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코로나19 극복, 부동산 문제 해결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野 "국민과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게 맞나?"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코로나19 백신 논란, 부동산 문제, 한반도 평화 구상 등 국민 우려가 큰 주요 사안들에 대한 '성찰'보다는 당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돋보였다. 하지만 모순적이고,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표현도 여러 차례 나와 민심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 특별연설에서 지난 1년 3개월간 국민을 괴롭힌 코로나와의 전쟁은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경제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이미 회복했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文 "부동산 부분만 할 말 없는 상황"
현재까지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유감의 표명 없이 "부동산 투기를 철저히 차단하고,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무주택 서민, 신혼부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두루뭉술한 대안을 제시했다.
특별연설 이후 이어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기자회견에선 37분 동안 7명의 기자와 지난 4년의 국정 평가, 야당이 반대하는 장관 후보자들의 거취 논란, 전직 대통령 및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유감을 표명한 부분은 부동산이 유일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은 부동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아주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게 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는 그런 상황이 되었다"라며 "거기에 더해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비리까지 겹쳐지면서 지난 보선을 통해서 정말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그런 심판을 받았고, 엄중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고 보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인정하면서도, 기조 변화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자는 것과 실수요자를 보호하자는 것 그리고 주택 공급의 확대를 통해서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것인데, 이 정책의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정책은) 당·정·청 간에 논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바로 말하기는 어렵고, 당·정·청 간에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통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의 보완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년의 국정에 대해선 "위기의 연속이었는데, 위기 때마다 항상 그 위기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심지어 그 가운데에서 갈등이나 분열을 조장하는 그런 형태들도 늘 있었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이루어낸 이 위대한 성취를 부정한다거나 과소평가하는 그런 일은 절대로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권이 잘한 일을 축소시키고, 왜곡하려는 세력이 있고, 이들로 인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10일 오전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 대통령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부적격 인사로 규정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선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청와대의 검증이 완결적인 것은 아니고, 언론의 검증, 또 국회 인사청문회의 검증 작업까지가 검증의 한 과정"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의 후보자들을 청와대가 발탁한 이유, 기대하는 능력이 있다"라며 "발탁의 취지와 기대하는 능력,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이나 흠결들을 함께 저울질해서 발탁 여부를 결정한다"고 사실상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도덕성 분야에 집중한 현 인사청문회 방식으로는 인재를 발탁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도덕성과 관련한 부실한 검증을 한 것에 대한 유감의 표명 대신, 능력 대신 도덕성에 집중하는 언론과 야당 때문에 인재를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히려 흠결만 놓고 따지는 그런 청문회가 되고 있다"라며 "무안 주기식 청문회 제도로는 정말 좋은 인재들을 발탁할 수 없다. 저는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이대로 이렇게 해도 괜찮은데, 적어도 다음 정부는 도덕성 검증 부분은 비공개 청문회로 하고, 그다음에 공개 청문회에서 정책과 능력을 따지는 청문회를 하도록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4선 중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혜숙 후보자는 야당이 반발해서가 아니라 저도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봤는데,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건 틀림 없고, 민심이 그에 대해 아니라는 게 지배적"이라고 비판했다.
수감 중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관련해선 결단을 유보했다.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지금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서는 참 불행한 일이다. 특히 고령이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까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또 한편으로 우리 사법의 정의와 형평성, 국민 공감대 등을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충분히 많은 국민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과 관련해서 한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현 정권에 관련된 사건들에 대해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성역 없이 살아 있는 권력이라도 봐주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엄정하게 수사를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원전 수사 등 여러 가지 수사를 보더라도 이제 검찰은 별로 청와대 권력을 겁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강성 지지자들이 '문자 폭탄'의 형태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에 대해선 우려의 표명과 함께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SNS 시대에 문자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정말 저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이라면 문자에 대해서 예를 갖추고 상대를 배려하고, 그다음에 보다 공감받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문자를 해 주시기를 아주 간곡하게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상당한 공을 들였으나, 결과적으로 지지부진한 북한 문제에 대해선 오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지금 대화가 교착되어 있는 상태다. 이 대화의 교착이 길어지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이번 방미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 북한을 대화의 길로 더 이렇게 빠르게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에 대해서 더 긴밀하게 협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후 질문을 위해 손을 든 취재진을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野 "자화자찬 대신 반성문 내놓았어야"
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메시지에 대한 야권의 평가는 싸늘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국민과 같은 하늘 아래 산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인식 차이를 보여줬다"며 "국민들이 듣고 싶어 했던 성찰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위기극복을 강조했지만, 이 위기의 상당 부분은 현 정부가 가져온 것"이라며 "오늘 보니 절망스럽게도 기존에 실패한 정책에 대해 시정할 기미가 없다. 실패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공공주도 주택공급 대책,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에 대한 칭찬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오늘 문 대통령은 지난 4·7 재보선에서 성난 민심이 던졌던 '이건 누구의 나라냐'는 질문에 자화자찬이 아니라 반성문을 내놓았어야 했다"라며 "무너진 민생을 다시 살려내고, 일하다 죽지 않게 노동시민들의 생명과 안전만큼은 반드시 지켜낼 수 있는 특단의 대책과 과감한 국정 전환을 기대했지만 연설 어디에도 '불평등 해소와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나라다운 나라'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단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수석대변인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원론적 수준에서 그친 것도 대단히 유감이다. 정부의 신뢰 저하와 민심 이반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통렬한 반성은커녕 여전히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면, 그 처방 또한 잘못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정책 역주행을 멈추고, 보유세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등록임대사업자 특혜 폐지 등 투기 억제와 조세정의 실현 방안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면이 많다.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가 아니라고 하면서 뒤에선 청와대 검증이 완결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언론과 국회 검증이 이뤄진다고 했다"라며 "국회의 중요한 부분인 야당이 근거를 갖고 반대를 해도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국회 검증은 여당만의 검증인가.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이어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잘못했다고는 하지만 최소한 2019년 11월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말을 믿고 집을 사는 것을 미뤘던 이들에게는 사과해야 하는데 그냥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11월 이전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데 어제(9일) 발표된 모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9.9%'만 11월 집단면역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국민 시각과 동떨어져 있다"라며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고, 앞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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