는 이재명(앞줄 오른쪽 네 번째) 경기지사와 민주평화광장 발기인들. /국회사진취재단 |
정치권에선 당내 주류인 '친문' 지지를 얻지 못하는 이 지사 측이 이해찬 전 대표를 매개로 친노·친문계와 결합해 사실상 대선 캠프 출정식을 가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평화광장 측도 활동 취지로 '민주평화세력 재집권'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행사에 참석한 이 지사는 "초청받아서 온 것"이라고 거리를 두면서도 "뜻을 함께하는 분들인 건 맞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어떤 관계를 하게 될지, 어떤 역할들을 서로 분담하게 될지는 좀 두고 봐야 할 일인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여권 선두주자인 이 지사는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점을 부각하며 지지층을 넓히고 있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 기본 시리즈를 기반으로 최근에는 대학에 가지 않은 청년 세계여행비 1000만 원 지원과 선택적 모병제 도입 등 청년층을 공략하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올 초 '전직 대통령 사면론'과 재보선 참패 이후 잠행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0일 정책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첫 심포지엄을 열면서 공식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지지 기반인 호남을 중심으로 제주, 충남 등 전국을 돌며 지지세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전 대표 측은 통화에서 "지역 17개 광역시도를 쭉 돌면서 세 결집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제주포럼이 준비돼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광역시도 단위로 지역 행보를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국정비전을 설명하고 있는 이 전 대표. /국회사진취재단 |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며 차별화를 꾀하는 '포지티브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가 내놓은 '신복지 신경제' 구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친문 지지층을 흡수하면서 당내 경선에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정무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낙연표 정책들도 잇따라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군 전역자 대상 3000만 원 사회출발자금 지원과 청년 주거급여 제도 시행 등을 제시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매주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개최한다. 오는 17일에도 동북아 외교 관련 심포지엄이 있고, 6월 말까지 최소 6번 정도의 연속 세미나가 준비돼 있다. 거기에서 정책들을 하나씩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두 주자에 비해 지지율이 뒤처진 정세균 전 총리는 경륜과 당 안팎 넓은 조직력을 과시하며 지지율 반등을 꾀하고 있다. 지난 11일 지지모임 '광화문 포럼' 행사에도 김영주, 안규백, 이원욱, 김민석, 김교흥 의원 등 20여 명의 SK계(정세균계) 인사를 포함해 70여 명의 현역 의원이 대거 참석했다.
약점인 낮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 광폭 정책 행보도 보이고 있다. SK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출마 선언 시기는 5월 말, 6월 초쯤으로 보고 있다"며 "어젠다를 크고 방대하게 해야 한다. 그걸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 전 총리는 최근 '사회 초년생을 위한 1억 원 미래씨앗통장', '국민 능력개발 지원금 제도' 등 아이디어를 연이어 소개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연이어 굵직한 정책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11일 정세균계 의원 모임 '광화문 포럼' 행사에서 기념촬영 하는 정 전 총리(앞줄 가운데)와 참석자들. /남윤호 기자 |
경쟁주자 때리기와 지역 기반 흔들기로 몸집도 키우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자신의 고향이자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한 호남 민심 구애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이날 호남미래포럼 강연에서 "우리는 무등의 정신으로, 담대한 정신으로, 더 평등한 대민으로 가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롤모델로 언급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또 이날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전북을 찾는다. 동시에 이 지사와는 '부동산 관료 책임론'에 대해 지난 11일 "지방자치단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고 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빅3의 뒤를 쫓아 후발주자들은 일찌감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이날 "3대 위기(사회 양극화, 저출생, 고령화)를 극복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앞서 지난 9일 박용진 의원 이후 당내에서 두 번째다. 이광재 의원도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고, 김두관 의원은 다음 달 대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선 경선 일정을 둘러싼 신경전도 표면화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해 "원칙대로 하면 제일 조용하고 합당하지 않나. 민생이나 생활 개혁에 집중하는 게 훨씬 낫다"라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현 당헌·당규에 명시된 대로 9월 초 대선후보를 확정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나오는 경선 11월 주장은 유력한 주자인 이 지사에 대항할 친문 주자를 키우기 위해 시간을 버는 의도라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와 정 전 대표 측은 당 지도부가 조속히 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주 중 대선기획단과 선관위 구성 등 경선 준비 일정을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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