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친이재명' 갈등 조짐…불붙은 與 '경선 연기론'
입력: 2021.05.09 00:00 / 수정: 2021.05.09 00:35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친이재명계는 경선 연기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왔다. 친이재명계는 경선 연기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남윤호 기자

"연기해야" vs "신뢰 하락" 신경전…대권주자 합의 관건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친문계(친문재인)와 친이계(친이재명)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1년이 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두고 여권 대권 잠룡들이 서서히 움직이는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을 최대 과제로 삼는 민주당이 경선을 연기할지 주목된다.

민주당 일각에서 공개적으로 '대선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전재수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민주당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후보이자 동시에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후보여야 한다"고 했다.

전 의원은 "적어도 우리 국민 3000만 명 이상이 백신을 접종하고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많은 국민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해도 늦지 않다"라면서 "경쟁하는 상대의 상황을 살피고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정 후보나 계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당 대선후보 선출 시기를 '대선 180일 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내년 3월9일 대선이 치러지는 점을 고려하면 9월 초까지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5·2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꾸려진 이후 대선 체제로 전환된 것과 맞물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문 진영에서 경선 일정을 늦춰 11월 초 최종 후보를 확정하자는 주장이 공식 제기되면서 향후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여론조사상 독주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정인을 위해 원칙을 훼손한다는 판단이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재명계 측에선 대선 경선 연기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민형배 의원은 7일 "대선 승리를 위한 고심의 결과로 이해하지만, 옳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라며 "스스로 정한 원칙을 쉽게 버리는 정당을 주권자는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해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바꿀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송 대표. /남윤호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해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바꿀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의원 간담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송 대표. /남윤호 기자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도 같은 날 TBN 라디오 '출발! 경인대행진'과의 인터뷰에서 "원칙을 망가뜨리는 건 국민 신뢰를 떨어트리는 길이다.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 당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당헌을 저렇게 바꾸는구나' 하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친문 진영에서 '경선 연기론'을 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에도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친이계는 친문이 점찍은 후보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 벌기'라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당시 당 지도부가 "소설 같은 수준"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대선 경선 연기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친문계는 대선 후보를 조기에 선출하면 야당의 공세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헌에 따라 대선 선거일로부터 120일 전까지 후보를 선출하면 된다. 민주당보다 두 달 정도 늦게 후보를 뽑는다. 따라서 경선 일정을 미루면 야당에 공세 빌미를 주지 않고, 컨벤션 효과도 기대된다는 것이 친문계 주장이다.

실질적 권한을 쥔 송영길 대표는 5·2 전당대회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바꿀 수는 없다"면서도 "모든 기준은 3월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여지를 뒀다. 결국 경선 일정을 미루려면 대권 주자들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경선 연기는 민주당에 어떤 실익이 있을까.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개정해 시간을 끌면 국민의 피로감이 있을 것이고 관심도도 떨어질 수 있기에 경선 연기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또 집권당이 야당보다 먼저 후보를 뽑아 대선정국을 몰고간다면 정권 말 문재인 정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이 목표라는 점에서 대선 승리 전략과 정책을 수립할 시간을 벌 필요도 있다"며 "야당이 여당 대선후보에게 뻔히 강도 높게 비난할 것이 예상되는데, 민주당이 여당보다 앞서 후보를 뽑는 것은 넌센스"라고 덧붙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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